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작가 앨런 테거(Allan Teger)의 홈페이지 바디 스케이프스 (www.bodyscapes.com) 에는 누드사진이 즐비하다. 여성의 가슴이나 엉덩이 등을 촬영한 것이 대부분이고, 게다가 예외 없이 클로즈업 작품들이다. 실망할 독자가 없지 않겠지만, 그러나 테거의 사진들은 전혀 야하지 않다. 대신 아주 유쾌하고 기상천외하다. 테거의 작품은 신체를 코믹한 놀이터로 뒤바꾸는 것이 목적이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여성의 풍만한 가슴을 클로즈업한 사진이 한장 있다. 그런데 작은 인형 두 개가 마치 암벽타기를 하듯 가슴을 오르고 있다.
한 남자가 작은 연못에 낚싯대를 드리운 것처럼 보이는 사진작품도 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그 연못은 물이 담긴 여성의 배꼽이고 남자는 작은 인형이다. 또 근접촬영한 엉덩이 위에서는 북적이며 신나게 스키를 타는 사람들이 보이고 케이블카도 엉덩이 위를 지나가고 있다.
이런 식으로 테거는 신체를 사자 사냥터로 만들고, 때로는 낙타도 쉬어 가는 오아시스나 근사한 휴양지로 뒤바꿔놓는 것이다. 의외인 것은 이 작품들이 컴퓨터그래픽 기술을 통해 합성한 것도, 다중 노출로 장난친 것도 아니라는 점이다. 장난감이나 미니어처를 직접 사람 몸에 올려놓고 단번에 찍은 사진들이다.
작가는 왜 이런 사진을 찍는 것일까. 예술작품은 즐거움과 심각한 느낌 양자를 동시에 줄 수 있다고 앨런 테거는 말한다. 보디 스케이프스의 사진을 보면 우습기도 한 동시에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어딘가 심각한 느낌이 든다. 성의 도구로 활용되는 특정 신체부위가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는 점 때문에 관람객들은 낯선 자극을 받게 되는 것이다. 몸에 대한 새로운 지각을 갖게 될 것이니 바디 스케이프스는 분명 서핑할 만한 가치가 있는 사이트다.
{BGM : Johann Strauss, Jr / Annen Pol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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