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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02 12:12

가을 속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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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속 이야기                             청초  이용분(7회)

                                                          
어이하여 그렇게 유난히 무덥기만 하던 여름 날,
뒤미처 제 멋대로 줄줄 쏟아지던 비 비 비...

그래도 언젠가는 이 더위와 비가 끝이 나고 가을이 오겠지 하며 마음 한편으로
은근히 기다리던 가을. 각도가 빗겨 간 서늘한 햇살 아래로 서서히 가을이 우수수
찬바람을 몰고 그렇게 우리 곁으로 찾아왔다.

어찌 된 일일까 가을이 오면 좀 살맛이 나겠지 하던 기대와는 달리 가까워진 겨울
추위를 생각하니 옷싹 등골에 소름이 돋으면서 은근히 슬슬 겁이 난다.
추위는 인간의  힘으로는 견디기 힘든 자연의 위협이다. 지구의 온난화 때문에
우리나라는 가을은 아주 짧고 바로 겨울로 갈것이라고 말들을 한다.

아파트로 들어가는 길목, 몇 년을 두고 꾸준히 자라나 우거진 나무 밑을 지나며
보니 이제는 나무 그림자의 음영도 제법 짙어졌다. 소매 끝을 스치는 바람도
쌀쌀하니  이렇게 올 해의 가을은 우리의 곁에 슬그머니 다가와서 이제 우리들의
삶 속에 스며들었다. 지하철 사람들의 옷 색상도 어느새 검정이나 갈색 톤으로
짙어졌다.

셀수 없이 많은 날들을 기다리며 오늘을 별렀을 샛노란 가을황국이 배시시 봉우
리를 열고 예쁜 모습을 피워냈다. 한 여름날의 낭만을 구가 했던 봉숭아나
백일홍은 제 시절이 지난듯 꽃 모양이 처량하다.

날씨가 아침저녁으로 쌀쌀 해지니 갑자기 옛날 따끈하던 연탄 아랫목이 그리워
진다.이맘때면 연탄 광에 천오백장 정도의 연탄을 비축해야만 한 겨울을 날수
있었다.
위험한 연탄가스와 연탄 갈아 넣기 등에 주부들이 허리 펼 날이 없던 시절이었다.
연탄불이 꺼지면 스스럼없이 연탄 불씨도 서로 나누어 쓰던 이웃 친구 생각도 난다.

추운 겨울날 한 밤중에 연탄을 가는 일이란...
가족 중 누구든 정말 시베리아 벌판으로 유형이라도 떠나는 심정으로 단단히
채비를 차리고 각오를 해야만 되던 일이었다.
북한 지방에 해마다 여름이면 유난히 홍수가 많이 일어나는 것은 연료를 거의
산의 나무에 의존해서 벌거숭이산이 되었기 때문이라 한다. 그러나 남한에서는
이 연탄덕분에 우리나라의 산은 울창한 숲을 그대로 유지 할수 있었다고 생각된다.

지나는 골목길에서 쉽게 사먹을 수 있었던 군고구마나 군밤의 구수한 내 음이
또한 그리워지는 계절이 되었다. 그것을 한 봉지 사가지고 식을 새라 품에 감싸
안고 밤길에 아이들을 생각하며 걸음을 재촉하던 일을 생각하면 아직도 마음
한편이 따뜻해진다.

싸늘한 늦은 가을 날 밤 옷깃을 여미고 종종 걸음으로 지나갈 때 골목을 환하게
비치면서 지나는 이들의 마음을 따스하게 어루만져 주던 구멍가게 집 불빛과
어수룩한 풍경도 이제는 멀리 가 버렸다.

골목 모서리 그 구멍가게 영감은 한문 붓글씨를 아주 잘 쓴다고 알려졌었다.
그는 동네 통장 일을 성심을 다해 보았었는데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면서도 언제나
인사성이 아주 밝았다. 노상 우리 동네 큰 골목길도 깨끗하게 쓸어 놓곤 했었다.
그의 아낙네는 연탄장사를 했는데 어찌도 새치름한지 범접 못할 찬 기운이 도는
여자였다. 내 비록 이렇게 연탄을 나르기는 하지만 나는 양반이로세 하는 오롯함이
있어 보여 공연히 나도 몸을 사렸다.

그러나 성실한 그녀의 남편을 봐서 우리는 가스난방으로 고칠 때까지 그녀에게
해마다 단골로 오랜 동간 연탄을 팔아 주곤 했었다. 이제는 그런 골목길도 없고
그러한 일로 그런 사람들과 부딪칠 일도 없이 살게 되었다.

그 당시엔 대수럽지 않던 이런 옛스러운 풍경들이 새삼 생각나는걸 보면 나이
탓이런가. 아니면 모든 것이 일시에 해결되는 이 아파트에서 편하게 살게 된
것의 반대급부로 감내 해야만 될 댓 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슬슬 들기
시작하는 요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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