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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천 팔봉산에서 본 삶의 여정
해발 327.4m 단출한 듯 가파른 봉우리… 숨이 차오르면 쉼과 절경을 내준다오…
 ‘8폭 병풍’ 아래 홍천강은 더없는 벗이라오


 한 등산객이 팔봉산 암봉에 앉아 주변 풍경을 감상하고 있다. 
 발 아래로 휘어드는 홍천강과 인근의 산들이 장쾌하게 어울렸다. 
 작은 산에서 맞는 참으로 큰 풍경이다.

등산로에서 인생을 보았다고 한다면 거창한 해석일까요. 
아득한 봉우리를 목표 삼아 길을 오르고,
 정상에서 청량한 바람 한 줄기에 좋아라 하다가,
 넘어질세라 노심초사하며 길을 내려옵니다. 
평탄한 지형에서 숨을 고르기도 잠시, 또다시 육중한 암벽이 앞을 막아섭니다. 
암벽과 씨름하다가 걸음이 멈칫할 때도 있지요. 
몇 걸음 앞에 보이는 건 제 몸집만 한 바위뿐. 길을 잘못 들어섰나 싶은데
 가까이 다가가면 바위 뒤로 철 계단이 있습니다. 
막다른 길인 줄 알았는데 길이 이어질 때의 안도감이란.
 이 모든 게 어찌 산행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정일까요. 
오르락내리락을 여덟 번 되풀이하는 홍천 팔봉산은
 고되다 즐겁다 파고를 이루는 인생과 닮았습니다.


 표지석 뒤로 보이는 홍천군 서면 일대의 마을과 논.

팔봉산은 해발 327.4m다. 높이가 동네 뒷산처럼 낮지만
 2002년에 산림청이 선정한 100대 명산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팔봉산이 명산이 된 건 홍천강 위로 봉우리들이 솟은 풍경과
 암봉을 오르락내리락하며 산을 타는 재미 때문이다. 
봉우리 여덟 개를 오르는 일은 만만치 않다. 
이 바위에서 저 바위로 낑낑대며 옮겨가거나 밧줄을 잡고 오르거나
 손바닥만 한 철 발판에 몸을 맡겨야 한다. 
여덟 번의 정상에서 맞는 초여름 바람은 선풍기 바람보다 시원하다. 
산을 감싸 흐르는 홍천강에선 산행의 땀과 더위를 씻어낼 수 있다. 
여름날 풍류를 즐기기 위한 조건들을 두루 갖춘 셈이다.

 ● 롤러코스터처럼, 클라이밍처럼 역동적인 산
봉우리가 여덟 개여서 팔봉산이다. 흙이 아니라 바위 봉우리다.
300m를 조금 넘는 산이라고 우습게 봤다가는 큰코다친다.
 1봉에서 8봉까지는 2.6㎞. 
길이는 짧지만 암벽 사이로 등산로가 난 데다 오르내림이 많은 산세다. 
바위 타기를 하거나 밧줄을 잡는 일의 연속이다 보니 등산객들의 얼굴에는
 암벽 등반에 나선 산악인이 된 듯 비장한 기운마저 감돈다.

클라이밍을 방불케 하는 팔봉산 등산로는 단출하다. 
오르는 길은 등산 들머리에서 1봉으로 가는 길뿐이다. 
길도 일방통행이라 봉우리까지 올랐다가 내려오고 다시 다음 봉우리로 오르기를 반복하면 된다. 
그에 비해 하산로는 네 개나 된다. 8봉으로 내려오는 게 정석이지만
 2봉과 3봉, 5봉과 6봉, 7봉과 8봉 사이에도 하산로가 있다. 
바위를 잡을 일이 많으니 등산 장갑은 필수다.

1봉까지 오르는 시간은 40여분. 안내 표지판에는 여덟 봉우리를 오르는 데 2시간 30분, 
먼저 다녀간 이들의 인터넷 후기에는 3시간이 걸린다고 나와 있다. 
첫 봉우리부터 시간을 너무 잡아먹었나 싶지만 평지부터 올랐으니 이 정도 시간이 걸리는 게 당연하다. 
앞으로 마주할 봉우리와 봉우리 사이는 15분 내외면 오를 수 있다. 
지척에 있는 듯 보여도 다음 봉우리까지의 여정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바위 절벽에 밧줄과 발 받침대만 덩그러니 놓여 있다.


