년말이면 태평양 해안을 찾아 석양을 보며 한 해를 마무리하는 것이 연례행사가 되었다.
올 해도 내가 좋아하는 장소이며, 사 계절 자주 찾는 Pigeon Point 등대를 찾아 바닷가 절벽 위에서
석양을 바라보며 한 해를 돌아 보았다.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고, 바람도 바다도 잔잔한 날씨에서 태양은 찬란하게 빛을 내며 천천히
수평선으로 내려 앉기 시작했다. 태양이 수평선에 가까와지면서 파란 하늘은 서서히 노란색으로
변하고 또 강렬한 황금색으로, 그리고 붉은색으로 변해 갔다.
구름없이 깨끗한 하늘에서 태양은 수평선 아래로 내려 갈 때까지 빛의 강렬함이 사그러지지 않은 채
사방으로 황금색을 뿌렸다. 태양이 바다 아래로 가라앉자 하늘은 곧 붉은색으로 곱게 물들었다.
나 자신의 삶도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며 빛의 밝음이 퇴색하지 않고 주변을 밝혀주다가
간단하고 미련없이 그 빛을 거둘 수 있게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올 해는 내가 오랫동안 공부하고 추진해 왔던 인간 감성에 기반을 둔 '창의적 기술 개발과 창업' 과
'창의적 인재 육성' 이라는 주제가 새 정부의 '창조 경제' 라는 방향과 많은 부분이 일치되면서
분주한 시간을 보냈다. 작년부터 계획하고 추진해왔던 고려대학교 창업중심 교육 과정에서의
'창의적 소프트웨어 설계' 강의를 시작으로, 국내 대학, 연구소, 국제행사 등에서의 강연과
언론 인터뷰, 실리콘 밸리를 찾아 온 정치, 경제, 교육, 언론 분야 사람들과의 만남 등에서
그동안 내가 정리해 온 '창의적 기술 개발과 창업' 에 대한 방법론을 여러 사람들과 이야기할
기회를 자주 가졌다.
그러나 여러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고 돌아오는 길은 대부분 아쉬움과 허전함과 함께 였다.
새로운 개념의 창의적 방법을 이야기하기 위해 기존의 방법이 가진 문제점을 설명하다 보면
본의 아니게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일이 있다. 많은 경우 사람들은 내가 뒷 부분에서
이야기하는 개선 방안에 대한 내용보다, 앞 부분에서 이야기하는 비판적인 이야기에 흥미를 갖고,
언론들도 내 인터뷰에서 이런 비판적인 부분을 강조하는 기사를 주로 게재하곤 하였다.
내가 진지하게 진행하고 있으며 또 추진하려는 내용은 거의 전달되지 못한 채, 다른 사람들을
비판이나 하는 존재가 되어 버린 안타까움이 많았다.
이런 내 이야기가 언론등에 공개되면서 여러 사람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한 것도 미안하였다.
여러 사람들 앞에서 화려한 조명을 받는 것을 즐기다 보면 자신의 공부와 관리에 소홀해진다는
성현들의 말씀을 떠 올리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공부는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다.
말을 앞세우는 것 보다 행동과 결과로 보여주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진실을 다시 깨달았다.
사람들 앞에 나서기 보다 겸손한 마음으로 책과 논문, 글들을 읽으며, 주변으로부터 더 많이 배우려
노력하며 하반기를 보냈다.
한 해 동안, 이루려했던 많은 일들이 마무리 짓지 못한 채 새해로 넘어 간다.
공부와 회사의 일들, 가족들과 나 자신의 일들, 내 미래에 대한 일들, . . . . . .
지식과 지혜, 욕망과 절제, 아름다움을 찾는 삶, 마음과 몸의 건강, . . . .
새해에는 보다 현명한 판단과 지혜를 가지고 무리가 없는 생활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삶의 즐거움과 행복을 함께 가질 수 있는 욕심도 다시 가져 본다.
마지막 순간까지 강렬한 빛을 잃지 않는 오늘의 태양같이 하루 하루가 밝을 수 있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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