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부뚜막과 누룽지와 귀뚜라미에 대한 추억...

by 이용분 posted Oct 28, 2018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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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뚜막과 누룽지와 귀뚜라미에 대한 추억...    청초 이용분(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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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침에 큰 아들 아이가 비행장으로 떠나는걸 배웅하기 위해 일찍 현관문을
    여니 무엇인가 조그맣고 시커먼게 잽싸게 집안으로 기어들어 오더니 신장뒤에
    얼른 숨어 버린다. 바퀴벌레인가 하고 질겁을 했더니 남편이
    `아냐 귀뚜라미 같은데...` 하고 말을 한다.

    그러더니 조금 있으니 신장 뒤 구석에 숨어서 찌릿찌릿 약간은 메조 쏘프라노
    음으로 처량하게 울기 시작을 하는게 아닌가...!

    지금은 다들 상큼한 스텐레스 싱크대에서 그릇을 씼고 가스대에서 조리를 하고
    난방은 따로하고 하지만 예전에는 부뚜막이라고 그곳에 가마솥이나 양은솥을 걸고 
    아궁이에 불을 때서 밥도 하고 난방도 겸했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도 시골 아주
    흐미진 깊은 산골에 가면 그런식으로 난방과 식사를 해결하는 집들이 제법 있는
    걸로 안다. 50년 60년대말 까지도 서울에서도 연탄을 때면서 그런식으로 살았다.

    내가 어렸던 시절에는 밥을 짓다 까딱 잘못하면 태워서 생긴 밥솥 밑에 눌은
    누룽지는 밥을하는 부엌 주인이셨던 어머니는 노상 누룽지 밥을 자시기
    일수였다. 물을 부어서 만든 구수한 숭늉은 우리들의 마음속에는 영원한
    향수로 남아 있기도 하다. 별다른 간식거리가 없었던 그 시절 어린 우리에게는
    좋은 군것질거리이기도 했다.

    가을이면 큰 고구마를 반을 딱 갈라서 밥솥에 쪄주시기도 하고, 개떡이라고
    밀가루에 소금물로 약간 간간하게 반죽을 하여서 강남콩도 오다 가다 조금씩
    넣기도 하여 납작하게 만들어서 밥솥에 쪄서 뜨거운것을 젓가락에 꼭 찔러서
    손에 쥐어 주시면 어머니의 따스한 손길! 그 또한 맛있는 간식이었는데, 몇해전
    터어키에 여행을 갔을때,우거지를 섞어서 찐 그와 비슷한 개떡 같은걸 먹어 보고는
    참 신기해 하였다.

    (내가 어렸던 그 당시는 일제 강점시절 일본이 전쟁중이라 우리 한국인들의
    삶은 고달프고 모든 국민들의 생활수준이 형편 없었고, 모든게 지금처럼
    발전되고 풍요로운 시절아 아니었다 )

    그런데 부뚜막은, 헌겁이 주재료였던 그 시절 운동화를 깨끗이 씼어서 엎어
    널어 놓으면 잘 말려지곤 해서 아주 좋은 건조대 구실도 하고 겨울이면
    출근하시는 아버지와 우리들의 신들을 신문지를 깔고 가즈런히 놓아서
    덥혀 놓아 주셔서 엄동설한 추운날 아침에 집밖을 나서자 마자 우리의
    마음을 어머니의 따뜻한 사랑으로 가득 채워 주시곤 했었다.

    그런데 부뚜막이 따뜻하고 밥풀등이 떨어져 있어서 가을이면 귀뚜라미가
    부엌안 어떤 틈새기엔가 살고 있어서 밤에 잠을 자려고 따뜻한 방에 누워
    있으면 부엌에서 "찌릿찌릿" 하고 우는 그들의 청아하고 처량한 울음 소리를
    밤새도록 듣곤 하던 옛 생각이 문득 떠올랐다.

    귀뚜라미도 요즈음은 대량으로 키워서 애완동물 도마뱀이라던가 하는 파충류의
    먹이로 수출도 하는것을 언제인가 T.V 에서 본적이 있다.

    몇년 전인가에도 이맘 때쯤인가 집안에 모르는 사이 귀뚜라미가 한 마리가
    거실마루로 뛰어 들어와서 밤이 되면 정말 환상적인 소리로 찌릿찌릿 우는것이 
    아닌가...나는 그냥 두자커니 다른 식구들은 벌레라고 하면서 F킬러를 뿌려서 그만
    幽明을 달리하게 만든적이 있었는데 그때 얼마나 마음이 언짢았는지 두고두고
    그 귀뚜라미 이야기를 하곤 했었는데.....

    아직은 날씨가 덜 추우니 정원에 돌아가서 좀 더 가을을 구가하게 해야 되지않을까...
    그곳에 가야 자연스러운 먹이와 마실 이슬도 있고 땅속에 알도 낳아야 될터인데...
    오늘 날씨가 쌀쌀하니 잽싸게 집안으로 뛰어 들어온 이 뀌뚜라미를 그냥 두어야 하나 아니면 정원으로 쫓아 내어 버려야하나 고민을 하게한다.

                                           2003년 9월 24일 씀

    (갑자기 날씨가 추워지니 띠뜻한 구들 아랫목과 누릉지 숭늉이 그리워졌습니다.
    예전에 썼던 글을 읽어 보다가 그 시절 마져도 그리워서 다시 올려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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