 밧줄과 발판에 의지해 수직 절벽을 올라야 하는 2봉 구간.


 2봉 전망대에서 바라본 3봉. 봉우리마다 모양이 제각각이다.

팔봉산 최고봉인 2봉 정상에는 아담한 당집, 삼부인당이 있다. 
조선 선조 때인 1590년대부터 팔봉산 일대 사람들이 마을의 평온을 빌며 당굿을 해오던 곳이란다. 
당집 맞은편 전망대에 서면 속이 트이는 정도가 아니라 뻥 뚫린다. 
바람을 가로막는 바위가 없어 강바람에 땀이 식는다.

3봉은 철제 계단이 정상까지 이어져 있어 오르기 편하다. 
지나온 2봉과 가야 할 4봉이 양옆에 우뚝 솟아 있고 곡선을 그리는 홍천강이 보인다. 
지금까지 언뜻언뜻 보이던 홍천강이 제 모습을 확 펼쳐 보이는 구간이 이곳이다. 
홍천강 일대를 완상하기에 최고의 장소다. 
300m가 조금 넘는 산에서 볼 수 있을 거라 기대한 풍경 그 이상이다. 
물은 여기에 산은 저기에, 누군가 정성껏 배치한 듯 짜임새 있는 경치가 아름답기도 하다. 
겹겹이 이어진 능선은 진초록, 산 따라 흐르는 강물은 연청빛이다. 
한껏 물오른 초록과 파랑에 눈이 시원하다.

 ● 보물찾기하듯 숨은 비석 찾기 ‘인증샷’
4봉은 봉우리보다 오르는 길에 난 굴 때문에 유명하다. 
바위틈 구멍을 빠져나오는 어려움이 출산하는 고통과 같다고 ‘해산굴’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사람 하나 들락날락할 정도로 비좁아
 밑에서 받쳐주고 위에서 끌어주지 않으면 산행 초보자는 빠져나오기 어렵다. 
굴을 통과할 엄두가 안 난다면 옆에 난 우회 다리를 건넌다.

5봉부터 7봉까지도 해 볼 만하다. 
길이 험하긴 하지만 도저히 닿지 못할 난공불락의 요새는 아니다. 
산을 오르는 또 다른 즐거움은 보물찾기하듯 각 봉우리의 비석을 찾아내는 것이다. 
크기가 크지 않아 눈을 크게 뜨고 주변을 잘 살펴야 한다. 
비석 앞에서 ‘인증샷’을 남기는 이도 여럿이다.

 ● 고통스럽던 오르막도 쉬어가는 내리막도 인생길
8봉 앞에서는 많은 등산객이 머뭇거린다. 
8봉은 가장 위험한 코스니 등산 경험이 적다면 하산하라는 경고판이 발목을 붙잡는다. 
이 악물고 마지막 봉을 오른 이에게는 고생한 만큼의 보상이 주어진다. 
수직 절벽 아래로 홍천강이 돌아나가는 수려한 풍경도 그러하지만,
 지나온 봉우리를 돌아보며 드는 성취감은 아찔한 쾌감에 가깝다. 
내려갈 때는 후들거리는 다리에 힘을 바짝 주고 끝까지 긴장을 놓지 말 것.
 내리막길이 급경사이긴 하지만 밧줄과 발판, 철 손잡이가 있어 위험하진 않다.

산행은 숨찬 오르막과 가파른 내리막을 반복한다. 
길이라고 할 수 없는 바위 사이를 더듬어 가며 오르고, 
밧줄이 있으니 이 길이겠거니 짐작하며 내려온다. 
이 길과 저 길 사이에서 헤맬 때는 앞서간 이들의 리본이 길잡이가 돼 준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를 때에는 누군가의 도움도 받는다. 
팔봉산 등산로가 인생길의 축소판 같다고 하면 과장된 해석일까. 
인생길은 혼자만의 등정이 아니라 길 앞에서 머뭇대고 누군가와 함께 가는 여정일 수 있다. 
외려 그 편이 삶의 아름다움을 찬찬히 살펴보기에 더 낫지 싶다.


