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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들과 함께 송편을 빚던 추석       청초 이용분(7회)


    • 어제는 날씨가 쾌청이라 이제는 드디어 날씨가 개이려는가 했는데도 밤새 어디서
      그렇게 많은 구름이 몰려왔는지 또 아침부터 날씨는 흐리다.

      올해 처럼 궂은 날의 연속인 날씨에도 새빨갛게 익어서 말린 햇고추며 빨갛게 잘
      익은 싱싱한 햇 사과와 샛노랗고 맑안 빛으로 맛갈스럽게 익은 배들이 상가에
      그득히 쌓여 있다.
      그러나 아파트 현관 입구의 아직은 새파랗게 덜 영근 풋대추열매가 추석 절기와는
      어울리지 않게 영 생소하기 조차 하다.

      우리가 빗속에서 우왕좌왕하고 있는 사이에도 세월은 흘러 다시 올 추석이 내일
      모래로 다가왔다. 자연은 티도 안내고 살금살금 자기가 할일은 다 하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 조차 든다.주부들의 명절 스트레스야 어떻든말든간에 이제 추석은 내일
      모래로 다가 왔다. 공연히 마음이 어수선하고 바쁘다.

      고추값은 작년수준, 다른 농산물 값이 많이 비싸진것 같다.갑자기 파한단 값이
      이천원은 더 붙었다.이제 주부들의 허리가 좀 더 휘어 지게 생겼다.
      상인이 맛 좀 보라고 권해서 먹어 본 한 조각 사과의 맛은 사각사각 하고 달기도
      하다. 물론 값은 비싸다.오랜 비속에서도 이런 당도를 유지 하려고 무던히도 애쓴
      농부들의 노고의 댓가일게다. 품종개량으로 우리들로서는 이름도 새롭고 낯이 선
      과일이다.

      예전에 내가 어렸을 때에는 한달 전쯤부터 어머님께서 추석빔을 만드느라고
      바쁘셨다. 지금 생각하면 분홍색 갑사천이었던것 같은 저고리 감을 마름질 하고
      무릎 위에 올려 놓는다. 실눈을 하고 가느다란 실을 바늘귀에 끼고 화로에 인두를
      꽂고 저고리의 앞섶을 달고 깃도 단다.

      동정을 다리기 위해 너무 뜨거우면 저고리 천이 노랗게 눌어 버리니까 물수건에
      인두를 조금씩 대어 보고 뺨 가까이도 대어 보면서 적당히 뜨거운가 가늠하며
      추석빔을 만들고 계신다.그 머리맡에 앉아서 턱을 괘고 마른침을 삼키면서 내
      옷이 예쁘게 잘 만들어져야 할텐데 하고 생각을 했다.

      머지않아 닥쳐 올 추석에 대한 기대와 즐거움으로 공연히 작은 가슴을 두근거리던
      옛날 일이 마치 엊그제 일처럼 내 눈 앞에 어른거린다.
      이제 어머님은 이미 오래전에 고인이 되셔서 그 그림자만이라도 뵙고 싶어도
      이 세상 어느곳에서도 뵐수가 없으니 더 더욱 그 시절이 그리웁기만 하다.

      나는 결혼을 하여 세 아이를 낳아 키우게 되었다. 언제나 추석 때면은 아이들
      하나하나에게 비싸지 않더라도 새로 추석 빔들을 사서 새 옷을 입혀놓고 이리
      와 보아라 저리 가 보아라 하면서 처다 보며 즐거워 했던 일들....

      요즈음에는 유난히 고운 색상의 아동 한복들이 흔하게 나와서 쉽게 빨고 털어서
      입히면 된다. 그리 비싸지도 않아서 웬만하면 다들 마련해 입히는것 같다. 그 시절
      에는 그리 흔하지도 않고 유행하지도 않았다. 모두 살기도 힘들고 지금처럼 민족
      의식이 고양되지를 않았다. 그래도 세아이 모두에게 이런 때때옷 한번 해 입혀 보지
      못하고 보내 버린 세월에 이 아침 안타까움으로 다가온다.

      생각해 보면 그 까짓 하루를 위해 해마다 커지는 아이들에게 그렇게 비싸게 들여
      비실용적인 옷을 해 입히느니 평상복을 해입히는 게 더 실용적이라는 생각을 했던
      게 사실이긴 하다. 정말 하고 싶었다면 땡빚을 내서라도 하지 않았을가...
      그러나 지나고 보니 그게 아니었다. 그때 그때의 즐거움도 아주 중요하다는 사실을
      미쳐 깨닫지 못했었다.

      추석전날 방앗간에 가서 쌀을 곱게 빻아서 준비해 놓은 쌀가루를 조그만 양푼에
      담아 놓고 끓는 물을 부어서 익 반죽을 한다. 아이들과 삥 둘러 앉아서 제가끔 좀
      빚어 보라고 하면 도깨비 얼굴처럼 뿔과 코를 삐죽하게 붙여서 빚기도 하고 병아
      리도 만들고 물고기도 만들고.... 일을 돕는게 아니고 장난이 반인 아이들...

      부처님 귀 같이 크게 만들어서 속도 터지게 많이 넣어서 빚어서는 준비해 놓은
      밥상위에 제 가끔 늘어 놓고보면 마치 작은 작품전시회 처럼 대견스럽고 쿡쿡
      즐겁고 우습기도 하고,

      가까운 산에 가서 솔잎을 미리 따다 꼭 준비해 두거나, 조금을 사서라도 송편
      사이사이에 골고루 펼쳐 넣고 찌면 솔잎 향기가 솔솔나게 해서 운치있게 먹곤 했다.
      이런 멋스러움도 이제는 즐기기 어렵게 생겼다. 솔나무의 방제를 위해 뿌린 맹독성
      솔잎흑파리 약을 나무에 주사를 놓기도 하고 뿌리기도 해서 인체에 해롭다는
      방송 뉴스가 났기 때문이다.

      너무나 빠르게 변해가는 세태속에 떡보다 더 맛있는 피자나 케익이 흔해져 버렸다
      예전처럼 송편 시루떡 말고는 간식거리가 전혀 없는 그런 시절도 아니다.
      이제는 어른이 되어 버린 나의 아이들이 바쁘다는 구실로 그들의 어린아이들과
      더불어 송편을 빚어 보기나 할런지 궁금하다.

      날이 궂으니 둥그런 한가위 보름달을 보게나 될런지...

                                             2007년  9월  22일
      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들께 ...
      온 가족 더불어 즐겁고 행복한 한가위 되시기 바랍니다.^^

                                             2019년 9월 12일 추석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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