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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룡산 용산구곡과 갑사구곡.. 선조들이 골짜기에서 즐긴 풍류


 ▲ 파천(巴串) ; 화양구곡의 제9곡으로 넓은 바위 위를 흐르는 물이 용 비늘처럼 보인다.


 ▲ 학소대(鶴巢臺) ; 화양구곡의 제8곡으로 청학이 바위 위에 둥지를 틀고 알을 낳았다는 곳이다.


 ▲ 금사담(金沙潭) ; 화양구곡의 제4곡으로 우암 선생이 암서재(巖棲齋)에서 조용히 머무르며 후학을 가르쳤다.


 ▲ 파천 ; 흰 바위가 티 없이 넓게 펼쳐져 있다. 신선들이 술잔을 나누었다는 곳이다.

속리산 북쪽 기슭에 화양구곡이 있다. 
조선 중기 우암 송시열 제자인 권상하가 중국 무이구곡을 본떠서 이름 붙인 곳이다.
우암 선생은 이곳에 머무르며 화양구곡 중심인 금사담 바위 위에 암서재를 짓고 후학을 가르쳤다. 
갖가지 모양의 기암괴석과 유리처럼 투명한 물과 초목이 울창한 숲이 신선놀음에 안성맞춤이다.

계룡산에도 구곡이 있다. 금잔디고개에서 내려가며
 오른쪽으로 상신계곡에 용산구곡이, 왼쪽으로 갑사계곡에 갑사구곡이 있다. 
이들은 정반대에 있는 것처럼, 유래도 정반대 이야기를 품고 있다.
잔인한 4월의 나른한 봄날, 구곡을 찾았다. 
바위 위를 조심스레 걸었다. 위치를 알려주는 안내판은 없었다. 
발품을 팔며 찾아야 했다. 바위에 새겨진 글자를 찾을 때마다 재미가 솔솔 났다.


 ▲ 용산구곡 ; 상신마을 어귀에 용산구곡 들머리 ‘심룡문’이 있다.
 용을 찾아 들어가는 문이다. 권중면이 글을 쓰고, 그의 제자 최종은이 돌에 새겼다.

 용산구곡

상신계곡에 용산구곡(龍山九曲)이 있다. 
취음(翠陰) 권중면(權重冕)이 용을 주제로 이름 붙이고, 그의 제자 최종은이 바위에 새긴 곳이다. 
취음 선생은 대한제국 말 진도 군수를 거쳐 능주 군수로 부임한 뒤,
 고종이 쫓겨나자 벼슬에서 물러났다. 
상신계곡에 머무르며 기울어진 국운이 회복되기를 간절히 바랐다. 
용이 숨어 있다가 하늘로 올라가는 이야기를 배경으로 용산구곡을 선정했다.


 ▲ 은룡담 ; 상신탐방지원센터 가기 전 마을 옆 개울에 있다. 
 용이 숨을 만한 못은 보이지 않고, ‘2곡 은룡담’이라고 새긴 바위만 댕그랗게 남아 있다.


 ▲ 유룡대 ; 용이 헤엄치며 노는 곳이다.
 너럭바위에 ‘4곡’은 예서로, ‘유룡대’는 초서로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 황룡암 ; 용산구곡의 중심으로 용이 수련 후 여의주를 얻은 바위다.
 오른쪽 바위 위에 ‘5곡 황룡암’이라고 희미하게 새겨져 있다.
 해마다 연정원 계룡지부에서 계룡산 산신제를 지내는 곳이다.

용을 찾아 '1곡 심룡문(尋龍門)'을 열고 들어가니,
 용은 '2곡 은룡담(隱龍潭)'에서 조용히 숨어 때를 기다리고 있다.
 '3곡 와룡강(臥龍岡)'에 올라와 수련하고, '4곡 유룡대(游龍坮)'에서 헤엄치며 논다.

용산구곡 중심은 '5곡 황룡암(黃龍岩)'이다. 수련이 절정에 달해 여의주를 얻은 곳이다. 
넓은 바위에 '태극암(太極岩)'과 '궁산을수(弓山乙水)' 등 여러 가지 글씨가 있다. 
'취음 권중면 임신팔월(翠陰 權重冕 壬申八月)'이라는 글씨도 있다. 
임신년(1932년) 8월에 취음 선생이 썼다는 것을 알 수 있다.

'6곡 현룡소(見龍沼)'에서 용은 일취월장하여 세상 이치를 꿰뚫는 능력을 갖게 된다. 
'7곡 운룡택(雲龍澤)'에서 구름을 만나 조화를 부리고,
 '8곡 비룡추(飛龍湫)'에서 드디어 하늘로 날아오른다. 
그리고 마지막 '9곡 신룡연(神龍淵)'에서 용은 신이 된다.

