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생태계와 야생동물

by 캘빈쿠 posted Oct 08, 2021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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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변 생태계와 야생동물

                                                                                                           구 자 문 
  며칠 전 출근시간 좀 못되어 새로 난 호숫가 길을 운전해가는데, 길 중간 50cm 넓이의 소나무 줄지어 심어진 잔디 분리대를 바로 넘어 내가 운전하는 길옆에 무언가가 있어 깜짝 놀라 잠깐 피하면서 보니 새끼 고라니가 주저앉아 있다. 다친 것은 아닌지 모르나 길을 건너다 차들이 달리니 놀라 주저앉아 있는 것 같다. 잠시 걱정하며 지나치는데 저 멀리 달리던 앞차가 조심스레 차를 돌리고 있다. 분명 그 고라니가 차에 부딪힐까봐 걱정되어 데려다 치료해 주려는 모양이다.

 

  꽤 오래전 죽천해변 옛길에서도 이처럼 새끼 고라니가 혼자 고립된 모습을 본적이 있다. 어두운 밤인데 새끼 고라니가 길 한쪽에서 오도 가도 못하고 서 있었다. 혼자 어디를 간다기 보다 어미와 길을 건너다 남겨진 것일 것이다. 그때도 뒤따라오던 차가 세워지는 것을 보았다. 그때나 지금이나 필자는 마음으로만 안타깝게 느낄 뿐, 이들을 돕기 위해 차를 세우지 못했었다. 분명 순간적인 판단과 행동력이 필요한 것일 텐데. 도와주어야겠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못했거나, 더욱 빠르게 머리를 회전하여 저걸 데려다 어떻게 해 하는 걱정이 앞섰기 때문일 수도 있다. ‘야생동물은 그대로 두어야해. 어미가 그 근처에 있을지도 몰라’ 하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차들이 빈번하게 오가는 도로라서 자칫 차에 치일 수도 있었을텐데...

 

  일터인 대학 캠퍼스가 교외인 남송리 언덕에 위치하고 우거진 나무와 수풀이 많으니 주변에 들짐승들이 많아야 할 것이지만, 작년 내 사무실 건물 앞 도로에서 꽤 큰 고라니가 앞뒤를 살피며 껑충 뛰어간 것을 본 것 이외 직접 이러한 야생동물들을 마주친 적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물론 조류나 곤충은 꽤 많이 마주친다. 작은 참새가 창문 조금 열어놓은 틈을 통해 사무실에 들어와 당황한 듯 날아다닌 적이 여러 번이고, 잠자리가 복도에 들어와 나갈 길을 찾느라 창가를 부유하는 경우도 자주 보았으며, 인근의 부도심지역인 양덕동 단골 카페 정원에도 작은 벌새들이 자주 찾아든다. 하지만 이 교외 캠퍼스 주변 산야도 많이 개발되고 남아 있는 수림대도 사이사이 트래킹 길이 나 있어서, 더구나 2차선 4차선 도로가 자꾸 개설되어서 동식물생태계 유지가 쉽지 않을 것이다. 덩치가 좀 큰 짐승들은 먹을 것이 없고 숨을 곳이 없어 다 사라져 버리는게 아닌지 모르겠다.

 

  일부 지역에서는 야생화된 들개들이 많고 또한 고양이들이 많아 야생조류며 짐승들이 제대로 번식하지 못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하지만 이 지역에서는 사실이 아닌 것 같고, 다만 이곳 자연생태계가 들짐승들 살기에 적당치 않다는 것이다. 이들의 영역이란 먹이 구하기와 관련이 있을 것인데, 영역자체가 확보가 않되고 먹이될 만한 것도 없는 것이다. 먹이란 밤, 도토리 등일 것인데, 이곳 산에는 소나무뿐이고 활엽수며 유실수는 찾기 힘들다. 하지만 우리가 알게 모르게 멧돼지, 고라니, 토끼, 너구리, 다람쥐 등이 분명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이들이 잘 살아 갈수 있도록 배려해줌이 맞다고 본다. 배려라는 것은 이들의 생태계를 되도록 파괴하지 않는 것이다. 도시화가 진행이 되고 도로가 개설되더라도 이들 들짐승들의 영역을 파괴하지 않도록 노력하자는 것이다. 도로 위에 생태루트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고 트래킹코스도 조심해서 선정할 필요가 있다. 사실 우리가 말하는 ‘자연과 공생’이라는 게 쉽지는 않은 것이다. 

 

  요즈음 버려진 개들로 인해 많은 기사거리가 나타나곤 하는데, 10년전만 해도 이 캠퍼스에도 버리고 간 개들이 많았다. 어떤 이들이 애완용 개들 중 병든 것들이나 어린 것들을 캠퍼스에 몰래 많이들 버려놓고 갔기, 이들이 주인을 찾아 캠퍼스를 헤매고 학생들을 따라 복도로 들어가기도 해서 안타까웠었다. 우리 학생들이 이들에게 먹이도 주고 잘 것을 마련해주는 등 돌봐주기도 했기에 캠퍼스 여기저기서 두어달 혹은 한두 계절 살아가는 것을 본 적이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부분 몇 달 사이 죽어가는 것 같았다. 필자가 직접 보았다기 보다는 계절이 바뀌며 새끼도 낳는 것 같더니 좀 세월이 흐르다 보면 다 없어지고는 했으니까. 집에서 애완용으로 키우는 작은 개들이 야생에서 혼자 살아갈 확률은 매우 낮다고 본다. 이는 진돗개 등 큰개들의 경우도 거의 마찮가지 일 것이다. 지금은 코로나팬데믹 영향으로 교문출입이 자유롭지 않은 탓인지 여기까지 와서 개를 버리는 것 같지는 않다. 물론 사람들의 애견에 대한 태도가 많이 바뀐 탓도 있을 것이다. 

 

  인근 초곡리에 설계사무실과 모듈러하우스 공장을 지닌 한 친구가 있는데, 늑대새끼를 키우고 있다 해서 가보니, 공장 입구에 개집을 두고 줄로 매어 놓았는데, 옅은 갈색에 마르고 귀가 쫑긋하고 눈이 초롱초롱해서 과거 필자가 미국에서 본 ‘코요테’ 같이도 보였다. 이 개는 주인 이외에는 따르지도 않고 습성이 일반개와는 달라서 늑대, 아니라면 절반 정도 늑대인 늑대개가 아닌가 생각했는데, 그냥 들개인지도 모르겠다. 이 주인이 몇 년전 겨울 좁은 눈길을 운전해가는데 갓 태어난 듯 조그만 짐승이 자동차 소리에 놀라서 옆개울로 떨어져 찬물에 익사 지경인 것을 데려다 키웠다는데 애틋하게 여기며 잘 돌보고 있었다. 해외뉴스를 보면 중국이나 캐나다 등지에서 개인줄 알고 키웠는데 곰이고 늑대인 경우가 드물지 않다고 하는데, 우리나라에도 척박한 가운데도 야생동물이 분명 여기저기 살아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2021년 10월 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