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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가 된 '차이나 리스크'(한국일보 이성철 본부장)

 

알리바바 디디추싱 제재, 사교육 금지
중국의 '홍색규제' 강화로 시장 공포 확산
커지는 '차이나 리스크' 면밀 대비해야

 

26일 홍콩 최대 번화가인 센트럴 지역에서 행인들이 홍콩 증시의 대표 지수인 항셍지수의 종가를 알리는 전광판 앞에 서 있다. 중국 정부의 강력한 사교육 금지 조치 이후 시장 전반의 규제 공포감이 확산하면서 항셍지수는 크게 폭락했다. 연합뉴스

 

중국 알리바바의 창업자 마윈은 1년 가까이 은둔 상태다. 작년 10월 정부 고위인사들 면전에서 규제행태를 공개 비판한 뒤, 거침없었던 이 혁신의 아이콘은 사실상 유폐되고 말았다. 이후 알리바바는 천문학적 과징금 폭탄을 맞았고, 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IPO)가 유력시됐던 알리바바 금융계열사(앤트)의 상장은 물거품이 됐다.

 

사건은 역린을 드린 오만한 마윈에 대한 중국 정부의 가혹한 보복으로만 볼 순 없다는 시각도 있다. 중국 금융당국은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를 연상시키는 알리바바의 대출영업 및 유동화 방식을 이미 심각하게 보고 있었고, 그래서 여러 차례 경고도 보냈는데, 이를 마윈이 과도한 규제와 부당한 간섭으로 몰아갔다는 것이다. 원인 제공자는 마윈과 알리바바란 얘기다.

 

시장에서 규제당국과 기업 간의 긴장과 마찰은 어디에나 있다. 미국에도 있고, 우리나라에도 있다. 만약 어떤 기업이 알리바바처럼 결제 플랫폼을 장악한 뒤 금융 전체를 지배하려 한다면, 그리고 너무도 손쉬운 대출이 금융건전성을 위협한다면, 미국 정부나 한국 정부도 시스템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제동을 걸 가능성이 크다. 성격은 다르지만 구글, 페이스북 같은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도 강한 독과점 규제를 받고 있다.

문제는 리스크 자체보다, 리스크를 다루는 중국 정부의 방식에 있다. 리스크가 생기면 완화하고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봉쇄, 불허, 제거해버린다. "리스크 없는 혁신은 없다. (중국 정부처럼) 리스크를 제로로 만들려는 것이 더 위험하다"는 마윈의 지적 그대로다.

 

'중국판 우버' 디디추싱은 당국의 제지를 뿌리치고 뉴욕증시에 상장했다가 이달 초 중국 내 모든 앱스토어에서 퇴출당했다. 중국은 엄청난 개인정보를 갖고 있는 플랫폼 기업들이 해외 증시에 상장할 경우 정보유출과 데이터 보안 위험이 될 수 있다고 봤고, 이 우려는 어느 정도 합리적일 수 있다. 그러나 여태껏 글로벌 진출을 장려해 오다 돌연 해외 상장을 금지시키고 말을 듣지 않으면 과징금에 영업금지까지 가하는 건, 그럼으로써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손실을 떠안기는 건, 시장경제 메커니즘이 최소한이라도 작동되는 나라에선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압권은 사교육 금지 조치다. 지난 24일 중국 정부는 의무교육 대상인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예체능 이외의 모든 사교육을 전면 금지시켰다. 중국 도시 지역의 망국적 사교육 실태는 이미 널리 알려진 일. 과도한 사교육비 부담 때문에 부모들이 출산을 기피, 중국 체제의 불안요인이 된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런 경우 보통의 정부라면 학원 시간이나 수강료를 제한하고 공교육 투자를 늘리는 방식을 택하겠지만, 중국은 그냥 사교육 자체를 없애버렸다.

사교육 금지 정책으로 수많은 중국의 교육기업 주가가 폭락했는데, 주목할 것은 뉴욕증시나 홍콩증시에 상장된 거의 모든 중국 기업 주가가 크게 떨어졌다는 사실이다. 중국 정부의 무지막지한 규제에서 더 이상 안전한 기업은 없다는 불신, 어떤 기업도 제2의 알리바바나 제2의 디디추싱이 될 수 있다는 공포가 시장 전체를 휘감게 된 것이다. 중국 정부가 가장 큰 시장 리스크인 상황이다.

 

미중 갈등이 계속될수록, 중국 정부는 글로벌 시장에 진출한 자국 기업들을 점점 더 강하게 옥죌 것이다. 시진핑 주석은 종신집권이 마침내 실현되는 내년 10월 20차 당대회 전까지 민심이반이나 체제불안을 유발할 수 있는 모든 원인을 제거하려 들 것이고, 이 과정에서 사교육 금지 파동처럼 수많은 기업들이 철퇴를 맞을 수도 있다. 그리고 이 '홍색 규제' 리스크는 글로벌 경제 그리고 한국 경제에까지 끊임없이 나비효과로 나타날 것이다. 과연 우리는 '차이나 리스크'에 대처할 준비가 되어 있나.

 

이성철 콘텐츠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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