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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09 20:03

맨 흙땅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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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맨 흙땅이 그립다.                          청초 이용분(7회)

      •  

  • 미용실은 한가했다. 년 말이라 붐비리라는 예상은 빗나갔다. 정말 요즘이 불경기 인가?  
    얼마 전 바로 옆 같은 건물에 젊은 남자가 원장인 새 미용실이 또 들어서면서 젊은 층들은
    그리로 쏠리는 모양이다.값이 월등이 비싸도 그리로 갈 손님은 그리로 가는 추세인가 보다.

    나로서는 기다리지도 않고 가자마자 머리 손질을 하게 되니 다행한 일이다. 이곳에 단골로
    7~8 년 다닌 터라 두 시간 남짓 시간이 별로 지루하지 않게 머리손질이 끝나갈 무렵이다.
    양 볼에 홍조를 띄운 어린 미소년이 머리를 이발 하려고 들어 와서 시키는 대로 거울 앞
    의자에 앉았다. 몇 살이나 되었을까?


    이제 막 무료 하려던 참에 잔뜩 호기심이 생긴 나는 그 소년아이를 유심하게 쳐다보았다.
    얼굴을 마주보며
    "너는 몇 살이니?"
    "열두 살이에요.“
    ”그럼 오 육학년이니?"
    "예, 이제 육학년 올라가요"
    "요즘 영어를 배우니?"
    "예, 배워요"
    "수학도 지금은 마이너스 프라스 이런 수학을 배우지?"
    "우리 때에는 중학교에 들어가서 배웠는데 요즘은 진도가 빠르구나"

    머리카락 제기름이 윤기 나게 차르르 흐르는 보드라운 머릿결 새파랗게 들어 난 귀 옆의
    여리고 맑은 피부,우리도 어렸을 때는 저와 같았을 때가 있었을 텐데 참 어린 시절이 그립다.
    "돌마 초등학교 다니니?"
    "예"
    "지나다 보니 학교 운동장 인조잔디를 모두 벗겨 내고 맨 땅이더라"
    "그래서 학부모들이 진짜 잔디를 심어 달라고 청원을 냈 대요"
    "그러니?  맨땅이 더 좋은 데..."
    원장 미용사하고 내가 동시에 같은 생각을 했다.

    "요즘은 땅 밟을 일이 전혀 없어요. 사람은 땅을 밟아야 건강 해지는 건데..."
    "전에 시골에 살적에 강아지가 시름시름 죽어 가는 데 밖에 맨땅에 두었더니
    밤새 정신을 차리고 살아 났더라"는 미용사의 얘기다.

    ​땅은 모든것을 흡수한다. 어떤 오물일지라도 시간이 흐르면 자연으로 되 돌려 보내는
    아량이 있다.​ 봄에 씨앗을 품어서 싹을 틔우고 떡 잎이 나서 여름내 땅이 머금은 거름을
    비료삼아 꽃을 피우고 꽃이 지면 열매를 맺게 하여 가을이면 풍성한 양식을 거두게 한다.
    이런 과정이 어머니의 자애로운 모성과도 같은 땅이 아니면 어떤것들이 이를 대신 할것인가?
  • 이런 땅들이 도시에 골목에서 모두 자취를 감추었다.
    늘 길을 나서면 가깝게 발끝으로 느끼던 푸근한 대지의 느낌을 잊은지 오래다.

    맨땅에 비가 흠뻑 내린 후 땅 이곳 저곳에 물이 흥건히 고이면 그 빗물이 아래쪽으로
    흘러가게 땅에 골을 파서 흙탕물이 흘러내려 가는걸 보며 신기해서 즐겼던 추억도 그립다.

    나는 예전 마당이 있는 집에서 아이들을 키울 적에 추운 겨울이라도 양지가 좋은 바로
    집앞 맨 땅에서 흙장난을 하고 놀도록 하며 키웠다. 그렇게 성장한 아이는 커서 자기일은
    제 스스로 잘 해결하는 창의력도 뛰어난 성인으로 자라났다.

    "맨땅에서 축구를 하니까  넘어지면 옷도 다 버리고 무릎도 깨지고 나뻐요"
    소년의 얘기다.
    "어렸을 때는 맨 땅바닥에 넘어져서 땅을 짚고 벌떡 일어나기도 하고 피도 나고 그렇게
    고생을 하고 커야 튼튼해지는 거야 그게 경험이 되어 이 세상을 끗끗이 살아가게 되는 거지"

    “잔디를 옮겨 심으면 그게 뿌리가 활착을 할 때까지는 한동안 절대 밟으면 안 되고
    그 후라도 잔디를 그 많은 학생들이 매일 짓 밟으면 고사(枯死)하게 되고 결국 그 잔디를
    보호하려면 아이들은 들어가지도 못하게 제한 해야 되니 결국은 그림의 떡이 되는 거지...”

    실제 우리 고등학교 모교인 종암동 켐퍼스를 이따금 가보면 푸른 잔디운동장 주변에 성근
    울타리를 높게 쳐놓고 출입을 제한하여 정원의 화초화가 되고 있었다.

    "다른 형제는 더 있니?
    "아뇨, 저 혼자 외동이이에요"
    "동생이 있으면 좋겠니?"
    "예, 그런데 엄마가  더 안 낳는데요."
    이 아이는 외동아들이니 천연 기념물인 셈이다. 어찌 라도 될까바 전전 긍긍하는
    '천연 기념물' 그러니 아이가 원한다면 모든 걸 부모가 전력투구 최고로 해 줄 것이고
    나눌 형제가 없으니서로 양보 하며 나누는 미덕을 실천할 기회가 없는 너무나 자기중심적인
    어른으로 자랄 것이다.

    부모님이 저만을 위해주고 살았으니 나중에 부모를 생각할 그런 아량이라도 생길 수 있을까? 
  •  짝으로 택 할 상대도 그렇게 키워졌을 여자일 터이니 이건 참 걱정스런 현실이다.
    온 사회 분위기가 그런 양상으로 흐르고 있고 이도 참 불가항력적(不可抗力的)인 현상이다.

    그럭저럭 그 소년은 머리 손질을 다 마치고 미장원 문을 그냥 나서려는 순간 내가
    "인사를 해야지?^^"
    "안녕히 계세요." 꾸벅 인사를 하고 급히 가버린다.
    오늘 들은 이 이야기들이 그 소년에게 조금이라도 교훈이 되기를 바라는 것은
    그들이 우리의 밝은 미래를 짊어질 어린 세대이기 때문이다.

                                                           2019년 12월 31일






  • (맨땅 돌마초등학교 운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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