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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바람을 맞으며 추억 속의 바다를 그리며

 

구 자 문

직장에서건 집에서건 5~10분 운전해가면 바다이다. 어떤 때는 3~4주 동안 바닷가에 찾지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 일주일에 한번은 바다를 찾는다. 일요일 오후에는 도심해변을 걷는데, 평소에도 시간을 내어 교외해변을 찾기도 한다. 대개는 파도가 잔잔하고 갈매기가 평화롭게 나는 경우가 많지만, 폭풍전후 파도가 높게 일고 거센 바람에 빗방울이 심하게 몰아치는 경우도 있다.

 

며칠째 비오고 바람이 크게 부는 날 영일만항 인근 서핑비치로 나갔다. 보통 볼 수 없는 집채만한 파도가 몰려오고, 방파제 도로 높이까지 파도가 몰아친다. 차문을 열고 우산을 펴려 하나 펼칠 수 없이 그냥 뒤집혀 버린다. 이런 날은 잠시 나가 사진 찍기도 힘든다. 잠시 비바람을 맞으며 서 있다가 다시 차안으로 들어 올 수밖에 없다. 이런 날씨와 파도라면, 만일 먼 바다에서 조난당했다면 아무리 수영을 잘하는 사람이라도 반 시간을 견디기 힘들 것이다. 아직 늦은 오후인데 흐린 날씨와 비바람에 금방이라도 밤이 찾아올 만큼 어두어지고 있다. 차 안에서 파도를 찍어 보는 수밖에 없는데, 사진은 그 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표현해주지 못하니 유감이다.

 

필자는 어릴 때도 지척에 바다를 보고 살았다. 그곳은 갯벌이 크고 조수간만이 큰 서해안 바닷가였다. 걸어서 30분 걸리는 거리였으니 초등생 어린애가 혼자 가기는 좀 먼거리였던 것 같다. 물빠진 널따란 갯뻘에 무수히 널린 것은 왕바리로 불리는 게였다. 물가로 튀어 다니던 것은 망둥어였다. 이를 몇 마리 잡아 집 연탄불에 구워 먹던 생각이 난다. 그곳에서 가끔 데이트하는 어른들도 마주쳤고 나에게 말을 걸기도 했는데, ‘어린애가 바닷가에 왜 혼자 와 있느냐는 질문이었다. 나는 바다를 보려구요대답했는데, 시골애 같지 않은 옷차림에 얼굴도 타지 않은 멀끔한 초등생이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바닷가를 혼자 배회함이 이상해 보였나 보다.

 

중학교를 서울로 갔지만, 방학이면 내려와 역시 바다를 찾았다. 이때는 부모님의 최신형 자전거를 타고 갔는데, 집 근처의 갯뻘 뿐인 바닷가 뿐만 아니라 차로도 30분 이상 걸리는 조개껍질 백사장이 유명한 해수욕장에도 가게 되었다. 물론 사람이 많지 않은 겨울바다를 보러... 1 때는 키가 작아 자전거 페달 밟기가 좀 버거웠는데, 얼마 후 부터는 제대로 타면서 한겨울 인적 드문 4km 길이의 물기 먹은 백사장을 자전거로 파도를 피해 타며 왕래하기도 했다. 천천히 타면 바퀴가 모래 속에 빠지지만 빨리 타면 문제가 없다.

 

그후 미국에 살며 가끔 찾은 곳은 LA 산타모니카 비치이다. 그때는 공부하기도 바빴지만, 박사학위를 끝내고 직장생활을 할 때는 한달에 한번쯤은 토요일 오전에 후리웨이로 한시간 거리인 이곳에 어린 아들들을 데리고 식구 넷이 바다를 찾았다. 거대한 피어 끝에서 바다를 보기도 하고, 피어 안에 있는 소규모 롤러코스터도 타고, 망치로 뿅뿅 개구리 머리치기 등을 하기도 하고, 모래사장에서 파도를 따라 놀기도 했었다. 그때 만난 한 한국인 청년은 홀로 LA에서 직장생활을 하며 근근히 사는데, 마음이 울적할 때는 소주한병 사들고 산타모니카 비치를 찾는다고 했다. 저 멀리 태평양 건너 한국이 있을 거니까...

 

많은 세월이 지난 후 이제 찾는 바닷가는 필자가 귀국하여 30년 가까이 살고 있는 경북 동해안이다. 직장에서건 집에서건 5~10분 운전해가면 바다가 나온다. 집근처에는 죽천해변, 직장에서는 용한리 서핑비치, 칠포비치, 도심에는 그 유명한 영일대해수욕장이 있다. 아들들은 다 성장하여 미국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집사람도 아직 싱글인 아들들 뒷바라지에 주로 미국에 머문다. 필자는 예전대로 캠퍼스에 머물며, 마음이 답답할때는 해변을 찾는다. 주로 서핑비치이다. 이곳은 파도가 크게 몰아칠 때가 많아 파도를 구경하러 오는 것이다. 주말에는 절친인 미국인 친구 부부와 도심해변을 걷는다.

 

포항의 도심해변인 영일대해수욕장은 해안가에 높고 낮은 호텔, 레스토랑, 카페 등이 늘어섰고, 1.5km의 백사장과 해변길에는 갖가지 시설들이 들어서고 많은 이들이 걷는다. 긴 석조 피어 끝에는 2층 누각이 웅대하게 자리 잡고 있고 바다에서는 요트, 세일보트, 해상오토바이 등 해양스포츠를 즐기는 이들이 많다. 그 옆 장미원에서는 갖가지 장미들이 피어 있고, 넓은 광장에는 갖가지 행사들이 열린다. 이곳을 찾는 이들은 사시사철 많은데, 어떤 이들은 이른 아침부터 맨발로 걷고 쓰레기를 치운다. 어떤 이들은 모래사장을 걸으며 수많은 갈매기들과 숨바꼭질을 한다.

 

폭풍이 가신 후 다시 바닷가로 나갔다. 용한리 서핑비치이다. 아직도 파도는 거센 편이나 백사장 저만치로 바다는 물러가 있다. 바닷가에는 태풍에 떠 밀려온 해초들로 범벅이 되어 있다, 물가는 온통 해초로 검푸른 빛을 띄고 있다. 이것들을 누가 다 치울 수 있을까 걱정도 된다. 아마 해변 동네사람들 혹은 지자체에서 인력을 동원하여 수많은 해변의 해초들을 치우게 될 것 같다. 필자가 익숙히 부르는 노래들이 바다를 배경을 하고 있다. 파도가 밀려오는 바위섬~, 내 고향 남쪽 바다~, 돌아오라 소렌토~, 이 지역의 바닷노래 영일만 친구야~, 그리고 선친께서 흥겹게 부르시던 어서 가자 가자 바다로 가자~’ 등이 귀에 들리는 것 같다. 바람이 강해서 내가 목청 높여 노래를 해도 내 귀에도 잘 들릴 것 같지 않지만 큰 소리 내어 불러도 본다.

 

 

 

 

2024년 9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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