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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닷길 열리는 실미도, 바다 위 걷는 '탐방로'
 '용궁의 계단' 소무의도, '섬 한눈에' 호룡곡산
 가는 곳마다 짙푸른 물빛, 기암괴석, 망망대해
 서울에서 1시간이면 가는 인천 무의도 여행


 지난 9일 오후 5시께 인천 ‘무의도 해상관광 탐방로’ 아래로 바닷물이 차올랐다. 

 “겨울 바다 보러 갈까?”라는 질문을 받으면 으레 강원도 속초, 양양, 강릉부터 떠올렸다. 
서울에서도 차로 1시간 정도 달리면 시퍼렇고 으리으리한 바다를 볼 수 있는 섬을 찾았다. 
인천 중구 ‘무의도’다. 영종도 인천국제공항에서 남쪽으로 약 10㎞ 떨어진 섬이다. 
무의도는 지난겨울만 해도 배를 타고 오가야 했다. 
영종도와 다리로 이어진 잠진도에서 약 5분간 배로 이동했다. 
지난해 7월 잠진도와 무의도를 잇는 무의대교가 개통했다.(4월 임시개통) 

이제 승용차는 물론 대중교통으로도 무의도에 간다. 공항철도, 자기부상철도를 타고 
 용유역에 내려 마을버스를 타면 실미유원지, 하나개 해변, 광명항 등에 정차한다. 
가기 쉬운 섬이라고 막무가내로 가면 낭패다. 물때에 맞춰 가야 한다. 실미도는 간조 즈음 바닷길이 열린다. 
하나개 해변 근처 ‘해상관광 탐방로’에선 만조 언저리에 바다 위를 걷는 기분을 낼 수 있다. 
서해 인천 앞바다라고 펄과 모래만 가득한 해변을 떠올리면 오산이다.



무인도 실미도로 가는 길이 열렸다. 지난 9일 실미도 간조 시각은 오전 9시44분. 
약 30분 이른 시각에도 단단한 모랫길이 200m가량 실미도로 이어졌다. 
넓고 고른 에스(S) 자 길에 첫 발자국을 남겼다. 홀로 섬에 들어갔다. 
체감온도 영하 6도. 시린 손을 주머니에 넣었다. 예고도 없이 맑은 콧물이 흘렀다. 
다시 손을 뺐다. 실미도에 당도하자 아무런 이정표도, 길도 보이지 않았다. 
마침 3륜 자동차에 생선을 싣고 실미도를 빠져나가는 이가 보였다. 

실미도 야산으로 들어가는 길을 물었다. “왼쪽으로 조금만 가면 이정표가 보일 것”이라고 했다. 
나뭇가지에 매단 원통형 스티로폼 부표가 그가 말한 이정표였단 걸 한참 뒤에야 알아차렸다. 
한 사람만 겨우 허락하는 산길로 접어들었다. 움푹 팬 흙길이 친근했다. 동네 뒷산 같았다. 
뒤를 돌아봤다. 우거진 나뭇가지가 시야를 가렸다. 지나온 바다와 해변이 보일 듯 말 듯 했다. 
야산을 넘어 섬 반대쪽 해변까지 10분가량 걸었다.


 실미도로 걸어 들어가는 ‘바닷길’이 열렸다. 

망망대해다. 암초 하나 보이지 않는다. 반대쪽 황량한 해변과는 천차만별이다. 
50m가량 좁은 해변은 모래가 밀가루처럼 곱고 단단하다. 
오른쪽에 매머드보다 큰 바위가 있다. 웃는 자라상이다. 
왼쪽은 갯바위와 기암괴석 천지다. 비경이다. 

약 50년 전 실미도 부대(684부대) 부대원 31명은 이곳  실미도(약 25만810㎡·7만5870평)에서
 3년4개월(1968년 4월~1971년 8월) 살았다. 사실상 인권유린과 감금의 시간이었다고
 국방부 과거사 진상규명위원회는 결론 내렸다. 1968년 1.21사태(이른바 ‘김신조 사건’) 이후
 특수 공작 임무에 동원된 (군인·특수범도 아닌) 이들 민간인은 훈련 중 7명,
 실미도 탈출 과정에서 20명, 사형 집행으로 4명까지 모두 숨졌다.


