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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정든것들과의 이별은 슬프다.                                  청초   이용분 (7회)

 


여러 해 동안 정이 든 화분을 정리 하는 일은 마음 아픈 일이었다자고로 모든 정든 것들은 떠나 보내기가 힘들다우리 집에는 크고 작은 화분이 50여개나 되었다너무 오래 키워서 주접이 잔뜩 든 화분의 꽃들조차도 버리기는 마음이 아프다.이제 점점 나이가 들어가는데 너무 화분 숫자가 많아져서 꽃들에게 물을 주는 일도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그중 일부를 정리하기로 했다

 

족히 몇 십년 된 관음죽 화분이 제일 나이를 먹었다처음 사올 적에는 한줄기로 키가 20여 센티였던 게 지금은 뿌리와 덩치가 많이도 벌었다화분에 심긴 채 키가 2M는 넘는 것 같다.관음죽인데도 유난히 이파리가 커서 시원한 느낌에 벌레도 안타고 아주 깨끗하다삼성 본관 건물 중앙에 놓여도 될 만큼 그 품세와 위용을 뽐내고 있다그 나무는 그간 새끼도 많이 쳐서 우리 세 아이에게 골고루 나누어 주기도 했다막내며느리는 유난히 꽃을 좋아해서 그 애들에게는 화분에 나누어 심어서 몇 개를 주었다.

 

각각 색이 다른 제라늄흰색 사랑초분홍색 사랑초빨간색 베코니아스르로폼 상자에 심었던 색이 제가끔 다른 별꽃사시사철 줄기가 싱싱하여 버리지 않고 마을장날 얻어온 스트로폼 상자에 심었더니 몇 년간을 성하며 꽃을 피웠는데 그도 버려지는 대상에 끼었다.앞산 밑 텃밭 고랑에서 뿌리 채 파다 심어 보았던 야생 미나리그간 푸른 이파리를 감상했을 뿐 한번도 뜯어 먹어 본적이 없는 데 그냥 그리됐다

 

이번 여름 무덥던 날 꺾꽂이가 되어 스트로폼 상자에 심어 뿌리를 내렸던 제라늄이제 새롭고 어린 꽃으로 막 피어 날려는 데 그도 함께 애처롭게 버려버렸다.이번 추석 때 차를 타고 가면서 그 얘기를 했더니 막내아들은 내외가 모두 꽃 욕심이 많은 아이다."우리를 주지 왜 버리셨냐며 안타까워한다.남편은 성격이 과감하다예전에 화곡동에 살적에도 처음으로 넓은 마당 한편에 땅을 일구고 배추씨 상추씨를 뿌렸다싹이 난 감자도 몇 조각 심었다가장자리에 해바라기 씨와 옥수수 씨를 빙 둘러 심어 보았다해바라기가 무럭무럭 웃 자라나서 막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남편은 키가 큰 이것들이 농작물에 햇볕을 가린다며 몽땅 뽑아 버렸다안타까운 나는 다시 갖다 심으니 그를 다시 뽑아 무참히 뚝 분질러서 버린다얼마나 마음이 안타까웠던지...그때 생각이 문득 떠오른다나였다면 못 했을 화분정리를 과감하게 해서 모두 갖다 버렸다.이렇게 모두 버려져 휑하니 비어서 깨끗하기는 하나 한동안 마음이 허전했다이렇게 며칠 지났다또 다시 몇 개 있는 관음죽 나무 화분을 정리하여 서로 바꾸어 심으려 한단다

 

화초가 크는 대로 매번 양재 꽃시장에 가서 멋지고 큰 화분을 사서 옮겨 심고하더니 생각이 바뀌었는지 큰 짐승처럼 커 버린 나무를 바닥에 눕혀 놓았다.화분은 묵은 뿌리로 꽉 차 흙과 함께 딱딱하게 굳어 있다톱니처럼 생긴데다 뾰죽 하기도 한 칼날을 우선 화분 가장자리 흙에 꽂고 화분가장자리를 따라 칼날로 어슷어슷 밀고 나간다여간해서 뿌리와 화분이 밀착되어 떨어지지 않으려 한다화분바닥에 붙어 영 떨어지지 않으려는 뿌리를 떼어내려 나무 조각을 걸치고 나무 조각을 내리쳤는데 망치가 빗나가 아끼던 큰 토기 화분이 이가 빠졌단다

 

오호 통재라무슨 일이든 너무 잘하려면 탈이 생기게 마련이다.시간이 하도 오래 걸려 보기만 하여도 지친 내가 방에 들어가 한숨을 자고 나온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가장자리 새끼 관음죽들은 떼어 내어 모두 가위로 삭둑 잘라 자루에 담아 놓았단다에그울컥 아까워진 나는 부랴부랴 자루를 뒤져 뿌리가 성한 것들을 골라 물속에 담가 놓았다당장 하기는 힘이 들 터이니까 힘이 날 때 다시 심어 주라며 은근하게 남편에게 귀뜸을 했다.

 

마음이 약해진 남편은 다음날 발코니 한구석에 비어 있는 화분을 부스럭부스럭 찾는다아주 작은 화분에 새끼 관음죽을 심어 놓았다게다가 후에 연노랑 색 이파리인 관음죽도 섞어 심었다예쁘다처음 화분을 정리하자고 제안을 했을 때 마치 인생의 말년을 보는 듯 마음이 언짢아 졌다던 남편이다.

 

며칠간 잠이 오지 않았던 우리는 새로운 희망에 부풀었다꽃도 작은 것을 사다가 키우는 재미가 더 좋다우리가 평생 아이들을 키우며 행복하였듯이... 이번에 인생의 리모델링을 한 셈으로 치자이제 마음에 드는 예쁜 꽃들이 눈에 띄면 새로 또 사서 키우자며 새로운 희망에 찬 우리를 발견한다모든 것은 생각하기 나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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