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계절이 바뀔 때마다 한번은 꼭 찾아가는 곳으로 Pigeon Point 가 있다. 캘리포니아 Highway
One 은 해안을 따라 달리는 길 주변의 아름다운 경치로 유명한 데, 샌프란시스코와 산타크루즈의
중간 쯤에 위치한 Pigeon Point 는 오래된 등대와 함께 주변의 풍경이 사 계절 언제나 아름답다.
5 월의 Pigeon Point 에는 노란색과 분홍색의 큰 ice plant 가 만발하여 해안을 덮는다.
주말에 이곳을 찾아 ice plant 가 덮인 해안과 등대의 사진을 찍는 데, 예전에 보지 못했던 벤치
하나가 파도가 부서지는 바닷가 벼랑 가까이에 놓여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Monterey 와 Carmel, Santa Cruz 등의 해안에는 자동차 드라이브 길과 함께 사람들이 걸을 수 있는
산책로가 만들어져 있는 데, 이 산책로 곳곳에는 벤치들이 놓여 있다. 그리고 이 벤치들에는
벤치를 위해 비용을 기부한 사람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어떤 벤치에는 이곳 바다와 풍경을
사랑하다 세상을 떠난 사람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기도 하다. 아름다운 해안길을 걷다가 벤치에 앉아
쉴 때면 이 벤치를 만들어 준 사람들의 아름다운 마음을 느끼곤 한다.
Pigeon Point 바닷가에 놓인 벤치는 모양과 색칠을 볼 때 최근에 설치한 것 같으며, 이곳은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도 아니고, 산책로가 있는 곳도 아니었다. 그러나 매년 5 월이면 ice plant 가 만발하여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주는 곳이다. Highway One 에서 바닷가 쪽으로 제법 들어와 있어 쉽게
눈에 띄이지 않는 곳이지만 이곳의 아름다운 풍경을 아는 사람들은 카메라를 들고 찾아 온다.
넓은 ice plant 꽃밭과 바로 눈 아래에서 부서지는 태평양의 파도를 즐길 수 있는 자리에 놓인
벤치에 앉아 이 벤치를 이곳에 놓아 준 사람의 마음을 느껴 본다.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아름다움을 편안하게 즐길 수 있도록 배려를 해주는 사람의 감성이 고맙고 또 부럽다.
등대 옆의 전망대에서 내려다 보이는 바위 섬에는 elephant seal 가족들이 평화롭게 뒹굴고 있고
바위 섬 끝에 앉은 갈매기도 한가로움을 보여 주는 데, 마침 해안 가까이 접근한 고래 한 마리가
눈에 들어 왔다. 공중으로 수증기를 내뿜고 바다 속으로 들어 갔다 나왔다를 반복하며 고래는 유유히
북쪽으로 헤엄쳐 나갔다. 오늘은 운이 좋은 날이다. (//blog.naver.com/ny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