 실미도 뒤쪽 해변. 

겨울 바닷바람이 매서웠다. 왼쪽 갯바위 밭을 징검다리 건너듯 걸었다. 
파도로부터 폭 20m가량 갯바위로 뒤덮인 해변이 이어졌다.
 바위마다 굴 딱지 떼어 낸 흔적이 사람이 다녀간 길을 알렸다. 
짙푸른 물빛과 갯바위에 부서지는 파도, 기암괴석을 바라보며 ‘동해 같다’고 생각했다. 
20분가량 갯바위를 걷자 좁은 모래 바닥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멀리 뻘밭에서 굴 캐는 사람들이 보였다. 그들에게 다가가려다 발이 펄에 푹 빠졌다. 
다시 서해란 걸 실감했다. 그중 한 명이 “몇 시냐?”고 물었다.
 “11시”라고 하자, “이제 나가야 한다”고 했다. 물 들어올 시간이 머지않았단 얘기다.


 소무의도 떼무리 선착장 주변 빨랫줄에 널어 놓은 생선. 

소무의도 가는 길은 어촌의 향기가 물씬 났다. 
소무의도 맞은편 광명항은 횟집마다 가자미, 농어, 놀래미를 빨랫줄에 말렸다. 
무의도는 수심 10m 안팎인 여느 인천 앞바다 섬들과 달리 최고 수심이 40m에 달한다고 알려져 있다. 
예로부터 큰 고기잡이배들이 몰려들어 성업을 이룬 배경이다. 소무의도도 바다 위를 걸어 들어간다.
 2011년 7월 준공한 길이 414m 인도교가 무의도 광명항과 소무의도를 잇는다. 
인도교를 건너 안산(해발 74m) 정상으로 가는 나무계단 길을 올랐다.


 소무의도 안산 정상에서 해변으로 내려가는 계단. 

정상에 있는 정자 ‘하도정’에서 해변으로 내려가는 길이 ‘백미’다.
‘천국의 계단’이란 게 있다면 여긴 ‘용궁의 계단’이다. 파랗고 드넓은 바다를 향해 계단을 내려간다. 
한낮 은빛으로 빛나는 수평선 위로 ‘해녀섬’(과거 전복 캐던 해녀들의 쉼터 구실을 한 섬)마저 고즈넉하다. 
‘명사의 해변’(1960년대 중반 박정희 전 대통령이 가족들과 여름 휴양을 즐긴 곳으로 전해진다)에서
 한 차례 절벽을 오르는 가파른 계단을 지나면 줄곧 바다 바라보며 걷는 평탄한 해변·언덕길이다. 

몽여 해변 근처 ‘섬 이야기 박물관’ 내벽에서 본 베르네의 시구가 다시 떠오른다. 
‘가난은 인생이라는 바다의 모래사장이고 부유함은 바닷가 절벽이다. 
 행복한 사람들은 그사이를 지나 바다를 항해한다.’ 
모래사장에 주저앉거나 절벽에 매달린다는 건 상상도 못 할 만큼 짧고 아기자기한 길이었다. 
총 2.5㎞ 둘레길을 200~300m마다 8개 구간(인도교 포함)으로 나눠 이름 지었는데,
 ‘여긴 어디지?’ 하다 보면, 어느덧 떼무리 선착장과 인도교로 나온다.


 소무의도 인도교. 

소무의도에서의 여운이 가시지 않는다면 호룡곡산에 올라야 한다. 
해발 245.5m, 무의도 최고봉이다. 중턱에선 소무의도와 인도교를,
 정상에선 하나개 해변을 나뭇가지 하나 걸리적거림 없이 내려다볼 수 있다. 
광명항 근처 들머리에서 왕복 1시간40분 거리다. 광명항에서 만난 한 주민은
 “하나개 해변에서 호룡곡산 오르는 길은 가파르고 여기서 가는 길은 완만한 편”이라고 귀띔했다.


 호룡곡산 중턱에서 바라본 소무의도와 인도교. 

