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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번 더 클릭하면 큰화면으로 볼수 있어요)

  •     긴수풀 찬 이슬에 베잠뱅이 다 젖는다.          청초 이용분(7회)  


    아침 일찍 문을 나섰다. 올해 따라 매미가 유난히 성한 것 같다. 집안에서는 그리 시끄
    럽고 신경질적으로만 들리던 매미 소리다. 우거진 푸른 나뭇잎 사이에서 들으니 정말
    시원한 여름 한철을 노래하듯이 청량한 느낌을 준다. 모든 걸 사람 입장에서만 생각한
    다면 그건 큰 오만이라는 생각이 잠시 스쳐간다.

    밤에도 잠을 설치고 더위에 지친 나머지 며칠간을 운동을 못하였다. 개천변 나무밑 길을
    따라 걸으면서 곁눈으로 본다. 간간히 내린 비에 물빛은 깨끗하나 흐르는 물의 양이
    시원찮다.우리 집 가까이서 이런 시냇 물길을 볼 수 있다는게 큰 행복감으로 닥아 온다.

    혹시 전에 그 야생 오리들을 만날수 있을까 목을 길게 늘이고 기대를 했지만 그들을
    만나기는 힘들 것 같다. 하는 수 없이 발길을 큰길편으로 돌려 교회 앞 찻길 건널목을
    건너서 마을 사람들의 텃밭으로 가 보기로 했다. 어스름 새벽이 잠시 머무는가 했다.
    어느 새 부지런한 햇볕이 스르르 나타 나더니 나를 쫓아 오듯 텃밭 쪽을 환하게 비치기
    시작한다.
    ‘벌써 덥게 생겼구나...'
    이왕에 카메라를 들고 나섰으니 올해는 무엇들을 심었는지 찍어 봐야지...

    간밤 빗물이 얕게 고인 고랑 턱을 따라 우선 호박 덩굴이 정말 무성하게도 성해 있다.
    꽃만 무성하지 호박 열매가 열린 것은 하나도 안 보인다. 원래 덩쿨이 너무 성하면
    열매가 시원찮게 마련이다.

    내가 선 쪽에서 보면 호박꽃들도 일부러 그리하는 듯이 등을 돌리고 모두 햇볕을
    향해 펴 있다. 작년에는 빨간 넝쿨 콩을 심어서 나의 마음을 그리도 사로 잡더니
    올해는 심지 않은 모양인지 눈에 띄지 않는다.

    호박꽃도 꽃인지라 우선 눈에 확 띄는 게 맨 호박꽃이다. 무수한 벌들이 '윙윙' 소리를
    내며 호박꽃을 향해 돌진 해 와서는 노란 꽃 속에 머리를 쳐 밖고 꿀 따기가 한창이다.
    벌이 호박꽃에 접근해서 날개짓을 하는 걸 멋있게 찎고 싶은 데 어찌도 재빠른지 순간
    포착이 어렵다. 그중에서도 덩치가 커서 마치 풍뎅이 처럼 보이는 털북생이 검은 색  
    호박벌은 더 성질이 급하다. 이꽃 저꽃 섭렵하느라 잠시를 못 머문다.

    좀 도둑을 막느라 그리 했겠지만 밭으로 들어가는 곳곳에 엉성하게라도 꼭 문을 달아
    놓았다. 양배추 가지 파 고구마 땅콩 열무 일상적인 야채를 심어 놓았다. 어느 새
    가꾸는 단계는 넘어 선것 같다. 한 여름이니 제 절로 무성하다. 감자는 캐어서 넝쿨
    걷이가 끝나고 고구마순들이 성하게 뻗어 있다.

    봄에 와 봤을 때 꺾꽂이를 해서 막 심어 시들시들 모두 죽겠다 싶던 고구마 밭이
    어딘지 분간이 안 간다. 땅속에는 빠알간 고구마가 숭글숭글 크고 있겠지...

    방울토마토는 심어서 따 먹어 보기는 했었는지 이미 줄기가 상하여 망해 가고 있다.
    이건 바로 집 앞에 심어서 그때 그때 따 먹을 일이다. 집과 거리가 멀면 가꾸느라고
    힘만 들었지 모르는 사이 곯고 물크러져 버려지는 게 태반이라 반타작이다.

    올해는 고추가 풍년이다. 옛날 고추나무와는 다르게 바침 대를 세워 줘야 될 만큼 키도
    크고 나무가 마치 작은 느티나무 모양 우람하다. 사방으로 뒤엉켜 뻗은 가지마다 푸른
    고추가 주렁주렁 많이도 열렸다. 먼저 열려 큰 것은 검붉은색에서 빨간색으로 읶어서
    정말 탐스럽다.

    밭마다 제각기 고추도 여러가지 종류를 심어 놓았다. 꽈리고추 청양고추 그냥 풋고추.
    크게 커서 빨갛게 읶은 것은 따다 말려서 김치를 담구면 맛 있게 생겼다. 시중에서
    파는 것은 아무래도 농약을 친게 틀림없으니 이렇게 농사를 지어 먹으면 얼마나 좋을까.

    옥수수는 늦게 심은 모양인지 아직도 싱싱한 수염을 늘어 뜨리고 서 있다. 수염이 바짝
    마르고 통통해야 옥수수 알맹이가 영글어서 실하다. 오이 넝쿨은 이미 시들고 망해
    보기가 흉한 꼴로 말라서 밭침 대에 얼기설기 매달려 간혹 부는 바람에 흔들 거린다.
    이 세상 만물은 동식물을 막론하고 흥망성쇠(興亡盛衰)가 잠시임을 알게 한다.

    좁은 밭 고랑 길 한옆에 누군가가 심었을 진분홍 색의 봉선화꽃이 눈길을 끈다.
    꽃을 무척 사랑하기에 일부러 모종을 심었을 것이다. 마치 사람이 꼭 밥만으로 사는 게
    아니라 때로는 이와 같은 마음의 여유를 갖어야 된다는 이치를 깨우쳐 주려는 듯 하다.

    이미 햇볕이 쨍쨍 내려 쬐기는 하지만 아직은 아침나절이다. 밤새 풀잎 끝에 맺힌
    찬 이슬에 내 면반바지와 운동화 속 목이 짧은 면양말이 흠뻑 젖어 들었다.
    갑자기 고등학교 시절 국어시간에 배워 외웠던 시조중에 이런 글이 떠 올랐다.

    샛별지자 종다리 떳다 호미메고 사립나니
    긴수풀 찬 이슬에 베잠뱅이 다 젖는다.
    소치는 아이놈은 상기아니 일었느냐
    재넘어 사래긴 밭을 언제 갈려 하느니.

    ( 작자: 남파(南波) 김천택(金天澤) ; 조선 영조때 가인,
    평민출신의 가객으로 청구영언등 많은 작품을 남김.)


                                                 2010년 8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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