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면서 우리는 열라 많은 포기를 하게된다.
그간의 노력을 집착이었다 여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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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에 한 번 열리는 컴터 강좌.
체계적인 커리큘럼도 없지만, 그분들은 어려운 길을 찾아오신다.
배우는 사람이라고 해봐야 여덞명이 전부다.
네분은 지체장애를 겪고 계신분들이고, 한분은 좀 나이가 많으신 어르신, 그리고 외향으로는 장애를 판단하기 힘든 세분이 계시다.
처음 내가 이 일을 시작했을때는,
그저 컴퓨터를 누군가에게 가르쳐준다고만 생각했다.
준다고만...
나는 그분들과의 교감 자체를 상상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교육을 시작했다.
그리고 첫 시간을 마친 나는 그분들께...
`주위에 피씨방많으니까 종종 가셔서 복습하시면 될겁니다.`
찬물을 끼얹은 듯.. 갑자기 썰렁해졌다.
그분들은 한번도 피씨방이라는 곳을 가보지 못했던 것이었다.
눈이 잘 안보이신다는 어르신은 종종 마우스의 화살표를 잊어버리신다.
아직 영어의 알파벳을 모르시는 분도 있어서, 쉬프트 키니.. 탭키니 하는 말을 쓰기가 뭐해질 때도 있다.
일주일에 고작 두세시간 배우는 것이어서 다음주면 거의
반을 까먹기에 언제나 수업의 한시간은 복습시간이다.
무모하다는 생각이 가끔 들 정도로
지루하게 진도는 나가지 않는다.
오히려 내가 조바심이 나 미칠지경이었던 적도 있었다.
아마도 그때의 나는 대단히 이기적이었나보다.
아니 그것뿐만 아니라... 졸라 엘리트의식에 빠져있었다.
내머릿속에는 `함께`라는 단어는 너무나도 생소한 단어였었다.
크리스마스 전날밤 케익을 사들고 그분들이 모이신 집에 찾아갔다.
정말 의외라는 표정으로 맞아주셨는데...
나도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살다보면 이유없는짓을 종종 하는게 사람 아닌가?
암튼...
그날 그분들과 술잔을 기울이며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중에서 나이가 지그시 드신 분이 말씀하시길...
자신은 한번도 포기한적이 없으시단다.
포기라는 걸 생각하면 분통이 터져서 아얘 떠올리지도 않는단다.
그리고 이어 말씀하셨다.
지금 복지관에서 배우는 컴터 수업에서 자신은 영어 알파벳도
모르기에 남들 자판 누르는거 따라서 비슷한데를 찍으며 배운단다.
그래도 초조하거나 답답한 적은 없단다.
왜냐면 다른 사람이라면 미칠 것 같은 그런 상황에도
자신은 포기하지 않았으므로...
그리고 자신의 자식들에게도 포기라는 것을 모르고 살게하려면
자기부터 모범을 보여야한다고...
그 시간 만큼은 나같은 천하의 망나니도 진지해질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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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는 한글97을 배운다.
저번주에 달력만들기를 배웠는데
오늘 해보니 표만들기도 잘 안된다.
그래서 우린 다시 해본다.
다시...
왜냐하면...
포기라는 말을 까먹어버렸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