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 배설물이 문제다

by 캘빈쿠 posted Mar 12, 2023 Replies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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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둘기 배설물이 문제다 

구 자 문 

신규아파트단지로 이사온지 13년이 되는데, 처음 몇 년 에어컨 실외기가 놓여진 베란다에 비둘기 배설물이 지속적으로 쌓여 좀 고민하다가 나름 고안한 장치들을 설치한 후 문제가 해결되어 한동안 잊고 살았는데, 이번 겨울에 한달동안 집을 비운 후 다시 문제를 겪게 되었다. 10여년 전 비둘기 배설물 쌓인 곳에 고무호수로 물을 뿌리고 빗자루로 닦아내었는데, 아래층의 항의를 받아 난처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한동안 비올 때를 기다려 배설물을 치워내고 실외기 위에 반짝이는 비닐을 덮고 바람에 날리지 못하게 물통을 두 개 묶어 놓아 놓았더니 한동안 비둘기가 날아들지 않았다. 그후에 이것도 익숙해졌는지 또 날아오곤 해서 에어컨 뒤 창살에 색깔있는 비닐봉투며 펄렁거리는 물건들을 묶어 놓았더니 비둘기로부터 해방된 듯 싶었었다.

 

아파트에서 비둘기 문제로 고민하는 분들이 한둘이 아니다. 과거에 집 대청 안쪽 천장에 제비가 집을 짓고 새끼를 까고 우리들은 이를 좋은 징조로 보며 좋아했었는데, 비둘기는 덩치도 크지만 배설물도 양이 비교 않될 만큼 많아서 문제가 되는 것이다. 이 배설물에 세균도 많고 털이 날려 위생상 좋지도 않고, 그 배설물에 산이 많이 포함되어 베란다 창살이든 차량외관이든 녹이 슨다고 한다. 때로는 이로 인해 에어컨이 작동 불능해지고 합선으로 불이 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비둘기는 순한 짐승이라고 생각된다. 사람도 무서워하지 않지만 우리에게 크게 해를 끼치는 것은 아니다. 비둘기를 평화의 상징으로 여기는 전통도 있으며, 그 뜻이 조금 더 확장되어서 평화를 주장하는 입장을 포함하는 정치적 온건파를 '비둘기파'로 부르기도 한다. 강경파는 맹금류인 매에서 뜻을 딴 매파로 불린다. 기독교에서는 비둘기를 성령의 상징으로 본다. ‘예수께서 요한에게 세례를 받으시자 성령이 비둘기 같이 하늘에서 내려왔다는 묘사에 따른 것이다. 또한 비둘기는 철새가 아니고 같은 지역에 머물며 귀소본능이 좋아 과거에는 연락용으로 활용도 했던 것이다. 비둘기는 겨울에도 알을 낳고 새끼를 키움을 이제야 알았다. 비둘기는 암수 모두 알을 품으며, 1~2개의 알을 낳아 암수가 같이 12~17일간 품는다. 환경 조건이 맞으면 번식을 계속하는 조류이다. 먹이는 주로 나무 열매나 풀씨, 달팽이 등 작은 동물성 먹이를 먹는다. 어릴 때 벌레를 주지 않고 입안의 젖샘을 통해 젖을 먹인다.

 

비둘기과에는 300종 이상의 비둘기들이 있다. 도시에 사는 비둘기는 집비둘기의 야생종인 바위비둘기이며, 야생 비둘기로는 산비둘기, 흑비둘기 등이 있다. 또한 품종개량종으로 공작비둘기, 흰비둘기, 왕관비둘기 등 다양한 품종들이 있다. 비둘기는 몸통에 비해 머리가 작고, 다리가 짧다. 몸길이가 약 20~30되는 중소형의 조류로 아시아·유럽·북아메리카·남아메리카에 널리 분포한다. 최고 시속 112km를 자랑하며 이 속력으로 하루 10시간 이상을 날아 1,000km 밖까지 갈 수도 있다.

