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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30 12:51

포항에서 正初迎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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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항에서 正初迎日

                                                                                                                                                                                      구 자 문

봄 여름 가을 겨울 예전과 별 다름없이 4계절을 보내며 한해를 떠나보내고 있다. 한해가 가면 또 다른 한해가 옴이 당연한 듯 보이지만, 인간 일평생 몇 번의 새해를 맞을 수 있을 것인지 생각하면 삶이 좀 엄숙하게도 허무하게도 느껴진다. 하지만 우리 인간은 혼자가 아닌 가족을 이루고 사회를 이루며 하루하루를 각자역할 하에 충실히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된다. 새해를 맞음이 허무나 슬픔이 아닌 기쁨과 희망이 되어야 함이 개인으로서도 가족과 사회의 일원으로서도 중요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지난 20여년 살아온 포항에서의 새해는 좀 색다른바가 있다고 생각된다. 우선 포항은 한반도를 호랑이로 보았을 때 그 꼬리, 즉 호랑이 꼬리에 해당된다는 호미곶을 지니고 있다. 조선의 풍수지리학자 남사고(南師古)가 ‘동해산수비록(東海山水秘錄)’에서 한반도는 호랑이가 앞발로 연해주를 할퀴는 모양으로 백두산은 코, 포항의 호미반도를 꼬리에 해당한다고 묘사했다.

 

우리는 이곳에서 한반도에서 가장 먼저 일출을 볼 수 있다. 이곳은 육당 최남선(崔南善)이 말하는 ‘조선10경’ 중 하나로 평소에도 많은 이들이 찾지만 정초에는 더욱 많은 이들이 이곳을 찾는다. 이곳 호미곶에는 광장이 있고, 거대한 청동수상(手像) '상생의 손'이 있고, 그 옆에는 국내 유일의 등대박물관이 있다. 상생의 손은 양손 한 쌍으로, 바다에 있는 것은 오른손이며 육지에 있는 것은 왼손이다. 이곳에서 2000년도에 ‘새천년해맞이행사’가 있었고, 매년 ‘한민족해맞이축전’이 열리며 축하공연, 해오름 콘서트, 새해소망행사, 1만명분떡국만들기, 별빛탐험행사, 불꽃놀이 등이 거행된다.

 

포항의 영일만은 동해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면서 호미곶과 함께 일출을 맞는 곳이다. 이 영일만은 해류의 방향과 형산강하구의 물줄기 등에 의해 형성된 거대한 만(灣)인데, 과거에는 고래의 서식지였고 지금도 많은 물고기들이 살고 있다. 포항이라는 이름은 근대화 이후에 생겨난 것이고, 그전에 이곳은 영일군(迎日郡)이었다. 해를 맞는 지역이라는 것이다.

 

삼국시대에는 이 지역이 근오지현(斤烏支縣) 또는 오량지현(烏良支縣)으로 불렸는데, 신라의 삼국통일 후 757년(경덕왕 16)에 임정현(臨汀縣)으로 개칭되었고, 그후 의창군(義昌郡)이 되었다가, 고려 초인 940년(태조 23)에 오늘날의 이름인 영일현으로 개칭되었다. 그후 근세에 영일현·장기현·흥해군·청하현 4개 고을이 합해져 영일군이 되었다. 20세기 이후 작은 마을이었던 포항이 커져서 市가 되고 영일군이 포항시의 일부가 되면서 영일군은 사라졌으나 영일이라는 단어는 지형이나 상점 등 이름으로 여기저기 쓰이고 있다.

 

필자가 대학생때 누구나 악 쓰며 부르던 ‘자, 떠나자, 동해바다로~ 고래 잡으러~’ 그 노래 ‘고래사냥’은 소설가 최인호가 작사하였고 송창식이 작곡 및 노래하였는데, 1975년 영화 ‘바보들의 행진’의 주제가로 쓰여 널리 알려졌다. 우리들은 이를 부르며 마음속에 ‘동해바다’와 ‘예쁜 고래’를 그리고 있었다.

 

그후 1979년 발표된 최백호의 ‘영일만친구’는 어른이 되어 알게 되고 포항에 살면서 더욱 친근하게 되었지만, 이는 ‘돌아와요 부산항’에, ‘목포의 눈물’ 등과 같이 지역을 대표하는 노래가 되었다. 포항지역을 대표하는 노래답게 K리그 포항스틸러스의 경기에서나 삼성라이온즈의 포항야구장 경기에서 응원가로도 널리 불리고 있다. 부산사직야구장의 ‘부산갈매기’ 합창처럼, 골을 넣거나 승리가 확정되는 즈음부터 포항스틸러스의 서포터와 관중들은 ‘영일만친구’ 합창에 들어간다. 울산현대의 ‘잘 있어요’ ‘잘 가세요’ 바꾸어 부르는 응원가가 있기도 하지만, ‘영일만친구’ 같은 지역노래를 응원가로 부르는 경우는 K리그에서는 보기 힘든 광경이라고 한다.

 

포항에 거주하게 된 이후 호미곶이야 몇 달에 한번 가보는 장소가 되었지만 포항시내 우리 집 근처에서도 바다를 바라볼 수 있고 포항시립미술관이 있는 ‘환호해맞이공원’에 자주 들른다. 이곳만이 아니라 설머리해변에서 환여동해변에 이르는 도심해변들도 아침 해를 맞기 좋은 곳이다. 좀 더 북쪽으로 해변을 따라 운전해가면, 칠포해변, 사방공원 언덕, 월포해변, 화진포 등 아름다운 해변의 풍경과 해맞이가 대단하다.

 

과거 우리 선조들도 해맞이에 큰 의미를 두고 있었던 것 같다. 간송미술관에 소장된 문암관일출(門岩觀日出)은 우리나라 진경산수화의 창시자인 겸재 정선(1676-1759)의 작품으로 금강산의 문암에서 떠오르는 아침 해를 그리고 있다. 그의 제자인 현재 심사정의 어약영일(漁躍迎日)은 높은 파도 가운데 큰 물고기 한 마리가 뛰어오르며 아침 해를 맞는 형상을 그리고 있다.

 

포항은 동해안의 해안도시라서 좀 높은 언덕이나 산자락에서, 또한 10층 정도 좀 높은 건물에서도 바다가 내다보이며 아침 해를 볼 수 있다. 오랜 외국생활 끝에 은퇴하여 칠포에 자주 머무는 한 선배건축가가 어쩌다 찍어 보내주는 사시사철 변화무쌍한 바다와 아침 해도 대단한 작품으로 큰 영감을 주고 있다.

 

2018년 12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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