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긴 삼십여년전 마이아미에 이사온후 한 두어번인가 아침에 눈을 뜨면 이렇게 어지러울때가 있었습니다.
차라리 두통이라면 Tylenol 두알 먹고 수월하게 넘어 가지요.
그러나 천정이 슬슬 돌아가는것 같이 기분 나쁘게 어지러운 건 어떻게 손을 써야할지 항상 막막합니다.
마이아미에 와서 처음 당해보는 것이니 열대병 (熱帶病, Tropical Disease) 인가 보다고 마음대로 병명을 지었습니다.
더운곳이니 모기도 많고, 이런 종류의 병도 흔할꺼다 싶어서 만만한 마이아미 탓을 했습니다.
점심때쯤 되어 일어나서 흰밥 좀 끓여가지고 짭짤한 김치나 장아찌 쪼각과 같이 먹으면 비위가 갈아앉고 진정이 되곤 했지요.
어지러우니까 이마를 손으로 짚고 앉아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한참 궁리했습니다.
혹시 빈속이라 그런가 싶어 얼음 물과 환자들 먹는 짭짤한 Saltine Cracker 몇개를 먹어보려는데 속이 미식거리고....
먹을수가 없었습니다.
이 사람들은 매일 같이 환자를 다루며 위급한 상황을 재빨리 파악하고 그 대처에 익숙한 전문가들입니다.
Bag 같은것 걱정말고 아무데나 토하라고 커다란 흰 수건을 잔뜩 주는데 굳이 Bag을 얻어 입을 막고 갔습니다.
복도에 지나는 사람들이 다 서서 쳐다 보니 너무 창피했습니다.
게다가 시시각각으로 점점 더 어지러워져 눈을 뜰수가 없고, 구토는 시작했고, 그냥 그대로 급히 실려 갔습니다.
그런데 이때쯤에는 온 세상이 무섭게 팽팽 돌고, 구토는 더욱 심해져서 정신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난생 처음의 끔찍한 경험이였습니다.
그래서 다시 또 엘레베이터 타고 내려와 마당을 가로 질러 반대쪽, 커다란 건물로 오던길을 되돌아 달려 갔지요.
어찌나 괴롭고 비참한 생각이 드는지 "Oh, god, let me just die!" 그런 마음뿐이였습니다.
의사가 무슨 다른 처치를 해줄지는 모르지만 직업이 약사이고 보니 이런 Vertigo (어지럼증)에는 Antivert 밖에 아는 것이 없거든요.
요즈음 특히 응급실에서 의료 사고 ( Malpractice) 소송이 자주 일어 나니 신중을 기하는 겁니다.
얼른 약을 먹고, 간호원에게 우리집에 전화해서 남편이 빨리 오도록 부탁을 했습니다.
젊은 애녀석 둘이 내가 누운 Cart 를 밀고 가는데 울퉁불퉁한 돌길에서 무슨 Bed Race나 하는것 처럼 좌충우돌, wild 하게 달려갑니다.
사실은 실내의 매끄러운 병원 복도를 가는 건데 내 상황이 그렇고, 또 좀 빠르게 밀고 가는 때문인지 꼭 돌밭위를 달려가는 것 같았습니다.
곁에 보호자도 없고, 할머니 같은 동양 여자가 정신줄 놓은 환자인줄 알고 맘대로 다루는 것 같아 신경질이 났습니다.
좀 천천히, 살살 가라고 말했더니 찔끔하는것 같았습니다.
병원에서 항상 환자 만족도를 살피는 설문을 하니까 나쁜것은 다 지적해주려고 유념해두었지요.
그런데 처음 약을 먹은지 벌써 서너 시간 지났으니 Antivert 25mg, 한알을 또 달라고 재촉했습니다.
두번째 약을 먹고나서야 조금씩 나아지는 것 같더니 한 두어시간 지나 오후 4시쯤 되니까 그 증상이 거짓말같이 사라졌습니다.
올때는 맘대로 왔으나 갈때는 그렇치가 못합니다.
어지럼증은 언제 그랬나 싶게 정말로 감쪽같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이말을 거역하고 무단 퇴원하면 보험이 안된다니 울며 겨자먹기로 의사가 더 급한 환자를 먼저 보고 올때까지 기다려야했지요.
치료가 필요한 사람을 그냥 퇴원시켰다가 무슨 큰일이 생기면 병원에 책임을 묻거든요.
사람들은 그런 상황에서 뭐가 먹어지느냐고 깔깔대고 웃지만 내 대답은 "Sure, No problem."
응급실에서 하도 여러번 당해보아서 우선 보호자가 잘 먹고 기운이 있어야 무난하게 잘 견뎌낸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이곳 응급실은 입원은 시켜야겠는데 병실이 없다보니 복도에는 침대에 누어 기다리는 환자들로 늘 북적댑니다.
사진에서 본 제 2차 세계 대전때 같다고 서로 농을 하는데 집에 못가고 입원해야하는 환자들이 저는 제일 불쌍합니다.
컴컴한 방에서 하라는데로 누웠다 앉았다하며 별별 검사를 다 했으나 아무 이상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전문의는 그냥 귓속 달팽이 관의 돌이 어쩌다 움직여서 평형 감각을 잃어버린 탓이라고만 설명했습니다.
모두 중년 쯤의 여자들인데 어떤 사람은 가끔 그런 증상이 와서 결근도 자주 했는데 Antivert 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영화에서 보듯 새털처럼 작고 가쁜한 여자라 남편이 두팔로 번쩍 안아다 차에 태울수 있는 사정도 못되니까 꼼짝없이 응급차 신세를 져야했지요.
MRI 도, 이비인후과 검사에서도 아무런 이상이 없었으니 지금 생각하면 그날 아침 빨리 Antivert 를 하나 먹었어야 했습니다.
그 다음부터 이 약 두어알을 지갑에 넣고 다녔는데 요즈음은 그것도 안 합니다.
저 처럼 속히 쾌차하시기 바랍니다.
(4/2014)
하지만 내가 2018년엔가 또 이 어지럼증 때문에 갔더니 실컷 토한 다음에 큰 병원으로 가라고.
무슨 큰 문제가 있나보다고 겁을 낸 건데 한바탕 토하고 난후엔 아무일도 없었읍니다.
그래서 전 어지럽기만 하고 Antivert 하고, cell phone, 그리고 실컷 토할수 있는 커다란 대야를 준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