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비 딱따구리 새의 사랑 청초 이용분 (7회)
요즘은 자기가 가진 금융자산의 가치를 지키기가 힘 든다. 수십 대 일로 당첨된 아파트가기대와는 달리 하우스푸어(house poor)를 만들고 은행에 돈을 맡겨도 금리가 형편없이 작다. 그도 세금을 빼고 나면 거의 빈 껍질만 들고 앉아 있는 형국이다.
최근 기족의 의미가 퇴색하여 가정도 세대가 핵분열을 하여 일가구 일인시대에 사는 게별로 이상하지 않게 받아들여지게 되었다. 작고 편리한 오피스텔형의 집을 지어 이에부응하는 풍조도 생겨났다.
숲속에 사는 새들도 예외는 아니게 봄이면 그들도 주택난에 시달린다. 돈을 주고 팔고사는 건 아니지만 기왕에 제가 둥지를 튼 곳을 찾아와 다시 알을 낳고 품는 게 보통이다.독수리나 황새 까치들처럼 헌 나무 가지를 물어다가 큰 나무 가지 위에 얼기설기 걸쳐짓기도 하지만 헌집을 수리하여 쓰기도 한다.
제비처럼 사람이 사는 인가 지붕 밑 처마끝에 질흙과 지푸라기를 섞어 집을 져 놓고 해마다 다시 찾아와 새끼를 까기도 한다.푸른 물 호반새는 호수가 가까운 진 흙벽에 굴을 파서 둥지를 삼고 키워서 남쪽나라 제고향으로 돌아간다.댕기머리 물때 새는 냇가에 자갈돌 몇 개를 엉성하게 모아 놓고 그 위에 알을 까서키우기도 한다.
한편 물닭은 호수 중앙에 물풀줄기를 모아 둥둥 떠 있는 형국의 둥지를틀고 새끼를 까고 물고기나 물 벌래를 잡아 먹이며 살기도 한다.
보통 알다시피 딱따구리는 깊은 숲 고목나무에 구멍을 뚫고 둥지를 트는 새로 알려져있다. 딱딱한 나무 등걸을 그 작은 주둥이로 끝도 없이 쪼아 내어 둥지를 만드는 그끈기에 놀랍기도 하고 얼마나 머리가 아플까하는 의문이 일기도 한다.
어느 날 심야에 본 T.V.자연 다큐멘다리 중에 나온 내용이다.이왕에 있는 한 구멍에 딱다구리와 원앙새가 서로 둥지 쟁탈전이 벌어졌다. 바로맞부닥뜨려 싸우기도 하지만 안 보이는 틈새에 서로 모르게 함께 둥지를 틀었다.
딱따구리는 알을 낳고 암놈이 알을 품은 건 확실한데 원앙새는 알을 낳았는지어쨌는지 아무튼 그들은 옹색하게 같은 대문을 쓰며 동거를 하는 셈이었다.그러는 사이 딱따구리가 부부가 먼저 부화를 한 모양이다. 숫새가 열심히 먹이를물어 나르곤 했었던데 뜻밖에 암놈이 집을 가출 도망을 가버렸다.
노상 둥지에 남아알을 품어야 되는 그 어미 새는 원앙과의 동거가 너무나 괴로웠던 모양이다.드디어 머리에 빨간 베레모를 쓴 듯한 모양의 새끼 딱따구리 새가 구멍 밖으로 주둥이를 내밀고 열심히 짹짹거리며 먹이를 받아먹고 있었다. 숫새 혼자 남아서 열심히새끼를 보살피며 벌래를 물어다가 어렵게 새끼를 키우는 것 같았다.
그런데 그 새끼 새의 주둥이가 매끈하지 않고 쭈그러진 모양새로 아귀가 맞지 않아제대로 먹이를 먹는 게 힘들어 보인다. 커서는 나무 둥걸을 쪼아서 집을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기형이다. 이제는 덩치도 제법 커서 이소(離巢)를 할시기에 이르렀다. 아빠 새가 아무리 먹이를 입에 물고 유인을 해도 이 새끼 새는 집을나올 생각을 안 한다.
어느 날 아빠 새가 새끼 새를 비집고 둥지 안으로 들어갔다. 안 나오려고 버티는 새끼새를 억지로 둥지 밖으로 밀어 냈다. 놀랍게도 떨어져 내리는 새끼 새는 날개도 기형이다. 제 스스로 집을 나오지도 못하고 계속 먹이를 보채기만 하는 새끼 새를 참다못해억지로 밀어 낸 아빠 새는 그만 그 새끼를 버려둔 채 영영 다시는 새끼 새를 찾아오지않았다.
자연은 제 스스로 엄격한 규율 속에 적자생존을 지켜가고 있는 것 같았다.사진을 제작하던 카메라 팀이 대학의 조류 학자를 초청하여 자문을 구했다. 그 비좁은통 나무속 둥지 속에 원앙이 동거하면서 막 부화된 새끼 새를 밟고 뭉게서 새끼 새의여린 주둥이와 뼈가 뭉그러져 기형으로 성장을 하게 되었다.
영양상태도 아주 부실하여제대로 새 구실을 할지 의문이라 하며 대학 연구소로 데려갔다.그 후 그새의 생사를 알 길이 없다. 아무리 미물이지만 알을 품다 말고 도망간 어미 새와 장애 새가 된 새끼 새를 끝까지 혼자 보살피다 종국에는 포기를 해 버린 아비 새의 슬픔이 마음을 아리게 하며 긴 여운을 남긴다.요즘은 대부분의 새가 새끼들 잘 키워 나르는 연습을 하는지 새끼 새의 우지짐이 요란하다.
숲은 아무 일이 없었다는 듯이 여전히 푸르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