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도 봄 바람을 타고

by 이용분 posted Mar 06, 2023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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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마음도 봄 바람을 타고...                   청초 이용분 (7회)

 

 

오늘따라 날씨가 어슴프레 흐려 있기에 조금은 화려한 색상의 스카프를 매었다.목에 살짝 매어서 턱 아래에 늘어트린 연분홍색과 진분홍색 꽃과 연초록진초록의 장미 잎사귀 무늬가 그려진 잠자리 날개 같이 얇은 스카프가 이리저리 부는 조금은 훈훈한 끼가 섞인 봄바람에 흩날리며 뺨에 스치는 감촉이 아주 보드랍고 따뜻하고 간지럽기도 하다. 프랑스 유학에서 돌아온 딸아이가 몇 년 전 나에게 준 선물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색상이 원색적이라 유난스러운 것 같아서 안 썼었는데 나이 탓인지 이제 환하고 내 눈에 즐거우니 개의치 않게 되었다. 요사이는 누구보다 더 눈에 띄게 개성이 강한 것들을 선호하는 분위기니 용기도 생겼다.

 

꽁꽁 얼었던 저 북녘 땅의 대동강 물도 녹는다는 우수경칩이 지나니 큰길가 가로 공원에 심어 놓은 흰 매화 꽃 눈이 쏟아지고, 지난겨울 강추위 속에서도 겨우내 참고 견디어서 어느 꽃보다 제일 먼저 하얀 나비 같이 생긴 작고 예쁜 꽃망울 들을 이 가지 저 가지에 자랑스럽게 터뜨려 놓았다. 백년 만에 내린 3월 폭설이라 던 가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눈길 혹한 속에 꽉 막힌 눈길 고속도로 위에서 유례없는 고생들을 하고 더구나 그 눈 때문에 교통사고도 많이 나고, 수많은 농민들이 천재지변을 당하여 애써 지어 놓은소중한 농축산물들이 망쳐져서 망연자실 살아갈 방법을 잃은 걸 보았다.

요사히 다니고 있는 일어공부 시간에 눈이 와서 너무나 좋다고 소녀처럼 말씀하셨던 老 先生님이 그렇게 큰 피해와 사건들이 일어 날줄은 미쳐 몰랐다고 하면서 오늘 그 말을 한 것에 대해 후회 한다고 말씀하셨다.

 

밤에 걷기 운동을 하기 위해서 탄천 지천을 따라 상류까지 개울을 따라 만들어진 산책로를 걸어 보았다. 이제 완전히 얼음이 풀려 졸졸졸 제법 큰 소리를 내며 흐르는 개울물에 가로등 불과 인근 아파트에서 비치는 전등 불빛이 잔 물결을 치며 흐르는개울물에 반사되어 반짝반짝 보석처럼 명멸하는 빛이 아름답다. 좀 걷다 보니 가로등과 사방의 불빛이 휘황하니 놀랍게도 대여섯 마리로된 오리 일가가 밤이 된 줄도 몰랐는지 물속을 뒤지며 ‘괙괙괙’ 밤 나들이를 즐기고 있다. 겨울 동안 답답하던 차 찾아온 봄밤을 즐기고 있는 모양이다.

 

가로등 불빛이 은은히 비치는 산수유나무 가지에는 작고 무수히 많은 노르스레한 꽃들이 방긋이 피어나고 있다. 어디선가 '끼루륵 끼루륵' 조금은 맑은 소리를 내면서 개구리 한 쌍이 밤에 남 몰래 사랑을 나누는듯한 소리에 가던 발길을 멈추고 귀를 쫑긋 세워본다.경칩이면 땅속에서 잠자던 개구리도 뛰쳐나온다 하더니....진짜 그런 가? 돌아오는 길에 다시 들어보니 그들은 영낙없이 그 자리에서 같은 소리를 여전히 내고 있다.

 

산책길 옆 아파트와의 사이에 남은 좁은 터에 봄이면 무엇이라도 심을 셈인지 자질그레한 자갈돌 들을 골라내고 몇 자락의 자그마한 텃밭들을 만들어 놓았다. 임자가 제가끔 다른지 손질한 솜씨도 조금씩은 다르다. 이제 본격적으로 따뜻한 봄 날씨가 시작되면 상추나 쑥갓, 아욱, 파, 배추,열무 등 친근한 채소들의 씨앗을 뿌리고 가꾸면서 아파트에 사는 무료함도 달래고 작은 수확의 기쁨을 누릴 것 이라는 생각이 미치니 재미있게 느껴져서 나도 모르게 따뜻한 미소가 입가에 떠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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