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CLA 에 다니는 둘 째 딸을 LA 에 데려다 주는 것을 핑계로 평소 가 보고 싶었던 시에라 산맥 동쪽을
둘러 보기로 하고 계획을 세웠다. 산호세에서 LA 로 갈 때에는 101 번 도로를 따라 가면서, 중간에
조개잡이와 모래사장이 유명한 Pismo Beach 와 미국 속의 덴마크로 잘 알려 진 Solvang, 그리고
해안 풍경이 아름다운 Santa Barbara 에서 잠간씩 쉬면서 갔다. LA 에서 돌아 오는 길은 모하비
사막을 거쳐서 395 번 도로를 따라 북쪽으로 달리면서 Death Valley 와 서부 영화의 촬영 장소로
유명한 Alabama Hills 를 돌아 보기로 하였다.
Alabama Hills 는 Lone Pine 이라는 작은 마을과 미국 대륙에서 가장 높은 산인 휘트니 산(Mountain
Whitney) 사이에 위치하고 있다. LA 에서 아침 늦게 출발한 덕분에 모하비 사막을 지나 Death Valley
입구애 도착했을 때에는 오후 3 시가 넘었다. Death valley 의 살인적인 더위를 피할 수 있어 괜찮을
것이라는 생각과 함께 Death Valley 로 진입하는 길로 자동차를 몰았다. 메마른 땅과 바싹 마른 작은
나무들 사이로 길은 끝없이 뻗어나가고, 간간히 조슈아 나무들이 이곳이 사막지역임을 확인시켜
주었다. 평지로 된 사막과 3000 미터 높이의 산을 교대로 달리고 넘기를 2 시간 반, 드디어 Death
Valley Visitor Center 에 도착하였다. 그동안 본 것은 황량한 사막과 험준한 바위산, 그리고 모래
언덕 뿐이었다. SUV 도 산을 넘을 때에는 높은 고도와 경사길에서 힘을 쓰지 못하고 속도를 줄여야
하였다. Death Valley 의 본격적인 볼거리들은 이제부터 시작이고, 유명한 Dante's View 와 Bad Water
등을 돌아 보려니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시간만도 자동차로 30 분 이상이 소요되어 예정된
여정을 소화하기 위해서 Dante's View 입구에서 자동차를 돌려야 하였다. 온 길을 되돌아 다시 사막과
산을 넘어 하룻밤을 지내기로 한 Lone Pine 에는 어둠이 깔린 후에야 겨우 도착하였다.
아쉬움이 컸고, Death Valley 의 명칭을 실감한 경험이었다.
다양한 형태의 거대한 바위들이 모여 있는 Alabama Hills 는 이른 아침에 구경하는 것이 좋다고 하여
아침 일찍 숙소를 나섰다. 14491 피트 높이의 휘트니 산을 배경으로 거대한 바위들이 아침 햇살을
받아 다양한 모습을 보여 주고 있었다. 9월 중순의 휘트니 산에는 아직 다 녹지 않은 눈들이 희끗희끗
쌓여 있고, 비포장 도로 주변의 바위들은 그 크기와 다양함을 카메라로 담아 표현하기에 한계를
느끼게 해 주었다. 시간 여유를 가지고 다시 사진을 찍으러 오겠다고 마음 먹고 이곳을 떠났다.
395 번 도로는 왼쪽에는 14000 피트 높이의 산들이 병풍처럼 선 시에라 산맥을 바라보고, 오른쪽은
평원과 호수, 멀리 보이는 낮은 산들을 바라 보면서 달리는 길이다. 잘 포장된 길을 따라 3 시간 정도
드라이브를 하는 동안 가을 단풍과 겨울 스키로 유명한 Mammoth Lake 와 June Lake 를 지나고,
지난달에도 들렸던 Mono Lake 가 보였다. 지난 8 월에 Mono Lake 를 방문했을 때에는 하늘에 흰
구름이 많았는 데, 오늘은 구름 한점 없는 하늘이라는 것을 핑계로 다시 Mono Lake 의 남쪽 tufa
지역을 찾았다. 호수물은 여전히 투명하지만 지난 8 월보다 회색빛을 좀 더 많아 진 것 같았다.
Mono 라는 이름의 검은색 파리들도 숫자가 더 많아졌고.
해발 9945 피트 높이의 Tioga Pass 를 넘어 요세미티 국립공원으로 가기 위해 다시 SUV 의 시동을
걸었다. 언덕길에 들어서자 앞과 옆에 보이는 산들에 흰 눈들이 군데군데 보였다. 이제 한 달만
있으면 이 산들에는 눈이 쌓이기 시작할 것이고, 긴 겨울의 고요속으로 빠져 들어갈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숨을 헐덕이는 자동차를 달래가며 Tioga Pass 를 넘었다. 화강암 바위산과 높은
나무 숲 사이 길을 따라 2 시간 여를 달려 요세미티 계곡에 들어섰다. 요세미티는 여름에 볼거리가
가장 빈약하다. 여러개의 웅장한 폭포들도 물이 줄어 말라 버리거나 겨우 명맥만 유지하고 있고,
계곡의 물도 줄어 멋있는 사진을 얻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이곳은 전 세계에서 모여든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서둘러 계곡을 한바퀴 돌며 몇 장의 평범한 사진들을 찍고 요세미티를 떠났다. 그리고
3 일만에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4 시간의 드라이브가 남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