쌍둥이 자매, 같은 날 교장 된다
박계화·온화씨 내달1일 승진
입력 : 2007.08.25 00:29
1970년대 초반 서울교대 2학년에 재학 중이던 일란성 쌍둥이 자매는 교생실습을 앞두고 갑자기 궁금해졌다. “과연 사람들이 우리를 구별할 수 있을까?” 서울교대부설초등학교와 서울 매동초등학교에 각각 실습나가기로 된 자매는 3주간 교생 실습 중 1주일간은 서로 학교를 바꿔 나갔다. “학교 선생님들은 물론 학생들도 전혀 눈치채지 못하더군요.” 언니 박계화씨는 30여 년 전을 회상하며 환하게 웃었다.
▲ 쌍둥이 자매로 서울 시내 초등학교 교장이 된 언니 박계화씨(오른쪽)와 동생 온화씨. /박계화씨 제공
똑같은 얼굴로 평생을 함께해 온 이들 쌍둥이 자매가 동시에 초등학교 교장선생님이 됐다. 화제의 주인공은 박계화·온화(56)씨 자매. 오는 9월 1일자 서울시교육청 인사(人事)에서 언니는 서울 문정초등학교 교장으로, 동생은 중현초등학교 교장으로 각각 승진 임용된다.
일란성 쌍둥이로 1951년 6·25전쟁 와중에 서울에서 15분 간격으로 태어난 두 자매는 초등학교(광희)부터 대학까지 줄곧 함께 다녔다. 두 자매는 당시 학교별 시험을 치르던 서울 사대부중, 사대부고 시험에도 나란히 합격했다. 동생 온화씨는 “어머니께서는 입학 시험 볼 때마다 누구는 붙고 누구는 떨어질까 봐 걱정 많이 하셨다”며 “우리가 쌍둥이라서 그런지 교사가 되겠다는 꿈도 똑같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결혼만은 언니와 동생이 2년 차이로 했다.
두 자매는 취미도 비슷하다. 어릴 때부터 어린이 합창단도 함께했고, 교회에서는 성가대로 활동하는 등 음악을 좋아했다. 동생은 방송사 ‘주부가요열창’에서 장원이 되기도 했고, 언니는 남편의 고등학교 동창회 ‘아내노래자랑’에서 1등하기도 했다. 동생 온화씨는 “언니는 주로 강남에 있고, 저는 주로 강북에 있다 보니 지역적 특성에 따른 교육 현실이나 정보 교환 같은 것은 서로 도움이 될 때가 많다”고 말했다. 언니 계화씨는 “오늘 같은 날 부모님께서 살아계셨으면 평생 교직에 몸담아온 우리 쌍둥이들을 얼마나 대견스러워하실까”라고 말했다.
정혜진 기자 hji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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