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저녁, 나의 광장(넓은 베란다)에 차 한잔을 들고 나가 앉으니,
한 낮의 치열한 열기를 삭이어 주는 바람이
아직도 땀 밴 머리 속을 스치고 지나간다.
한두 올 날리는 머리카락 사이로 오늘의 나른함과 고단함이 빠져나가는 것 같다.
바로 앞의 핼스장에서는 날마다 댄스 음악이 흘러나와 하도 듣다 보니
나도 모르게 `반만 나를 믿어 봐~~` 라고 흥얼거려서 내 스스로 놀랐지만
오늘 같은 저녁엔 특별히, `Both Sides Now`
예전에 즐겨 들었던 이 노래가 새삼 듣고 싶어졌다.
이 노래에 나오는 것처럼 `구름` `사랑` `인생`...
모든 것에는 다 양면(both side)이 있기 마련이다.
산다는 것은 `그렇다`는 것을 알아 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지금 불어주는 `바람`만 해도 그렇다.
더위에 지친 내 몸에는 시원함을 주지만
애써서 밝혀 놓은 저 `초`에게는 치명적인 위협이 되고 있는 것이다.
나의 사랑하는 가족, 친구, 이웃이
곁에 있다는 것 자체로 기쁨이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고통이 되기도 하고, 힘겨운 부담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자기가 알고 있는 한 면(one side)만 바라보며
오해하고, 착각하며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기에 여전히 `사랑`을 `인생`을...
전혀 모르겠다고 고백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 노래 말미가 그렇게 끝난다)
모든 것의 양면 중에
어떤 쪽으로 어떻게 작용하고
어떻게 받아들이는 가는 자신의 몫이지만
그것이 자신의 `삶의 질` 농도를 결정해주는 것은 아닌가 하고 생각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