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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남-죽천 해파랑길 산책의 즐거움

 

                                                                                                                                           구 자 문

날씨가 더워지는 듯하지만 아침저녁으로는 쌀쌀한 편이라 무슨 옷을 입고 나가야 할지 약간 주저하게 되는 때인 것 같다. 하지만 겨울 지나고 봄이 한창인 때라서 정말 춥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지만 감기에 걸리는 등 컨디션 난조를 보이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고 다니고 많은 이들 함께 모이지 않으니 그래도 예년에 비해 감기환자가 적은 편이라고 하니 다행이다. 지난 주말 오후에도 동료들과 해변을 걸었었다. 해안도시에 살고 있어서 그때그때 가는 곳을 정하는데, 이번에는 죽천에서 여남으로 연결된 해변을 걷기로 했다. 예전 같지 않게 해변에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몇 주전만 해도 많은 이들이 이곳에서 낚시도 하고 텐트를 치고 있었는데, 웬일인지 모르겠다. 며칠간 예상외로 쌀쌀해진 날씨 탓일지, 아니면 주말에 멀리들 다른 곳으로 떠난 것인지.

 

죽천교 근처에 차를 세우고 자갈길 해변을 따라 남쪽으로 한 300미터 걷다 보면 해변길과 산등성이길로 나누어진다. 우리는 산등성이길을 택했다. 물론 험하지 않은 7~800미터 남짓 산길이지만 해변쪽으로는 20미터 넘을 듯한 급한 절벽이고 길고 가는 줄기의 소나무들이 위태롭게 우거져 있다. 걷는 산길 양옆으로는 키 크고 굵은 줄기의 소나무들이 늘어서 있고 가는 대나무숲도 지나게 된다. 도중에 무인등대도 있고 주변의 전망이 좋아서 멀리 영일만 건너 호미반도가 내다보인다. 그날따라 바람도 적당히 불고 파도도 적당히 치는데, 바닷물이 매우 깨끗하여 산길에서도 해안의 맑은 물아래 바닥이 보일 정도이다. 물론 멀리는 푸른 색의 청량한 바다이다.

 

산길절벽 위에서 해변길로 내려가는 목재계단이 꽤 높아 몇 단계로 꺾여 있는데, 계단고가 낮아 내려가기도 올라가기도 매우 편하게 설계되어 있어 넘어질 위험이 없어서 좋다. 해변길로 내려와 좀 더 여남쪽으로 가게 되면, 작년부터 공사를 진행 중인 해안구조물이 있는데, 바다 위로 건설된 철제다리이자 중간에 넓은 전망대가 있고 다리바닥을 강화유리로 연달아 연결해 놓아 바닷속을 관찰할 수도 있도록한 테마시설이다. 맨 앞쪽에 둥굴게 거대한 테트라포트를 쌓아놓아 큰 파도를 막게 만들어 놓고 그 뒤편으로 둥글게 아이들 물놀이 장소를 마련해 놓고 있다. 입구에서 출구까지 바다로 나아갔다 돌아오면 거리가 300미터는 넘을듯한데, 여름쯤이면 완성되어 개장되면 대단한 인기를 끌 것 같다.

 

길을 되돌아 해변 북쪽으로 걸어 죽천으로 향했다. 바람막이를 입어 춥지는 않지만 바람이 꽤 차게 느껴졌다. 파도는 끊임없이 밀려온다. 20미터 전방 줄지은 바윗돌 위에 보통은 갈매기들이 줄지어 앉아있거나 먹이 사냥차 물위를 낮게 떠돌기도 하지만 오늘은 전혀 볼 수가 없다. 날씨 때문은 아닐 것이고 아마 고기떼가 이곳에 몰리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출렁이는 해변 바위돌 사이에 커다란 미역줄기들이 많이 밀려와 걸려있다. 누군가 건져 바위에 올려 놓은 것들도 있는데, 줄기도 두껍고 잎이 매우 풍성한데 길이 1미터에 좌우로 잎을 펼쳐도 1미터는 될 듯하다. 마침 메고 온 가방안에 쇼핑백이 있어 나도 과감하게 한줄기 건져내었다.

 

오늘은 걷는 이들 별로 없이 해변은 한적하다. 한쪽은 깎아내린 절벽이고 한쪽은 파도 맞는 바위길인데, 아직 산책길로 조성 중이다. 그런데 이곳 파도 드나드는 해변바닥에 거대한 거인 발자국 화석이 있다. 그런데 인간적인 발 사이즈가 아니라 길이가 2미터 넘는 거대공룡 발자국 크기의 사람 발등바위인데 발가락 5개가 가지런하다. 고대 거인의 발자국이 진흙에 찍혀서 그 위에 다른 토질의 퇴적물이 쌓이고 굳어졌는데, 수천 수만년 후에 겉의 것들이 깎여 나가 발등 모습의 발자국을 남기고 있는 듯하다. 아무래도 이 발자국에 이름을 지어주어야 할 것 같다. '거인 발자국(Giant Footprint)'. 여기 해변은 바닥이 평평한 암반이 계속되는 낮은 바다인데 잘 찾아보면 경남 고성의 공룡발자국 같은 것이 좀 더 발견될지도 모르겠다. 우연히 만들어졌다 해도 너무나 재미있는 모습이다.

 

바다가 지척에 있어 잠시 걸을 곳도 많지만, 전망좋은 바다를 보고 파도를 보고 있노라면 온갖 근심이 다 사라지는 것 같다. 애들처럼 외치며 모래 위를 달리고도 싶다. 환여해변의 해양구조물이 완성되면 그곳에서 갈매기도 관찰하고 물밑 헤엄치는 고기들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영일만의 바닷물은 생각보다 깨끗한 것 같다. 과거에는 형산강과 도심하천을 통해 생활하수, 어시장의 생선 찌꺼기, 상류 농공단지의 오염물질들이 바다로 흘러 왔다지만, 지금은 그런 일이 없을 것이니, 이렇게 깨끗한 바다를 연출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건진 미역도 잘 씻어서 데쳐 먹을 수 있을 것이다.

 

좀 더 북쪽 바닷가로 영일만항이 내다 보인다. 두 개의 크레인이 자이언트 로봇 같이도 보이는데, 경북도와 포항시가 큰 기대를 거는 환동해경제권의 중심항만으로 발전될 항만이다. 아직은 물동량이 부족하지만 좀 더 항만이 활성화되고, 크루즈부두가 완성되어 크루즈가 경유하고, 2~3단계 항만공사가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죽천해변 인근도 새로운 항만시설과 배후단지로 개발될 것이다. 영일만항 인근 북방파제 인근은 이미 서핑으로 유명하지만, 외방파제 바로 바깥쪽 얕은 바다에 대형 풍력발전기를 10~20기 설치해도 좋을 것 같다. 이곳은 바람이 세고 일정하기에 선박운항에 지장이 없다면 좋은 사업이 될 것이라고 본다. 이로 인해 바닷가 풍경도 더욱 다채롭게 변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2021년 4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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