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초 카트만두에서

by 캘빈쿠 posted Dec 18, 2022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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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초 카트만두에서

  구 자 문 

  12월 초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의 날씨는 일교차가 좀 심하지만 우리 한국인들로서는 춥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낮기온이 섭씨 20도가 넘어갈 정도이고 밤 기온은 아마 섭씨 7~8도 정도라고 보아진다. 하지만 저녁 이후에 건물 안 사정은 다르다. 매우 춥게 느껴지는 것이다. 우리가 머물던 호텔에는 히터 나오는 에어컨이 있었지만 이를 잘 알지 못했고, 그 후에도 플러그가 빠진 것을 고장 난 줄 알고 하루 이틀 5개 방 모두 춥게 잠을 잤었다. 일부 방들은 다음날 히터를 켰지만 필자와 남학생들은 게으르게 대처한 탓에 떠날 때 돼서야 고쳐낼 수 있었다. 더운물은 잘 공급되어 다행이었지만, 다들 약간의 감기에 그리 좋지 않은 컨디션으로 여행기간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3~5년전 이곳에 왔을 때는 대지진 이후라서 전기도 없고 가스도 없어서 버스도 다니지 않고 호텔 방에 미지근한 물만 나올 뿐 난방은 전혀 없었던 기억이 난다. 그때도 잘 때 추웠지만 감기는 들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더 춥게 느껴졌고 다들 감기기운이 있었다. 지금은 가끔 전기가 끊어지기는 하지만 전력이 공급되는데, 우리가 머문 호텔은 겉만 번듯할 뿐 히터며 에어컨 용량이 작고 낡아서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

 

  이곳 카트만두에 와서 느끼는 점은 겉으로는 건물들이 번듯하여 가난한 이도 질 낮은 주택도 없어 보이지만 막상 4~5층짜리 건물 안에 들어가 보면 아주 작게 나누어진 주거에 단열재도 설치되지 않고 난방시설도 제대로 않된 주거들뿐이다. 물론 상하수도도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못하다. 그래도 도시는 나은 편이지만 산골마을에 가면 사람들 평균수명이 50살 좀 넘을 정도라는데, 그 이유는 낮에는 더웁지만 밤에는 추워서 난방없이 살다보니 추위에 몸이 꼬부라져 늙어버리기 때문이라고 했다. 물론 도시지역의 평균수명은 70살 정도라고 한다.

 

  네팔은 큰 나라들에 둘러싸여 작아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국토면적이 한반도의 1.5배가 되며 남한의 3배이다. 인구는 33백만 정도이지만 120개를 헤아리는 종족과 언어가 있다. 그래서 얼핏 아리안계 인도사람, 좀 더 백인종에 가까운 파키스탄사람 같은 이들이 있는가 하면 인도 남부의 벵갈인 같은 이들도 있고, 몽골리안 티벳사람 같이 보이는 이들도 많다. 카트만두는 1,400미터 정도의 고원에 위치해 있어 날씨가 온화하지만 히말라야 기슭으로 올라가면서 추워지고 만년설이 덮여 있다. 카트만두 시내에는 오래된 힌두교며 불교사원들이 중소규모로 많지만, 교외 좀 높은 산기슭으로 운전해가다 보면 산의 정상부인 1,750미터 고지에 대규모 불교사원들이 있고 평생을 머물며 경전에 열중하는 학승들의 모습이 보인다. 하지만 남쪽으로 내려오면 인도 국경 가까이는 열대지방이라서 코끼리, 코뿔소, 호랑이들이 서식한다. 물론 열대사파리(Wild Animal Park)도 존재하는 것이다.

 

  이번에 머물던 호텔이 인터내셔널거리 인근 타밀지역에 있어서 도심을 자주 돌아보았는데, 7년전 지진 이후 많은 건물들이 새로 지어지고 수선되었다. 하지만 길은 여전히 좁고 상하수도시설이 미비하고 쓰레기들이 흘러넘친다. 출퇴근시간에는 자동차, 오토바이, 자전거, 그리고 사람들이 크고 작은 길을 꽉 채워서 틈이 없을 정도이다. 건물들이 벽돌건물 일색이라서 또 지진이 나면 어떨지 걱정이 되는데, 건축자재, 특히 철근/철골 가격이 비싸서 제대로 보강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우리 일행은 이번에도 한동대의 유네스코 유니트윈 사업의 일환으로 이곳에 왔다. 우리는 지난 8~9년간 네팔에 와서 카트만두공과대학(KEC)과 도시환경문제, 주택/커뮤니티 개발, 농업/산업개발 등과 관계된 연구조사, 세미나 등의 사업을 벌이며 사업기획 및 추진을 돕고 있다. 그동안 다른 팀들은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등 다른 나라에도 많이 가지만 이곳 네팔에도 두 팀이 더 사업을 벌이고 있다. 한팀은 트리브반대학교와 경영 및 창업관련 교육사업을 실시하고 있고, 또 다른 팀은 히말라야 인근 도시 포카라에서 커뮤니티 적정기술개발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번 카트만두공과대학에서 열린 심포지엄에서는 토지이용 및 교통계획 관련 제안, 농업 및 관광산업 육성방안, 주택공급 및 주거향상방안, 전기생산 방안, 역사보전 및 도시재생방안 등을 심도 있게 다루었다. 이 도시에 필요한 것은 우선 중장기적인 도시기본계획이고 토지이용계획이다. 또한 교통계획과 대중교통시설이 필요하다. 버스가 주된 타겟이겠지만 길이 좁고 차량통행이 많아 노면전차는 힘들 것 같고 고가도로 위를 운행하는 모노레일이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주택건설을 위한 건축자재 생산도 필요할 것이고 환경친화적인 전력의 생산도 중요하다. 올들어 두번째 세미나이지만 한번은 코로나 사태로 인해 줌으로 열렸었다. 이곳 교수 및 학생들과 의견을 교환하고, 또한 필자는 개인적으로 이곳 네팔학자들과 쓰레기 수집, 처리 등에 관한 예측연구를 진행 중인데, AI를 활용하려 노력하고 있다. 물론 심포지엄에서 이 연구 개요를 설명했었다.

 

  지난 몇 년전 보다도 대기의 질은 더욱 나빠졌는데, 자동차와 오토바이가 늘어난 탓이다. 또한 여기 저기 파헤쳐져 길가 건물과 나무들에 흙먼지가 허옇게 쌓여 있다. 전기를 좀 더 생산하고, 버스시스템을 보완확장하고, 모노레일이나 경전철을 설치한다면 대기의 질은 더욱 나아질 것이다심포지엄 후 다음 날 우리들은 도심 이곳저곳을 돌아보았다. 옛 건물과 좁은 도로, 그리고 크고 작은 광장들을 돌아보고, 많은 이들이 모이는 몽키사원에도 가보고, 1,750미터 불교사원 있는 산 정상에서 저 멀리 구름 위로 나타난 흰색 히말라야를 감상도 하고, 카트만두공과대학 이사장님의 초대로 전통적인 음악과 댄스공연이 있는 가든레스토랑에도 가면서 카트만두를 진하게 느끼고 있었다.

 

 

20221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