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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흥해의 역사와 전통문화 (하)

                                                                                                                                                                                        구 자 문

포항에 20년 넘게 거주하고 있는 필자로서도 흥해읍성은 지나가듯 듣고 있던 단어이다. 이 읍성은 1011년 고려 현종 때 토성으로 지어졌는데, 왜구침입이 잦았던 공양왕 때 석성으로 개축돼 조선조까지 이어오다, 일제강점기에 사라지게 되었다. 일제가 포항축항공사를 핑계로 흥해읍성의 성곽을 뜯어 항만매립에 사용했기 때문이다. 역시 포항에 위치한 장기읍성, 연일읍성 등 주변의 성(城)들이 산성(山城)의 형태인데 비해 흥해읍성은 관아를 중심으로한 도심성곽(都心城郭)이라서 차별화된다고 한다. 포항시가 흥해읍성 복원과 문화재 지정 차 2006년 경북도 관련부서와 논의를 진행했지만 남아있는 성곽의 길이가 원래 성곽의 2%에 불과해 문화재지정 등을 논하기엔 부적합하다고 했다고 한다. 지난해 발생한 지진피해 복구를 위해 정부와 지자체가 흥해도심재생사업안을 수립하면서 일부 주민들에 의해 흥해읍성 보존요구가 공론화되고 있다.

 

흥해향교는 언제 지어졌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고 하는데, 한국전쟁 때 대성전(大成殿)과 동무(東廡)만 남고 모두 불타 없어졌는데 여러 차례에 걸쳐 수리·복원하였다. 지금 남아 있는 건물은 제사공간인 대성전과 동무·서무, 그리고 교육기능 수행 장소인 명륜당이다. 또한 이곳은 우리나라 이팝나무 최대군락지이기도 하다. 이팝나무는 우리나라 자생목으로 세계적 희귀종으로 알려져 있는데, 고려 말 충숙왕 때 이곳에 향교를 건립하고 기념식수 했다고 전해진다. 그 한그루에서 자생한 5~6백년생 거목 50여 그루에서 해마다 흰 꽃이 만발하는데, 이곳에서 매년 ‘이팝꽃축제’가 열린다. 지역민의 입장에서는 지역의 역사며 상징이 될 흥해읍성과 흥해향교 등을 복원하고 보존함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이들은 지역의 랜드마크이자 우리 주민들의 자부심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흥해는 과거 서라벌의 일부분이었다고 하지만 고구려의 세력이 미치던 지역이기도 했던 만큼, 찾아보면 많은 이색적인 사연들이 남아 있고 땅속에 묻혀 있을 것이다. 2009년에 신라시대 비석으로 가장 오래된 것으로 추정되는 비석이 도로공사 도중 발견되었었다. 가칭 '학성리비'가 그때까지 알려진 신라금석문 중 가장 오래된 ‘냉수리비(서기 506년 추정, 국보264호)’ 보다 앞서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학성리 공사현장에서 발견된 이 비석을 옮겨온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에 의하면 이 비는 부정형 화강암(최대길이 104㎝, 최대너비 49㎝, 두께 12~13㎝)을 이용해 한 면에 글자를 음각했다고 한다.

 

포항에 살면서 나는 포항이 비교적 신도시이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포스코가 있고, 주민들의 소득이 높고, 수많은 아파트가 지어짐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었다. 나만이 아니라 많은 이들이 그러할 것이다. 하지만 여러 계기로 인해 요즈음은 우리의 역사와 전통문화에 대해서 좀 더 생각해보고 있다.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의 역사를 왜 보전해야 하며, 어떻게 보전해야 하는 것인가? 3.1만세운동이 포항에서도 일어났는데, 우리 시민들은 이러한 사실을 잘 모르는 것 같다. 그 대표적인 예가 옛 포항교회 교인들과 영흥학교 교사들이 주도했던 여천장터에서 일어난 만세운동, 송라면 대전리 사람들이 주동되어 청하장터에서 일어난 만세운동 등이다. 이 지역에서는 구한말에 산남의진, 장기의진 등 의병활동도 활발했었다. 6.25전쟁 당시에도 천마산전투, 소티고개전투, 그리고 학도의용군의 포항여중전투 등 매우 치열한 전투들이 많았다. 이러한 의병활동에서부터, 3.1만세운동, 근대화시기 및 일제강점기의 지역인물들의 애국활동 내지 계몽활동, 그리고 해방이후 6.25전쟁의 전투지역들을 우리 들은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들을 발굴해내고, 엮어내어 책을 펴내고, 기념공원을 조성하고, 문화행사로 테마화 할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옛것들을 발굴해내고 아끼고 키워가는 그 정신이라고 본다.


  근대화라는 큰 흐름 속에 가장 큰 그리고 빠른 변화를 겪은 나라 중 하나가 분명 우리 한국일 것이다. 새것이 더 좋고, 큰 것이 더 좋고, 미국 것 내지 미국식의 것들이 더 좋았다. 그러나 돌이켜 보면 근대화의 대가로 잃은 것은 우리의 역사와 전통이다. 물론 지금도 근근이 살아 숨 쉬고 있을 것이라서, 찾아본다면 이는 분명 흥해시장에도 그리고 인근 오랜 촌락에도 살아있을 것이다. 이를 찾아내고 복원하고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중국에 가더라도 그 넓은 국토에 오래된 건물이며 관습들이 많이 남아 있다. 일본에 가더라도 근대화된 도시 배후에는 전통적인 모습의 중심상가를 지닌 소도시들이 수없이 존재한다. 이웃 나라들이 그러한데도 우리는 왜 그렇게 급격히 변화해야만 했는가? 왜 수많은 전통마을들이 파괴되고 고층의 아파트들만 들어서게 되었는가?

 

나는 역사보전이 정부기관이나 학자들의 손에 의해서만 이루어져서는 않된다고 생각한다. 우리 시민들도 각자가 역사와 전통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꾸준히 이를 보전하기 위해 힘을 합치며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흥해시장, 영일민속박물관 등을 다른 볼일 겸해서 찾아가기도 하겠지만, 이를 음미하고, 자랑하고, 보전·발전방안을 찾기 위해서도 찾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지진이후 지역의 어려움과 그 극복을 위한 활동들도 고스란히 이곳의 역사 될 것이다. 또한 도시기본계획이나 경관기본계획수립, 대단위 공공시설 건설 등만이 아니라 동네의 한 건물 디자인에 있어서도 우리 모두가 좀 더 전통과 역사보전이라는 측면에서 좀 더 신경을 쓸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2018년 11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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