 

머리나 눈에 자성을 띤 물질이 있어 방향을 잃지 않는데, 특히 북쪽의 시야의 색감이 달라져서 방향을 잘 알 수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전서구(傳書鳩), 즉 연락용 새로서 제1차 세계대전까지만 해도 군사용으로 쓰였다. 수명은 10~20년 정도로 꽤 긴 편이다. 머리가 작지만 10까지 셀 수 있으며, 기억력도 굉장히 좋아서 몬티 홀 문제(Monty Hall Problem, 확률로 알아 맞추기) 정답률이 사람보다 높다고 한다. 도시에 사는 비둘기들이 자동차나 자전거를 알아서 피하고 사람들이 만들어 둔 시설물을 적극 이용하는 능력으로 볼 때, 비둘기들의 지능은 무시할 수준은 절대 아니다.

 

필자가 미국에 살 때, 집 현관 근처에 조그만 나무가 한그루 있고 잎이 꽤 무성했는데, 사람 키 보다 조금 높은 곳에 새집이 있었고 자주 알을 품고 있는 것을 목격했었다. 지나다니다 보이기도 하지만 우리 식구들은 일부러 무심한 척 했었는데, 해마다 봄여름이면 알을 품은 것 같다. 겨울에는 어디론가 사라졌던 것 같은데, 봄이 되면 뒷마당에 이 새들이 몰려들었다. 열 마리, 때로는 스무마리는 되어 보였다. 알고 보니 이 새가 비둘기였다. 엄밀히는 멧비둘기로서 무늬가 흰색이나 청회색 아닌 갈색얼룩이었다. 그 어미와 새끼들이 자기 태어난 곳을 찾아오던 것이었다.

 

우리 식구들도 그후 산비들기 구구구 숲속에서 구구구노래를 하기도 했는데, 어느 해 부터인가 비둘기가 사라졌다. 비둘기만 사라진게 아니고 불루재이라는 큰 새, 커다란 붉은 갈색 스쿼럴다람쥐, ‘앨리게이터 도마뱀등도 사라졌는데, 우리 집과 접해 있던 작은 수목원에 집들이 지어지고, 우리집 현관 앞의 나무도 정원사들이 너무 짧게 가지를 잘라버렸기 때문으로 보인다. 너무 아쉬웠었다. 이러한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던 비둘기가 아파트 생활을 하는 지금 한국의 도시에서는 배설물로 인해 위해동물(危害動物)로 지정되어 있는 것이다. 한달 집을 비운 사이 배설물과 물어온 지푸라기 등이 쌓여 바람 불어내는 기계 블로어를 사서 마른 오물들을 일부 날려 보내기도 했고, 지난번 비가 올 때 남은 것들을 물을 뿌려 닦아내기도 했는데, 아뿔사, 종종걸음치며 숨던 두 마리가 몸집만 크지 잘 날지 못하는 새끼였던 것이다. 마음이 짠했다. 요즈음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데, 어서 자라 날아가기를 바랄 뿐이다.

 

2023년 3월 12일

  • 이용분 2023.03.13 12:19

    안녕하세요. 구자문 후배님. 저는 7회의 이용분입니다.

    교수님답게 비둘기들을 세심히 관찰하고 생태학적인 연구를 하고
    가는 곳마다 이를 기록해서 독자가 이해가 가도록 쓰신 글 잘 읽었습니다.

    저는 비둘기가 하는 행동중에 제일 안좋은 버릇은 기념동상물 머리위에 X을 싸서
    부식 훼손 시키는 행동이 제일 안타깝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물론 유럽에 여행을 갔을때 먼길 마다하고 찾아간 명소들...
    베토벤 흉상으로 부터 모챠르트상, 프랑스의 말을 탄 나포레온 동상,
    소련의 전쟁 전승상 하다못해 우주를 처음 정복한 제 1호 스프토닉기념상 위에도
    영락없이 이 하얀색  X세례를 퍼 부운걸 보고 아연 실색을 금치 못하겠더군요.

    이제는 모든 교각밑 비둘기가 알을 낳고 서식하는 둥지 지프라기등을 모두 훼손시켜 없애 버리고
    맞는 얘긴지 사람들이 비둘기 모이를 주지 못하도록 금지 시키는 상황 까지 갔었는데 ...

    코로나 19 발발 이후는 어찌 됬는지 그만 사람들의 관심밖으로 사라진 느낌입니다.^^
    분명히 공해를 이르키는 새 임에는 틀림 없습니다.

    그럼 건강하세요. 감사합니다. ^^

  • 캘빈쿠 2023.03.30 16:35
    선배님 평안하시지요?
    항상 선배님 글 잘 읽고 있습니다.
    올 봄에도 건강 행복하시길 빌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