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 산불 유감
구 자 문
로스앤젤레스(LA)에서는 강풍이 불고 그때 산불(Wild Fire)이 나서 수천에이커(여의도 면적의 35배) 이상의 산림이 불에 타고, 인근 마을들에 화마가 번져 12,000채 이상의 주택이 불에 타고, 18만명 이상이 격리되는 등 피해금액이 200조원을 넘어가는 유래없는 큰 재해를 입었다. 문제는 이 불길이 아직 꺼지지 않고 바람 방향을 따라 지금도 지속적으로 피해지역을 늘리고 있다는 것이다. 필자는 아직 LA에 머무르고 있는데, 여러 개의 대형 산불 중 하나인 알타디나 이튼지역이 인근이라서 초조하게 산불의 진행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소방관들이 진화에 나서는 한편 경찰/FBI가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는데, 여러 개의 불길 중 한두 곳은 방화자들이 검거되었지만, 다른 곳들은 강풍으로 나무들의 마찰에 의한 자연발화 내지 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들이라고 한다.
발화당시 LA지역에 불던 강풍은 매년 찾아오는 ‘산타아나 윈드’로서 풍속이 50~60mph (80~100km) 혹은 그 이상으로 48시간 내내 불어닥쳤는데, 때로는 최고풍속이 100mph (160km)를 기록한 LA 역사상 가장 강한 바람이었다고 한다. 이러한 강풍이 잠시 소강상태인가 했더니 아직도 반복되고 있어서 진화작업이 지진부진한 것이다. 필자도 강풍에 지붕이며 길가 가로수들이 끊임없이 우당탕 소리를 내어 밤새 걱정했는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 큰 나무들이 부러져 길을 막고 있고, 낙엽과 먼지들이 길가를 휩쓸고 있었다. 이때부터 인근의 많은 동네들이 전기가 나가 가게들도 문을 닫고, 밤이 되니 암흑으로 변했으며, 산불경보를 알리는 문자들이 오기 시작했다. 일부 지역은 어서 집을 비우고 대피하라, 일부 지역은 대기하라 등의 문자였다. 주변 동네의 지인들로부터도 대피한다는 전화, 괜찮으냐는 전화들이 오기 시작했다. 여기저기 산불이 나고 강풍에 걷잡을 수 없을 만큼 불길이 확산되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 집은 다행히 정전지역이 아니었지만, 대피 및 대기지역과 인접했기에 걱정스럽게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는데, 며칠이 지나도 불길이 잡힌다는 소식은 들을 수 없었다. 알타디나/파사디나 쪽의 산불이 필자의 집에 가까웠기에 동쪽하늘이 검은 연기로 쌓이고 재가 날려 걱정이 많았다. 2일 정도 지나자 검은 연기가 점차 사라지는 듯했는데, 불길이 서쪽이 아닌 동남쪽으로 이동하고 있기에 우리 집에서는 그렇게 보였던 것이다. 3일 후부터 필자는 둘째 아들이 있는 샌디에고 인근의 칼스배드로 가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알타디나 인근의 불은 15% 정도 진화가 되고 있다는데, 이곳에서 10명 이상의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가장 큰 피해는 동부 해안지역인 퍼시픽 팰리세이드 지역이며 인근에 위치한 말리브, 벨 에어, 베벌리힐스 등과 함께 부촌 지역인데, 수많은 저택들이 전소되어 안타까움을 주고 있으며, 사망 및 실종자가 수십 명에 이를 것인데, 진화율은 10% 정도라니 걱정이다. 또한 문제는 인근 도시화지역인 산타모니카, 베니스 등지에 일부러 불 지르는 사람들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빈집털이범들이 적지 않다는 것도 문제이다.
우리 한국에서도 요즈음 봄철에 산불이 크게 번져 곤혹을 치르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산에 나무가 많아지기도 했지만, 기후변화로 건기가 오래 지속되기에 담뱃불, 취사 후 남은 불씨 등으로 인한 발화가 산불의 주된 원인이 되고 있다. 등산객들의 취사가 금지되었다고 하지만 이를 잘 지키고들 있는 것인지, 담뱃불들을 잘 끄고 있는 것인지... 10여년전 사회에 불만을 가진 노인 한분이 불을 질러 국보1호인 남대문이 전소되었던 기억이 나는데, 사회가 혼란해지고 경제적인 문제가 커지면서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지금도 기억나는데 몇 년전 베벌리힐스 인근을 온통 태워버린 큰불은 인근에 노숙자텐트에서 발화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범인은 알아내지 못했다.
이번 LA의 산불로 말미암아 LA시, LA카운티, 캘리포니아 주정부 등이 비난을 받고 있는데, 이 같은 규모의 산불대비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소방장비 및 인력을 고용할 예산이 제대로 확보되지 못했고, 소방용수 부족으로 초기진화를 제대로 할 수 없었는데, 현재 캐나다에서 ‘바닷물을 수송해 진화작업을 하는 비행기 수퍼 스쿠퍼’를 지원받고 있는 정도라는 것이다. 가난한 이들이 늘어나니 이들의 의료/주거/식품 등을 지원하기 위한 사회복지예산증가, 빙어 등을 포함한 생태계보전 노력 증대 등으로 기업 및 근로자들의 세금은 크게 늘고 있으나 소방 및 용수확보예산은 오히려 줄어들었으니, ‘그 돈으로 다 무엇을 하고 있느냐’는 불평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어떤 정부에서든 딜레마적인 문제라고 볼 수 있는데, 이 지역 지자체 및 주 정부가 사회복지에 치중하는 특정 정당이라서 이번 산불 문제가 더욱 불거지고 있다. 미중앙정부에는 재난 담당기관(FEMA)이 있어서 즉각적으로 구조/지원 활동을 벌이기로 유명한데, 이번 산불은 너무 규모가 커서 감당이 되지 않고, 화재 보험회사들도 감당이 않되어 문제가 크다는 것이다.
필자도 30년전 우리 집 인근의 산불번짐을 직접목격하기도 했는데, 2번 후리웨이 폭이 100미터는 되는데, 그 거리를 불길이 뛰어넘고 있었다. 그 이후 필자는 매년 불타버린 주변 산야의 생태계를 관찰하고 있었다. 미국에서는 불타버린 생태계를 조림하지 않고 자연 복원이 되도록 하는 편인데, 10~20년이 지나서야 예전 모습이 어느 정도 나타나는 것이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동식물계 전체적인 복원이 이루어지려면 30년 이상 걸린다는 것이다. 우리는 산불로 인한 사망자와 가족을 잃은 분들의 슬픔, 집과 집기들이 모두 불타버린 이재민들이 어려움을 위로하며 이를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 시민들 모두가 산불방지를 위해 노력해야 하지만, 정부의 산불감시, 소방시설 보강, 용수확보, 소방인력 고용 등도 중요하고, 또한 산불확산방지 및 주거지 보호를 위한 토지이용 및 식재 계획도 좀 더 강하게 시행되어야 한다고 본다.
2025년 1월 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