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 좋은 날은 기분이 좋아 잠이 안오고 피곤한 날은 피곤해서 잠이 안오고 이래저래 잠이 안온다. 낮에 정형외과의사 규성씨와 무릎에 관해서 통화를 하고나니 걱정거리가 없어지고 갑자기 무릎이 다 나은 느낌이 들고 기분이 좋았다. 사람의 마음이란 이리 간사한 것인지...
수퍼에서 이것저것과 함께 열무 한 단 배달시켜 풀 쑤어 김치를 담궈놓고 어제 못한 도서회원증을 만들기로 하고 7분거리에 있는 도서관을 20분이나 걸려서 갔다. 엎어지면 코닿을 곳에 있는 도서관을 처음 찿다니.....
작년엔 안성시립도서관에서 도서회원증을 만들어 가끔 이용하곤 했었는데 그곳은 벚꽃이 피어있는 길을 따라 저수지도 지나고 논둑길도 지나는 아름다운 길이었다. 혼자 콧노래도 부르고 개망초꽃을 한아름 따서 가슴에 안고 헤밍이랑 뻐찌도 따먹으며 다니곤 했었다. 도서관에서 둘이 한의자에 앉아 영화도 보았었다.
정자공원옆에 대리석과 푸르른 나무들에 둘러싸인 낮고 세련된 건물이 도저히 도서관같지가 않다. 정면에 현판이 얌전하게 '북수원지식정보도서관'이라고 붙어있어 이름도 건물도 내머릿속에서는 낯설어 이곳이 맞나하고 머리를 갸웃거리며 들어서니 모든 것이 지식정보라는 이름에 걸맞게 최신식이다.
회원증을 만들고 책을 찿아보는데 역시 장단점이있다. 안성시립도서관은 깔끔하면서도 아늑하고 시내랑 멀리 떨어져있어서 꼭 책을 원하는 어린이나 어른들이 오기때문에 도서관분위기가 흠씬나는 방면 이곳은 최신식으로 모두가 전자씨스템으로 되어있고 재작년에 신축되어 크고 깨끗하지만 대학과 초중고교가 바로 근처에 있어서 공부하러 오는 학생들 공부방같은 분위기라 약간 아쉬웠다. 서가에는 방학이라 학생들이 학교에 제출할 시간때우기 자원봉사하느라 어수선하다.
도서도 빌려가는 인원이 많아서인지 오히려 부족한 면이 많다. 컴퓨터에 관한 책들 중에서 보기 쉬운 것은 다 나가고 이해가 잘 안되는 고급만 있고 아랫층 도서관 좌석은 물론 열람실까지 공부하는 학생으로 가득찼다. 주객이 전도된다고 잠시 열람하는 사람들은 책상없는 간이의자에 앉아본다. 나도 잠시 문학잡지류를 보다가 아무래도 다리에 무리가 가서 포기하고 책을 빌렸다. 오랫만에 일본어책 한권, 김용택시인의 산문집 그리고 귀한책, 캐더린 핼렌의 '패션 일러스트레이션'을 발견해서 기뻤다. 도서회원증을 입력시키고 책을 전자기계에 올리니 저절로 입력이 되면서 내가 빌린책의 목록이 영수증이되어 나온다.
와~ 지식정보도서관이란 이름을 써도 손색이 없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이 영수증만 모아두면 언제 어느때 내가 읽은책 목록을 한눈에 쉽게 알 수 있겠다.
돌아와서 다시 인터넷에 ID를 넣어 가입하고 나만의 방을 만들었다. 정말 가까운 곳에 도서관이 있다니 기분이 너무 좋다.
*참고로 북수원지식정보 도서관은 수원시 정자동 대평중학교 맞은 편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