승천하는 용은 일제 강점기에 나라를 위기에서 구할 인재를 상징했다. 
그들이 조용히 숨어 준비하다가 때가 되면 멋지게 하늘로 날아오르기를 빌었다. 
민족 번영을 가져와 국권을 되찾으리라고 굳게 믿었다. 
안타깝게도 취음 선생은 조국 광복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9곡을 끝으로 골짜기를 벗어나 등산로를 따라 1.72km 오른다. 
큰골삼거리를 거쳐 금잔디고개에 다다른다. 여기서 맞은편 쪽으로 내려가면 갑사 계곡이다.


 ▲ 오리숲길 ; 비정상의 일상이 계속되어도, 신록은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다.

 갑사구곡

구한말 슬픈 이야기다. 
1910년 8월 22일 창덕궁 흥복헌에서 대한제국 마지막 어전회의가 열렸다. 
일본 앞잡이들이 미리 작성한 위임장을 순종 황제에게 내밀었다. 
주권을 일본에 넘길 예정이니 알아서 처리하라는 거짓 내용이었다. 
16세인 순정효황후가 병풍 뒤에서 엿듣고 있었다. 
위임장에 도장 찍는 것을 막으려고 치마 속에 옥새를 숨겼다.

그 옥새를 강제로 빼앗은 사람이 있다. 황후 큰아버지 윤덕영(尹德榮)이다. 
말년에 그는 갑사계곡에 있는 간성장이라는 별장에 머무르곤 했다. 
이곳을 중심으로 골짜기를 오르내리며 경치 좋은 아홉 군데를 설정했다. 
바로 갑사구곡(甲寺九曲)이다.


 ▲ 간성장 ; 갑사구곡 중심에 윤덕영이 머무르던 별장이 있다. 
 그는 이곳에서 노년을 보내며 구곡을 설정했다.


 ▲ 명월담 ; 갑사구곡의 제6곡으로 잔잔한 물속에서 밝은 달이 뜬다.


 ▲ 수정봉 ; 골짜기 물소리가 시작하는 곳에 신흥암이 있고,
 뒤쪽으로 올라가면 바위에 ‘9곡 수정봉’이 새겨져 있다.

용이 놀고 있는 '1곡 용유소(龍游沼)'를 지나면, 수정봉과 연천봉에서 흐르기 시작한
 두 골짜기의 물이 하나로 모이는 '2곡 이일천(二一川)'이 있다. 
흰 용이 꿈틀대는 '3곡 백룡강(白龍岡)'과,
 배를 띄워 멋스럽게 노는 '4곡 달문택(達門澤)'이 이어진다.

갑사구곡 중심은 '5곡 금계암(金鷄嵒)'이다. 
계룡산이 금계포란(金鷄抱卵)의 명당임을 알려 주는 곳이다. 
이곳에 공주 갑부가 지어 바친 간성장이 있다. 광복 뒤에는 공주 출신 국회의원
 별장과 전통 찻집과 갑사 요사채로 쓰이다가 지금은 비어 있다.

잔잔한 물속에서 밝은 달이 뜨는 '6곡 명월담(明月潭)',
 계룡산이 열릴 때 닭이 홰를 치며 울었다는 '7곡 계명암(鷄鳴嵒)',
 용문폭포가 있는 '8곡 용문폭(龍門瀑)'이 이어진다. 
골짜기를 따라 계속 오르다 물소리가 끊어질 즈음에 신흥암이 보인다. 
수정봉을 바라보는 곳에 있는 암자다. 
뒤쪽으로 올라가면 바위에 큼지막하게 '9곡 수정봉(水晶峯)'이라고 새겨져 있다.

윤덕영은 한일 병탄(倂呑)에 앞장선 대가로 자작 벼슬자리와 큰돈을 받았다. 
갑사구곡을 즐기며 부러움 없는 노년을 보냈다. 운 좋게도 그는 조국 광복 전에 세상을 떠났다.


 ▲ 천진보탑 ; 수정봉 밑에 진신사리를 모신 바위탑이 있다. 
 근처 암자 신흥암 법당에 부처님은 없고, 창문을 통해 보이는 천진보탑이 그 구실을 한다.

구곡을 만든 그들 후손은 어떻게 되었을까? 
권중면 아들은 소설 '단'의 주인공으로, 단학수련법을 세상에 알린 봉우 권태훈이다. 
상신리에 봉우사상연구소가 있다. 윤덕영 증손들은 국가를 상대로 땅 찾기 소송을 낸 바 있다.

세월이 흘러도 바위에 새긴 글자는 그대로 남아,
 구곡을 찾는 사람들에게 자연과 어우러진 풍류를 보여준다. 
한편으로는 자랑스럽고, 한편으로는 슬프다. 
한쪽은 나라를 걱정하며 조용히 보냈고, 다른 쪽은 부귀영화를 누리며 흥청망청 보냈다. 
지금은 그들이 남긴 발자취가 각각 존경과 비난의 대상으로 바뀌었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용산구곡과 갑사구곡의 유래가 우리에게 화두를 던진다.
                          - 오마이뉴스 : 정명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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