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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화마을과 한동대 팔레트 동아리

 

 

                                                                                           구 자 문

필자가 한동대에 부임한 1995년 이후 10년 정도 지날 때 까지만 해도 캠퍼스에 빈공간이 많았었다. 학생들은 일주일에 한번씩 팀 담임교수와 모여 특별활동을 했는데, 필자는 25명의 팀 학생들과 교내에 버려진 폐목들을 모아 몇 학기에 걸쳐 원두막을 여러 개 만들었던 기억이 있다. 남학생 여학생 가리지 않고 못질하고 톱질을 했었다. 그 당시는 국제적으로 사랑의 집짓기 운동이 활발한 인기를 끌고 있었고, 한동대에도 강원도 사랑의 집짓기 회원인 한 학부형의 소개로 동아리가 만들어지고 있었는데, 원두막 등을 지어내던 필자가 지도교수를 맡게 되었었다. 그 당시 학생들은 방학 중에 필리핀 등 외국에도 나가고 때로는 강원도에 가서 집짓기 봉사활동을 했으며, 그 후에도 10여년에 걸쳐 포항지역을 포함한 여러 지역에서 집짓기·집수선 등의 일을 여러 기관들과 협력하여 진행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각 지역팀들이 방학중 전국 여러 곳에 모여 집짓기에 중점을 두었으나 차차 소지역단위 활동으로 줄어들게 되면서 한동대 사랑의 집짓기 팀도 낡은 집 수리 보조, 청소 등 학생들이 주말에 할 수 있는 일들로 범위가 정해지고 있었다.

 

 

그후 세계경제가 어려워지고 지역에서도 집짓기나 집 고치기 활동이 줄어들어 학생들도 차차 새롭게 사업방향을 정했는데, 그것이 마을벽화 그리기였다. 팀이름도 사랑의 집짓기에서 팔레트라는 이름으로 바꾸어 졌으며, 지난 10년 가까이 전통이 이어져 오고 있다. 명목상이나마 지도교수인 필자도 잘 모르게 이 학생봉사활동아리는 선배에서 후배로 이어지며 자주적인 활동을 이어갔고, 요즈음에는 포항시 이 마을 저 마을을 단장하고 있었다. 필자도 가끔 들르던 죽천마을, 송도마을 등지에서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벽화들을 보고 보기좋고, 아름답고, 대단하다놀란 기억들이 있는데, 이것들이 이들의 작품들이었다. 이들 20~30명의 팀원들은 스스로 용돈을 각출하여 페인트를 구입하고 매주 혹은 격주로 필요한 지역에 나가 마을 벽화그리기 봉사활동을 계속했다. 필자도 가끔은 조언을 해주었는데, 1~2년 전 포항시 도시재생사업단에 이들을 소개해주어 남구 송도동 현장사무실에서 활동 장소 알선 및 교통편의를 제공해주고 있다.

 

 

이 벽화의 역사는 선사시대까지 추적될 수 있겠지만, 근대 벽화의 대표적 사례가 멕시코혁명 직후 발생한 멕시코 벽화운동이다. 혁명으로 세워진 신정부는 대중교육 및 계몽을 목적으로 문화장려정책을 펼쳤으며, 그 일환으로 1920년대부터 멕시코 각지에 멕시코의 역사와 신화를 소재로 한 수많은 벽화가 그려졌다. 미국에서는 1930년대 대공황기에 실업자가 된 예술가들을 구제하기 위해서 이들을 지원하는 대신 공공시설, 특히 우체국을 중심으로 벽화를 그리도록 했다. 이때 활동한 화가로는 벤 샨(Ben Shahn)이 유명하다. 7~80년대에 그래피티를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키스 해링(Keith Haring)도 벽화작품을 많이 남겼다. 필라델피아가 벽화의 성지로 유명하다.

 

 

2000년대 들어 우리나라에서도 벽화의 역할이 크게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공공장소에 그려지는 벽화는 마을의 미관을 아름답게 하고 마을을 매력적으로 만들었다. 이를 통해서 달동네라고 할지라도 마을미관이 크게 개선될 수 있으며, 심지어 관광지로 거듭나게 될 수도 있었다. 우리나라의 유명한 벽화마을에는 부산시의 감천문화마을, 인천시의 송월동 동화마을, 광주시의 양림동 펭귄마을, 통영시의 동피랑 마을 등이 있다. 드라마 카인과 아벨제빵왕 김탁구촬영지로 유명한 청주 수암골에도 벽화가 그려져 있다. 쇠퇴한 지역에 벽화를 그려 환경을 아름답게 단장하면 관광객들이 방문해 지역이 경제적으로 재활성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많은 시군구 지역들이 모두들 벽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시민들에게나 관광객들에게 별 감흥을 주지 못하는 벽화를 그리는 경우도 많아서, 벽화를 통해 성공한 사례, 즉 벽화를 통해 마을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룬 사례를 찾는 것이 매우 힘들다고 한다. 벽화를 그린 후에 관리가 되지 않으면 더 지저분해질 수 있다는 염려도 많고 실제로 그러하다고 한다.

 

 

동네 주민들을 환경미화면에서 성공한 사례는, 지금은 재개발로 사라진 서울시 마포구 염리동의 '소금길'에서 찾을 수 있었다고 한다. 주민들의 주거환경개선과 안전을 위해 경사가 급한 계단이 있는 곳에는 안전을 환기시키는 캐릭터를 채워 넣었고 운동을 유도하는 칼로리 소모 표시를 한 골목도 있었다. 어두운 골목이나 앞이 보이지 않는 굽은 골목에는 주변을 환하게 만드는 밝은 색의 그림들도 장식되었다. 이 그림들은 단순한 볼거리 제공에서 더 나아가 주민들의 안전을 위한 범죄예방에도 효과를 발휘했었다. '소금길'이 등장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이를 신선하게 받아들였고 직접 보고 싶어 찾아오는 사람들이 늘어나며, 방문객 스스로가 움직이는 CCTV처럼 마을을 지키는 역할도 했었다고 한다. 한동대 팔레트 동아리의 활동은 이같이 낙후된 동네를 밝게 꾸며보자는 환경미화 봉사를 목적으로 출발한 것이며, 물론 관련이야 되겠지만 아직은 거창하게 이를 통한 관광객 유치 및 지역발전을 목표로 내세우고 있지 않음이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 학생들의 주변 마을들을 아름답게 가꾸자는 순수한 마음과 노력은, 그리고 젊은 학생들이 마을 분들과 대화하며 이러한 활동을 진행한다는 것 자체가 21세기 각박한 사회에 필요한, 서로 돕고 배려하는 커뮤니티공동체운동의 일환으로서도 중요성을 갖는다고 할 수 있겠다.

 

2022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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