바닷물이 가득 찰 시간이었다. 
이날 무의도 만조 시각은 오후 4시4분. 만조보다 15분 늦게 하나개 해변에 도착했다. 
해변 왼쪽에 ‘환상의 길’이 있다. 2018년 6월 준공한 550m 길이 해상관광 탐방로다. 
만조 즈음 다리 아래로 바닷물이 차오른다. 이미 여행객 세명이 바다 위를 걷고 있었다. 

해넘이가 다가오자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파도는 기암괴석에 부딪혀 부서졌고 해는 수평선 구름에 가려 녹은 현무암처럼 찌그러졌다. 
사람들은 새해 하루해가 저무는 걸 붙잡으려는 듯,
 더는 길이 없는 탐방로 끄트머리에 서서 해가 잠들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무의도 해상관광 탐방로’에서 해넘이를 보고 발길을 돌리는 여행객. 

겨울 바다 보려고 달려와 하루 만에 세 개의 산(실미도 야산, 소무의도 안산, 호룡곡산)에 오르고
 세 차례 바다(실미도 바닷길, 소무의도 인도교, 해상관광탐방로)를 건넜다. 
아니, 여기선 바다에 오르고 산을 항해했다고 해야 옳다. 
가는 곳마다 산은 호흡을 멈춘 듯 적막했고 파도는 쉼 없이 숨 쉬며 헐떡였다.


 ‘환상의 길’ 제2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무의도 해상관광 탐방로’. 

무의도 여행 수첩

갈림길  
간조 즈음 실미도 바닷길을 건너 왼쪽으로 100m가량 가면 실미도 야산 들머리가 나타난다. 
원통형 스티로폼 부표와 ‘소화기 점검표’가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는 곳을 찾아야 한다. 
숲길을 10분가량 걸으면 반대쪽 해변이 나온다. 
하나개 해수욕장 왼쪽 끝에 ‘무의도 해상관광 탐방로’ 들머리가 있다. 
작은 목제 다리를 건너면 ‘숲길’과 ‘환상의 길’ 갈림길이 나온다.
‘환상의 길’ 쪽으로 계단을 내려가야 한다. ’숲길’과 ’환상의 길’ 사이
 좁은 오솔길로 올라가면 ’탐방로’와 바다를 내려다 볼 수 있는 전망대가 나온다. 
소무의도 인도교와 접한 광명항에서 호룡곡산에 오르는 들머리는 ‘초록 카페’ 뒤쪽에 있다. 
소무의도를 둘러볼 때 안산 정상으로 가는 이정표를 따라 계단을 오르내린 뒤
 왼쪽으로 돌아 계속 걸으면 다시 인도교 쪽으로 나올 수 있다. 
안산으로 오르지 않고 해변을 따라 걸을 수도 있다.

교통
서울에서 실미유원지까지 차로 약 1시간 거리, 인천국제공항에서 차로 약 20분 거리다. 
지하철 공항철도를 타고 인천공항1터미널역에 내려서 자기부상철도를 갈아타고 용유역에 내려
 마을버스 ‘무의 1번’을 타면 실미유원지 삼거리~하나개 해수욕장~광명항에 정차한다. 
용유역 출발 첫차는 아침 8시, 배차 간격(주말 기준)은 40분이다. 
광명항 출발 막차는 저녁 6시20분. 막차 출발 시각은 당일 버스 기사에게 재확인할 필요가 있다.
(인천종합관광안내소 032-832-3031)

식당
광명항 근처 횟집이 많다. 하나개 해수욕장에서 약 1.5㎞ 거리에 있는
 ‘데침쌈밥’(인천 중구 무의동 186-5/032-746-5010)은 ‘벌버리묵’(서대와 박대 껍질을 말려 쑨 묵)과
 ‘데침쌈밥’(데친 각종 채소에 밥을 싸먹는 식사)으로 이름이 알려진 곳이다. 
데침쌈밥(2인 이상) 1인분 9000원, 벌버리묵(11~4월) 1만2000원, 자연산 매생이 굴국밥(11~4월) 1만원.


 무의도 식당 ‘데침쌈밥’에서 파는 벌버리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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