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버들 강아지 )
입춘의 문턱 앞에 으시시 ...
봄이 오는 길목은 험난하기만 하다.
초봄에 부는 바람은 봄 처녀의 저고리 앞섶 깃 속으로 스민다던가 ?
바람을 안고 걷는 탄천 뚝길 바람이 온몸으로 쏙쏙 파고 들어 여간
차고 매서운게 아니다.
밤새 힘을 응축한 해가 아침에 다시 강력한 빛으로 온 세상을 어루만지니
꽁꽁 얼었던 대지도 스르르 녹아서 봄은 다시 이땅을 찾아 오려 한다.
지난해 늦 가을에 피어나서 한겨울 동안 키가 작은 잡풀만이 무성한
제방에서 큰키 덕에 그런대로 멋지게 제철을 한껏 구가하던
으악새풀이 차디차게 휘몰아치는 매서운 봄 바람에 힘겹게 휘말리며
겨울의 끝자락과 입춘의 문턱 앞에 으시시 떨고 있다.
으악새 그늘 으슥한 곳에 몸을 숨기고 풀씨를 쪼던 새들인지 ...
몸집이 참새 보다는 작고 참새는 아닌,금화조 비슷한 누런 보호색을 띈
한무리의 새가 후다닥 놀라 낮게 날라서 저만치 개천 넘어로 피신을
해 버린다.
양지 바른곳 개나리 나무 밑에 조그만 꽃다지 풀과 냉이가 수집은듯
자그마한 잎을 내민채 추운 날씨에 망서리는듯 숨어 있다.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던가....
물 가까운 냇가에 무성하게 번져서 터를 잡은 버들 강아지도 먼저
봄이 온걸 알리려는듯 연분홍색 보드러운 털 모자를 쓰고 제 먼저
봄맞이에 나섰다.
추위가 제 아무리 기승을 부려도 대지로부터 상승하는 봄기운을
스스로 느낀 산당화 굵은 꽃가지에는 온몸에서 좁쌀 알 만한 꽃
몽우리가 마치 피곤할 때 사람의 입술에 돋은 모양의 빨간 꽃눈이
볼록볼록 부르터 있다.
어딘지도 모르는 깊은 산골짜기 진달래꽃 산수유 꽃나무 아래에서
겨우내 얼어 붙었던 눈비 어름이 봄 기운에 생명력을 얻은듯 다시
맑은 샘물이 되어서 두껍게 얼어 붙은 어름장 밑으로 살금살금 겨울을
녹여서 떠밀어 내 보내려는듯 졸졸졸 밤낮 없이 흘러 내리고 있다.
날씨가 아무리 험상 궂어 눈비 바람 황사 바람 불어 재껴도 봄이
오리라는 기대에 모든이의 가슴에 연분홍색 꽃 마음들이 피어난다.
우선 백화점 옷가개에 가보면 그곳엔 이미 화사한 색채의 봄 옷들이
울긋불긋 예쁘게 전시되어 팔리고 있어 사람들의 마음을
은근히 유혹한다.
그러나 아직은 만만치 않은 싸나운 입춘 추위가 우리를 위협하고....
오늘 저녁 나절은 으슴프레 다시 맹추위를 떨치는 날씨에다 하늘에서
서릿발 같은 눈이 봄날 나비 춤 추듯, 사뿐이 꽃에라도 내려 앉을듯
빙글 빙글 돌아 날기도 하고, 바람결에 쏜살같이 내려 꽂히기도 하며
춘설이 분분 하다.
예전에는 묵은 김치독 울궈 내려고 부지런하게 물을 담아 두었다가
김치독을 깨게 되는 수도 종종 있었다.
이런 일이 안 생기도록 섣부른 봄 맞이는 참아야 하겠다.
05년 1월 끝날에 이용분 (7)
( 움이 트는 산 당 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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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로 가슴이 뭉클하였습니다.
한겨울 혹한의 시련 속에서도
기어이 틔워내는 저 여린 움!
머지않아 숲은 그렇게 여리디여린 작은 소근거림으로
가득 차겠지요~
정녕 생명은 신비로움이며, 문득
내 생명의 신비로움에 대해서도
묵상해보고 싶어집니다...
나역시
저들처럼 고운 움 하나 틔워낼 수 있기를 빌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