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제가 좋아하는 작가 김훈의 '자전거 여행' 중
산수유에 대한 그의 묘사 입니다~
왠지 봄이 성큼 다가오는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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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암사 뒷산에는 산수유가 피었다.
산수유는 다만 어른거리는 꽃의 그림자로 피어난다.
그러나 이 그림자 속에는 빛이 가득하다.
빛은 이 그림자 속에 오글오글 모여서 들끓는다.
산수유는 존재로서의 중량감이 전혀 없다.
꽃송이는 보이지 않고, 꽃의 어렴풋한 기운만
파스텔처럼 산야에 번져 있다.
산수유가 언제 지는 것인지는 눈치채기 어렵다.
그 그림자 같은 꽃은 다른 모든 꽃들이 피어나기 전에,
노을이 스러지듯이 문득 종적을 감춘다.
그 꽃이 스러지는 모습은
나무가 지우개로 저 자신을 지우는 것 같다.
그래서 산수유는 꽃이 아니라 나무가 꾸는 꿈처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