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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새마다 풋풋한 시골장터가 펼쳐지는 강화풍물오일장.

전국에 500여 개가 남아있다는 전통 5일장(혹은 닷새장),
해당 지역을 여행하다 만나게 되면 행운처럼 느껴지는 좋은 여행지이기도 하다.
 5일마다 열리는 장날이 장터마다 달라서다.
'지붕 없는 박물관'이라 불리는 강화도에도
 박제된 유물이 아닌 생생하게 살아있는 문화유적같은 닷새장이 있다. 
주말마다 강화도를 북적이게 하는 곳 중의 하나인
 강화풍물시장(인천 강화군 강화읍 중앙로 17-9)이다.

강화풍물시장의 본래 이름인 강화읍장은
 16세기 조선중기(임진왜란 이후)부터 이어진 오랜 전통의 유서 깊은 장터다. 
강화버스터미널 옆에 있어 찾아가기도 좋다. 
우리나라의 오래된 시장은 흥미롭게도 임진왜란 이후 본격적으로 융성했다. 
그 전에는 단순 물물교환 수준이었는데 임진왜란 때
 지원군으로 들어왔던 명나라 군대가 월급으로 받은 화폐(은)가 조선에 유통되면서
 장터에 전에 없던 상인이 생기고 상거래가 이뤄지게 된 것.

시골장터의 정겨움이 고스란한, 강화풍물오일장


▲ 정답고 구수한 내음이 풍겨나는 강화풍물오일장터.

전국의 전통재래시장이 시대에 밀리고 대형마트에 밀려 근근이 명맥을 이어가고 있지만
 강화풍물시장은 아직도 시골장터의 활기찬 모습을 간직하고 있어 좋다. 
세칭 '빈티지 여행지'로 손색이 없는 곳이다. 
빈티지(vintage)란 말은 "유서 깊은, 구식의, 케케묵은, 시대에 뒤진"
 정도의 의미지만, 요즘은 특별한 여행의 한 방법이 되었다.

강화풍물시장 최고의 명물은
 매달 날짜의 끝자리 2일과 7일(매달 2,7,12,17,22,27일)에 열리는 5일장이다. 
안락의자가 있는 쉼터와 벽화처럼 크고 재미나게 그린 시장통 지도,
 안내센터까지 갖춘 상설시장인 현대식 2층 장옥(시장건물)이 있지만,
 닷새장이 열리는 날은 장옥 바깥 공간에 펼쳐진 난장에 손님들을 양보한다.

거리를 가득 메운 좌판과 노점에 앉아있는 아주머니, 할머니는 반(半)상인이다. 
약간의 채소 몇 가지, 호박 몇 덩이만 펼쳐 놓은 채
 지나가는 사람들을 쳐다보거나, 물건 파는 것보단
 사람들과 얘기만 하는 분들도 있어 웃음이 나기도 하고 어쩐지 마음이 짠하기도 했다.


▲ 닷새장은 동네 주민들의 대화장이기도 하다.


▲ 쉬어가기 좋은 장터내 쉼터.

강화풍물 5일장에는 기존 풍물시장의 상품들 뿐 아니라
 강화도 특산품, 제철 농산물, 할머니들이 뒷산에서 캐온 봄나물들로 풍성했다. 
때깔고운 봄철 나물 나문재(상인 아주머니는 '헤이'라고도 부른다)를 보자마자 한 봉지 샀다.

이맘때 해안가 갯벌에서 돋아나는 식물로 연한 어린순일 때 무쳐 먹음 참 맛있었던 기억이 난다. 
색깔까지 예뻐 입맛을 돋우어 준다. 
해안 염전에서 자라나는 함초와 함께 바닷가 갯벌에서 나는 귀한 먹거리다. 
짚으로 정성스럽게 엮은 큼직한 오리알은 무슨 미술 조형 작품 같아 눈길을 끌었다.

이곳은 강화도에서 가장 큰 닷새장으로
 인천은 물론 수도권 지역 사람들도 찾아오는 곳이다. 
정겨운 시골장터를 만나고 강화도 특산물과 먹거리가 있어서다. 
지척에 인삼센터, 토산품센터, 터미널 상가 등이 인접해 있는 데다,
 인근에 숱한 관광유적지가 산재해 있어
 쇼핑은 물론 관광코스로 각광받으면서 강화군의 명소가 됐다.

시장 주변 노지와 도로변에 200여 개의 좌판·노점상이 형성돼
 과일, 잡곡, 잡화, 생선, 토산품, 야채, 약초 등 없는 게 없다. 
각설이 분장을 하고 놋쇠가위로 엿을 쪼개 지나가는 사람들 입에 물려주는
 재미있는 엿장수 아저씨도 흥겨운 장터 분위기에 한몫 했다. 
북적이는 사람들로 좁은 시장통이지만 여유로운 걸음으로 장터를 둘러보는 사이
 어느새 마음이 풍족해진 자신을 느끼게 된다.

