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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준홍의 노자와 현대의학]

 

"내 마음 같아서는 얼마든지 환영하고 말고요. 난 늘 공평했어요.

누군 싫다, 누군 좋다 내색할 만큼 어리석지 않아요.

아니 오히려 미운 자식 떡 하나 더 줄 만한 융통성도 있어요.

그렇지만 아버님은 안 그래요···."

박완서 소설 『욕망의 응달』 중 한 구절이다.

'미운 놈 떡 하나 더 주라'는 속담이 있다. 그 까닭을 다음처럼 풀이한다.

미워하는 사람일수록 더욱 더 잘해 주고 인심을 얻어, 그로부터 뒤탈이 없도록 대비하라.

결국, 미운 놈을 직접 혼내기보다, 큰마음으로 베풀라는 것이다.

미운 놈에게 떡을 하나 더 주라니, 이는 뒤탈을 피하려고 뇌물을 주는 셈이다.

그러나 미운 놈에게 뇌물까지 줘야 한다면 선뜻 내키지 않는다.

꾹 참고 떡을 준다 치더라도, 뒤탈을 피하리라 확신할 수 없어 더욱 더 내키지 않는다.

그럴 바에는 직접 혼내야 후련할텐데, 혼내는 형태가 당장 눈에 띄지 않아

미운 놈이 알아채지 못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만약에 혼내는 형태가 눈에 띄어 알아채면 당장에 해를 입을지 모르니

혼내는 방법을 잘 선택해야 한다. 뾰족한 수가 있을까?

있다. 속담대로, 미운 놈에게 떡 하나 더 주면 된다.

떡을 받은 미운 놈은 좋아할 것이다.

또 미운 놈은 선물로 받은 떡을 버리지 않는 한, 결국에는 먹을 것이다.

그럼 떡을 먹은 다음에 어떻게 될까?

지금까지 떡을 먹은 다음의 결과를 누구도 설명하지 않았다.

그러나 '침묵의 염증(silent inflammation)'이라는 개념을 도입하면,

혼내는 방법치고는 상당히 강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렇다면 이참에 떡을 살펴보자. 떡은 인슐린을 많이 분비시키는,

건강에 좋지 않은 탄수화물 식품이자 곡류 식품 덩어리다.

따라서 떡을 먹으면 인슐린 분비가 많아져

염증반응을 진행하는 아이카사노이드(eicosanoids)를 많이 합성한다.

외부에서 균이 침입하지도 않았고, 상처가 난 것도 아니고,

오로지 맛있는 떡 하나 먹었을 뿐인데,

떡을 먹은 미운 놈은 피할 수 없이 염증반응에 휘말리고야 만다.

하지만 떡 하나 먹어서 벌어지는 염증반응은 통증을 동반하지 않을 정도로 미약하므로,

염증반응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지나간다. 그래서 이를 '침묵의 염증'이라 부른다.

즉, 염증의 주요 증상 중 하나인 통증을 느끼지 않아 떡을 먹은 미운 놈은 당장 아프지 않다.

이 때문에 되돌아올 보복도 없어 떡을 준 이는 참으로 다행이다.

그러나 침묵의 염증은 혈관 내피세포 기능장애(endothelial dysfunction)를 유발하고

인슐린 저항성(insulin resistance)으로 이어져 면역기능이 약해진다.

이런 탓에 감기 같은 잔병치레에 시달리고 비만과 당뇨, 암, 뇌 신경질환 등

만성질환으로 악화하고 노화를 촉진할 여지가 크다.

떡을 준 이로서는 꽤 괜찮은 보복이 들키지 않고 성공해서 다행이다.

 

결국, 미운 놈에게 떡 하나 더 주면 염증반응이 진행해서

만성질환으로 악화하고 또 노화를 더욱더 빠르게 진행한다.

그러니 '미운 놈에게 떡 하나 더 주라'는 속담이 어찌 소름 돋을 정도로 무섭지 않은가.

이렇듯 우리 조상의 지혜는 미처 몰랐던 영양학과 의학의 높은 경지에까지 올라있었다.

이제까지 영양학 및 의학 개념으로 살펴보지 않았던,

'미운 놈 떡 하나 더 주라'는 속담을 놀라울 만큼 무섭게 풀이하는 새로운 개념,

'침묵의 염증'이야말로 통쾌한 9회 말 역전 끝내기 홈런이다.

그러나 한편 망설여진다. 떡이나 케이크를 선물로 주고받을 때 어찌하면 좋을까.

게다가 몇몇 대학병원에는 유명 제과점이 영업하고 있다.

환자 문병하러 갈 때 케이크를 선물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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