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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할아버지는 일찍 개화한 분으로  손수 홀로 일본과 만주, 중국을 돌아 보고 오신후 가족들을

모아놓고 한 얘기중에 남자들은 모두 대학이나 전문학교를 보내고 여자들은 최소한 고등여학교

를 보낼텐데 발전하며 변하는 세상에 누구나 좋은 교육을 받을만큼 받아야만 되겠다고 생각 하신것

같고 설 차례도 양력으로 지내겠다고 하셨단다.  음력으로 하면 애들이 모두 학교를 다니는데 그때는

음력설이 공휴일이 아니었으니. 양력설은 일본사람들 설이라고도 했지 아마.

 

한가지 할아버지가 노하사시곤 하던일은 수채물에 밥알이 떠있으면 쌀농사를 짓는게 얼마나 힘든일인데

쌀알 한톨이라도 낭비/허비 하는것은 옳지 않다는 꾸중,  한번은 내가 할아버지께 학교에서 배운 아주

쪼그만 지식을 가지고 대들다 아는데는 한이 없는데 벌써 부터 나쁜 버릇이라고 야단을 톡톡히 맞었다.

할아버지는 늘 role model이셨다. 춘천 근처의 박사마을 이라는곳에 종가, 종토가 있는데 북한강변이라

우리는 늘 방학때는 강에서 매일 살다 싶이 했다. 낙시질하는것도, 헤엄치는것도 할아버지가 제일 먼저

가르쳐 주시고.

 

또한가지 할아버지로 부터 물려받은 버릇은 무엇이나 아끼고 검소하게 사는 자세. 써야만 할때는 쓰지만

낭비를 안하는 버릇이다.  나도 그래서 가끔 짠도리라는 말을 듣는다. 옷을 입는것도 물론 유행 따라가는게

아니라 실용적으로 내가 일하는데 거치장스럽지 않고 사회적으로 presentable하면 그만. support specialist로

가끔 엉뚱한 시간에 잘 모르는 곳에 불려갈때는 급한대로 집에서 무슨일을 하다가도 작업복 차림으로 가는데

나를 처음보고 잘 모르는  고객이면 눈총을 줄때도 있지만 문제를 속히 해결하고 나면 인상이 달라진다. 하여튼

내가 은퇴하고 나서 제일 좋았던게 넥타이를 매일 안 매도 된다것이였다.

 

절제 하는버릇으로 냉, 난방장치는 모두 효율 95%이상 되는것으로 upgrade했는데 20년이나 된 변기 4개가 모두

구식이라 늘 마음에 걸려 왔는데 모두 최신형 one piece toilet으로 한번에 1 갤론 밖에 물을 안쓴다는 모델은 쓸때마다

2/3의 물이 절약된다는 계산인데 진가민가 믿기가 힘들지만 이미 쓰고 있는 사람들 얘기가 정말로 작동을 잘한다고

두번씩 물을 뿜을 필요가 없다기에 5개를 주문해다 딸네 컷테지가 septic field로 오물을 처리 하는지라 거기서

쓰라고 하나 주고 나머지 4개는 one peice model이라 아주 쉽게 사흘이 못되어 다 바꿔 버렸다. 거의 100파운드나

되는 무게를 2층과 지하실로 가지고 오르내려 가는데는 좀 애를 먹었지만 혼자 스스로 다 해냈다. 물도 안새고 다 잘

설치가 되었다. water heater tank가 갈아 달때가 되면 그것도 효율이 아주 높은 heat pump type로 바꿔 달 예정이다.

 

마노라가 무엇이든 혼자 다할려고 그러다 다치기라도 하면 어쩌냐, 이제는 젊은 나이도 아닌데. 당신같은 사람들만 있으면

그런일 하는 장인들 다 굶어 죽겠네.... 등등 불평이 많지만 'I know my limit. I call for help when I need it. I am doing it all for

you so you can live in comfort when I am gone before you.'  라고 얼버무리면 '아니 누가 나보다 먼저 가래?'  이러다가는 토닥

대다 큰 싸움될수도 있으니 내가 슬그머니 다른 방으로 꽁무니를 빼야지.  이런때는 큰집이 좋다. 

 

아, 참 뜯어낸 변기들은 거져 가라고 사진과 함께 광고를 Kijiji에 냈더니 누가 와서 곧 모두 다 가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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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ony(12) 2021.02.19 06:02

    나의 장인 어른은 과거보려고 햔양으로 올라가려고 채비를 하는중에 나라가 망했다. 그 시대를 거쳐 일제시대를 지나
    해방후 우리가 결혼하고도 몇년을 더 사시다 손주들도 보고 밤에 주무시는중에 돌아가셨다. '88년 올림픽때 타임지 표지에
    나왔던 한북차림의 노인이 바로 그분이다. 나에게는 장인어른께서 지묵으로 자필하시고 책으로 손수 묶은것과 현판도 몇개
    써 주셨는데 우리집 안에는 여기저기 몇개가 걸려 있다. 삼강오륜을 비롯해 모두 살아가는데 필요한 격언이나 좌우명을 주는 옛날
    얘기나 시들이다. 사위 셋중에 나만 받은 우리집의 가보다.

    그중에 내가 제일 명심하고 지키는것은 '萬事無難 有備士' 란 구절이다. 언제나 만반의 준비가 되어있고 무슨 일이 생겨도 쉽게 다룰수
    있는 자세. 난 늘 plan B, plan C...를 가지고 산다. 나뿐만 아니라 나의 가족을 위해서. 가장으로써 나의 임무를 완수한다는게 나의 사는
    목적. 내가 이렇게 나와 자유롭게 사는것은 아버지의 덕분이다. 종손인 나를 그 자리에서 풀어 주셨으니. 그때 한가지 조건은
    '네힘으로 해봐라' 였다. 정말로 100% 내힘으로 나는 고향을 떠났다. 반세기도 넘는 시간 부끄럽게 살지는 않았으니 다행이다. 고교때
    최창규 교장선생님이 '앙천부지' 해서 부끄러운 사람이 되지 말라는 훈시, 아직도 잊지 않고 있다. 떳떳한 사람되라는 말씀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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