헤이, 순무, 밴댕이... 흥미로운 강화도 먹거리 


▲ 때깔고운 나물 나문재(혹은 헤이), 정성껏 엮은 큼직한 오리알.

고려 때 이름인 강화(강江, 빛날華)라는 지명에서 보듯
 강화도는 무려 세 개의 강물(한강, 임진강, 예성강)과 바닷물이 만나다보니
 자연적인 조건이 좋아 어느 지역보다 토종 특산물이 풍부하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농·수·축산물은 전국에서 알아 줄 정도로 품질이 우수하다.

고려시대 원나라(몽골)의 침략으로 무신정권이
 피난을 가 항전하게 되면서 40년이나 임시수도가 된 강화도. 
식량을 자급하기 위해 많은 땅을 간척해서 너른 논을 만들었다. 
피땀이 서린 조상들의 노고 덕분인지 강화에서 난 쌀,
 잡곡은 유명한 철원 쌀보다 더 높은 가격을 받는다. 
장터에 나온 자줏빛 강화 순무, 더덕을 닮은 도라지, 속살 노란 고구마,
 떡은 물론 약으로 쓴다는 강화 쑥, 갯벌장어도 빼놓을 수 없다. 

장옥 건물 1층에 들어가면
 유명한 강화도 순무로 만든 맛깔난 깍두기와 동치미를 맛볼 수 있다. 
강화도에서만 나는 순무는
 시원하고 달착한 무맛과 알싸한 배추 뿌리 향이 나는 게 특징이다. 
국산토종 무와 외래산 무를 섞어 만들었다는 순무의 생김새가 재미있다.

크고 뭉툭한 팽이 모양에 색깔은 자줏빛이다. 
깍두기 모양으로 썰어 놓은 순무를
 먹음직스럽게 버무리고 있는 모습을 직접 보고 맛도 보며 구입할 수 있다. 
일반 무보다 단맛이 더하고 매운맛은 덜했다. 
무는 가을이 제철이지만 세상이 좋아져 이젠 사계절 순무김치를 맛볼 수 있다. 
좋아라할 식구들을 떠올리며 순무 깍두기를 택배로 집에 보냈다. 


▲ 자주빛 뭉퉁한 팽이 모양의 이채로운 강화 순무.


▲ 순무김치, 밴댕이 회, 인삼 막걸리로 이뤄진 강화 삼합.

장옥 2층은 재미있는 이름의 생선 밴댕이와 인삼 막걸리,
 현장에서 손으로 직접 만든 순대 등
 강화도의 특별한 먹거리를 맛볼 수 있는 식당가다. 
속담 '밴댕이 소갈머리'에 등장하는 은색의 작은 물고기는
 뱃속에 내장이 아주 적어 그런 속담이 생겼단다.

갖은 양념으로 새콤달콤 버무려낸 밴댕이 회무침이 제일 당겼다. 
어느 식당 아저씨가 꼭 먹어보라고 알려준 '강화도 삼합'도 있다.
 밴댕이회와 순무김치에 인삼 막걸리를 곁들인 것이다. 
바다로 둘러싸인 섬이니만큼
 갯벌에서 잡힌다는 갯벌장어 구이등 바다 먹거리가 푸짐하다. 

향수라고 하면 몸에 뿌리는 좋은 냄새나는 화장품으로만 알고 있던 내게,
 강화도풍물오일장은 푸근한 고향의 향수를 느끼게 해주었고,
 고향의 정감을 어렴풋이나마 알게 해주었다. 
오랜만에 찾아간 장터라 그런지 쉬이 발길을 떼지 못하고
 5일장터가 파하는 오후 서너 시까지 있었다. 
덕택에 파장 즈음에 떨이로 싸게 파는 강화 쑥떡, 도라지 등을 푸짐하게 샀다.

한국은 그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세계 12위의 경제 대국 국민이 됐지만,
 약자를 감싸주고 기쁨과 슬픔을 함께하던 마을 공동체와
 정다운 이웃사촌은 TV 사극에나 나오는 존재가 되고 말았다. 
어느 외국 작가의 책 제목대로 기적을 이뤘지만, 기쁨을 잃고 말았다. 
경제적 부(富)와 성급하게 바꾼 것들을 그리워하고 안타까워하는 마음이 모여
 아직도 이렇게 5일장터가 남아 있게 된 것이지 싶다. 
                   - 오마이뉴스김종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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