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자에게 강하고 강자에게 약한 민족"
지하철을 타고가다 보면 수시로 방송이 흘러나온다.
지금 판매행위 중이신 이동상인께서는 즉시 하차하여 주시고
아울러 승객 여러분들게도 부탁의 말씀을 드리니
지하철 내 상행위를 근절하기 위해서 이동상인들의
물품을 구매하지 말아주시기를 간곡히 부탁한단다.
내가 만약 물품을 팔던 중 그 방송이 흘러나와서 내려야 한다면
그 모멸감을 어찌 감당할까 생각만 하는 것으로도
스스로 얼굴이 화끈거림을 억누를 길이 없다.
같은 백성에게 너무 가혹한 것은 아닐까?
그러나 생각해보자!
경제가 어려운 것은 세계적인 현상이려니와
그 피해는경제의 하부구조부터 올라올 것이다.
고객이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는 물건을 들고
승객들의 냉대 속에서 차내부를 다녀야 하는
영업인들의 속은 얼마나 타들어가겠는가?
그에게도 먹여야 할 자식이 있을 것이며
오갈 데가 없어진 노모가 집을 지키고 계실 수도 있을 것이며
혹 단돈 몃십만원인 월세를 내지 못해 거리로 나앉을 수도 있으려니와
단칸방의 물과 전기가 끊긴지가 꽤 오래일 수도 있다.
그들이 파는 물건이라고 해서 다 불량품들이 아니며 때로는
의욕있는 기업인이 개발한 신제품으로 마케팅에 필요한 자금을 구하지 못해
이런 점조직을 이용해 고객들에게 파고드는 전략일 수 도 있으며
실제로 대단히 실용적인 물건을 염가에 살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하다.
실제로 내가 구입한 몇가지 물건은 몇 해가 지나도록 애용하는 것들이 있는데
허리에 차고 등산을 갈 때 지갑과 휴대폰을 지닐 수 있는 벨트와
약을 칠하지 않고 문지르기만 하면 구두가 윤택해지는 구두솔도 몇년째 애용하고 있다.
그들은 주로 승객이 붐비지않는 시간대를 택해 활동하므로
승객들에게 미치는 피해도 별무하며 인기팝송을 이백곡 담은 CD를
단돈 만원에 사지못한 것을 지금까지 두고두고 후회하고 있다.
한때 흥행하던 포장마차가 길거리에서 사라진지가 꽤나 되었다.
가난하고 고독하기만 한 샐러리맨들의 주린 배를 싸게 채워주던 포장마차가
길거리의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구와 시에서는 철거용역을 동원하여
이들이 강제로 철거 당하는 장면을 심심치 않게 목격하곤 하던 시절이 있었다.
이들을 강제로 철거할 것이 아니라 추첨 등의 방식을 통해
업자들을 선정한 후 철저한 위생교육과 지정된 booth를 허용해
산뜻한 모습으로 재개장했더라면 샐러리맨들의 하루의 울분도 토할 겸
서울시의 명소로도 자리잡을 수 있지 않았을까?
이 두 경우에서 보았듯이 약자에게는 동정과 연민 보다는
몽둥이를 휘두르는 비열한 약자의 근성을 보여주고 있다.
나는 유사한 현상을 김호중에서 보고 있다.
형사피의자는 지은 죄가 아무리 중한들 그도 인간인 바에야
자기방어권이라는 것이 있어 사회는 그에게도
최소한의 법적예의를 갖추어야 할 의무를 갖는다.
그리고 우리 형법상 피의자를 구속하려면 반드시 두 조건 하에서만 가능한데
그를 풀어주었을 경우 도주와 등거인멸의 가능성이 있을 경우에 한하고 있으며
그 이외에는 불구속수사를 원칙으로 하고 있댜.
그의 음주사실은 밝혀진 바 있으며 범죄행각은 고스란히
CCTV에 수록된 바 있으므로 인멸할 증거도 남아있지 않으며
더욱 그가 도주할 가능성은 추호도 없으니 이 세상 어디로 그가 숨어들겠는가?
사람을 살해하고도 고작 몇년이면 풀려나는 솜방망이 판결을
흔히 보는 판국에 심지어 어떤 매체는 그의 범죄행각이
삼십년 짜리 중형에 해당한다며 확대해석 하고 있다.
누가 뭐라한들 그는 우리사회에서는 약자그룹에 속한다.
어려운 횐경에서 자랐으며 학력이라고는 고졸이 전부다.
또 그가 가진 것이라곤 오로지 목소리 하나 밖에 없으며
또 그에게는 그를 지켜줄 빽도 없으며 배경도 약하다.
대체로 인간은 자신도 노력으로 소유할 수 있는 것에 대해서는
그리 시기심이 없는 법이나 자신의 노력으로 쟁취할 수 없는 것을
가진 자에게는 극도의 시기심을 갖는 법이다.
두뇌가 그렇고 용모가 그렇고 카리스마가 이 범주에 속하며
음성도 자신의 노력만으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며 타고나야 하는 부분이 많다.
프랑스의 철학자 La Rochefaucauld 는
잘 나가는 친구의 몰락이 싫기만 한것은 아니라는 말을 했는데
대중은 미인에게 환호하면서도 미인의 몰락에 쾌감을 느끼는 법이므로
비극의 주인공은 반드시 미인이어야만 하는 조건이 따르는 법이다.
그 동안 환호하면서도 은연 중 마음 속으로 시기하던 그의 몰락에
많은 대중들이 환호하고 있으며 검찰도 이런 대중심리에 편승하여
그를 구속함에 별 부담을 느끼지 않았던 듯하다.
무기징역도 모자랄 어떤 인간들은 태양 아래 활보하며
온갖 부귀영화를 다 누리는데 목소리가 전부인 어느 약자는
이미 보상절차도 다 끝나 피해자도 없는 범죄에 징역을 살고 있다.
법을 왜 법망이라 부르는지 알 듯하며 강자에겐 약하며
약자가 좀 뜨는 듯하면 짓밟아 뿌리 채 뽑아야
직성이 풀리는 배달겨레의 추한 면을 보고 있다.
한때는 국보급 가수라더니 젊은이에게
좀 자선을 베풀면 큰 일이라도 난다는 말인가?
<知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