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농문화

1970.01.01 09:33

살며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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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며 생각 하며...

      날씨는 으슴프레 전형적인 겨울 날씨다.
      하늘에선 금새 눈이라도 내릴것 같지만 그럴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동네 어귀의 나무들은 그 화사하던 잎새를 모두 떨구고 이제는 발가벗은
      裸木이 되었다. 화려한 무대 의상을 벗어 던진 舞姬들 처럼....

      아파트 부엌 창 넘어로 내려다 보이는 풍경이 황금색으로 아기자기 하고
      그 화려하던 가을 단풍나무들의 예쁜 빛들은 오간데 없고 이제는 온통
      검갈색의 거무튀튀한 색조로 바뀌어 마치 서양의 옛날 명화 풍경화들을
      보는 듯 대체로 약간은 음울한 분위기를 자아내기 조차 한다.

      이제는 힘이 들어서 그만 하고 만들어서 파는것을 사 먹으리라 작정을
      해 보지만 몇 십년을 해온 행사이기에 그게 그리 쉽게 그만두게 되지를
      않아 결국 올해도 메주를 쑤기로 하고 가까운 동네 슈퍼에서 국산 콩을
      사다가 씼어서 물에 담궈 놓았다.

      하루 밤쯤 불려야 불에 올려 놓고 끓여서 익힐때 빨리 잘 익기 때문이다.


      그전에는 의례히 국산 콩이었으니 의심의 여지도 없이 편하게 쌀가게에서
      사다가 조리로 일어 보면은 무게가 더 나가라고 일부러 더 넣었는지 어쩐지
      한 웅큼씩 콩보다 좀 작은 차돌이 나오곤 했었는데 하고... 생각이 나서
      조리로 일어 보니 그전 처럼 많지는 않지만 역시 잔잔한 돌들이 나온다.

      나도 키질을 해 보아서 알지만 철저하게 가릴려면 농부가 돌이 안 들어
      갈수있게도 할수 있으련만 역시 아직도 몇 개의 돌이 끝에 남아서 나온다.
      그나저나 중국산 콩인지 미국산 유전자 콩인지 알수도 없지만 만들어
      놓은걸 사서 먹는다면 게다가 방부제를 첨가했을 확률이 십중팔구 일터이니
      그나마 늙마에 건강을 생각한다면 집에서 만드는게 최상이리라.

      요사이는 식품영양학자들이 이리저리 분석한 결과 콩식품 속에 딴 식품에는
      없는 귀한 영양소가 많이 들어 있는게 알려지고는 크게 각광을 받아 우리
      된장에 대한 인식도 너무나 달라져서 한국 음식점에 가면 꼭 밥상 한 중간에
      보골보골 끓는 된장찌게 뚝배기가 입가심 처럼 끼어 나오고 하루라도 이를
      안 먹으면 어떤 말처럼 입안에 가시가 돋을 지경에 이르렀다.
       
      예전 내가 어릴적 어머니가 살림을 하실때에는 커다란 가마솥 처럼 우묵한
      무쇠로 된 왜식 목욕탕에 콩을 씼어 앉치고 커다란 나무뚜껑을 덮고 장작불을
      한나절을 때서 메주를 아주 많이 쑤시곤 했는데 콩이 익을 무렵이면 온 집안이
      김이 자욱이 서리며 구수한 냄새를 풍기면서 익어 가면 형제들마다 그릇에
      각각 구수하고 약간은 달착지근하게 푹 무른 갈색 메주콩을 담아 주시면
      오손도손 맛있게 먹던 생각이 떠오른다.
        
      지금 사람들은 상상도 못할 일이지만 별 다른 간식거리가 없던 어려운
      그 시절 우리 나이 또래 어른들은 모두 그런 추억이 있으리라 믿는다.

      그 후로 결혼을 하여 세 아이를 낳아서 키우며 어느 해 겨울인지 큰 아이가
      그 당시 高三이었던가 마침 겨울 방학이어서 집에서 공부를 하고 있었는데
      부엌 문 밖에는 흰눈이 펄펄 내리던 날 메주콩이 다 익어서 찧게 되었기에
      아이를 불러 시켜 메주콩을 찧게 하고 흩어지는 걸 줏어 담으며 같이 메주를
      만들었는데 마침 레디오에서 지금 그 가수 이름은 잊었는데...
      음 ... 김세화 라는 가수였나....

      '눈물로 쓴 편지는 읽을 수가 없어요... '
      노래를 따라 같이 부르면서 메주를 찧던 생각이 떠오른다.
      그 당시 한참 뜨던 노래를 듣던 추억이 새롭다.

      그 후 매번 메주를 쑤워 찧을 때면 눈이 펄펄 오던 날 메주를 찧면서
      아이와 함께 듣던 그 노래가 생각이 나서 아이와 같이 종종 그때 이야기를
      나누면서 평화롭고 즐겁던 그 시절을 떠올리곤 한다.

      아파트에 사니 이제 메주를 쑤면 절구통 대신 커다란 스텐레스 다라이에
      콩을 담아서 절구공이 대신 유리병 밑을 깨끗이 닦아서 그걸로 문지르듯
      콩을 욱겐것을 도마에 올려놓고 네모난 메주를 만들양이면 아들대신 이제는
      내가 힘 든다며 김장 담그기도, 메주 쑤기도 말리는건 물론 살림하기가
      힘 든다면서 웬만한건 다 사먹으라 말리며 도우며 노후를 같이 하는
      백발이 성성한 나의 남편이 대신 메주를 찧어 줄 터인데 ....

      이제는 무슨 노래를 들으면서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야 될까 생각해 본다.^^ 




                                                06년 12월 청초(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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