 수심이 얕은 홍천강. 어린아이가 있는 가족 단위 피서객이 많은 이유다.

 ● 물놀이·낚시… 홍천강서 즐기는 여름날 풍류
등산으로 땀을 흠뻑 흘렸다면 차가운 강물에서 쉬어 갈 차례다. 
강에 들어가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산로에서 마주하는 강을 가로지르거나,
 팔봉교를 건너 주차장 쪽으로 걸어와 강변으로 내려가거나.
 방법이 어찌 됐든 산을 오른 뒤 땀을 식히기에 이만한 곳도 없다.

여덟 개 봉우리가 병풍처럼 펼쳐진 팔봉산 아래, 강물이 휘감아 돈다. 
고개를 들면 산자락이 펼쳐지고 앞을 보면 물줄기가 유유히 흘러가니
 산 좋고 물 좋은 강원도에서도 이만하면 풍경으로 뒤지지 않는다. 
홍천강이 인기 있는 건 풍경 때문만은 아니다. 
물고기가 잘 잡히는 낚시터이자 수심이 얕아 어린아이가 있는 가족에게 훌륭한 물놀이장이다. 
팔봉산관광지 앞쪽 강물은 어른 허벅지 정도 깊이라 아이들도 몸을 풍덩 담글 수 있다. 
강변에는 손맛을 느끼고픈 낚시꾼들이 낚싯대를 드리운다. 
견지나 투망 같은 간단한 낚시 도구로도 메기, 쏘가리, 모래무지 같은 민물고기가 잘 낚인단다. 
강줄기를 따라 팔봉산, 밤벌, 반곡 등 10여 개의 오토캠핑장이 늘어서 있어 캠핑족도 많다.

강을 찾은 이들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경치를 즐긴다. 
바지를 걷어 올리고 탁족하는 이들, 물가에 돗자리를 펴고 이야기를 나누는 가족들,
 강변 조약돌이 내는 달그락달그락 소리에 푹 빠진 사람들…. 
산자락 아래, 홍천강에서 여름날 풍류가 한창이다.

         글    이수린(유니에스 여행작가)
         사진 권대홍(사진작가)

 ■ 여행수첩(지역번호 033)
     →가는 길 : 서울양양고속도로 남춘천IC삼거리에서
     ‘양평, 춘천, 비발디파크’ 방면으로 우회전, 광판삼거리에서 ‘양평, 남산’ 방면으로 좌회전한다. 
     팔봉산로에서 팔봉산 방면 왼쪽 길로 향하면 주차장 입구다. 
     팔봉산 매표소와 들머리는 팔봉교 건너편에 있다.

     →맛집 : 팔봉산 관광지에 식당이 몰려 있다. 
     주차장 옆 팔봉산 오뚜기식당(434-7666)은 쏘가리, 송어 등 민물고기 회와 잡고기 매운탕을 판다. 
     팔봉산 매표소 옆 오동나무집(434-0537)은 막국수와 산채비빔밥을 낸다. 
     홍천 하면 화로구이를 빼놓을 수 없다. 고추장 양념을 버무린 삼겹살을 참나무 숯불로 구워낸 음식이다. 
     중앙고속도로 홍천IC에서 차로 5분 거리에 화로구이 골목이 있는데, 양지말 화로구이(435-7533)가 원조다.

     →잘 곳 : 홍천강 물길을 따라 펜션과 캠핑장이 즐비하다. 
     펜션푸름(432-9411)은 리조트형 풀빌라 펜션으로 야외 수영장, 스파, 개별 바비큐 시설을 갖췄다. 
     밤벌 오토캠핑장(434-8971)은 밤나무가 많아 여름에도 무덥지 않은 오토캠핑장이다. 
    휴토피아 글램핑(1599-7130)은 깨끗한 시설을 자랑하는 글램핑장이다. 
      침대형 글램핑과 온돌형 글램핑, 두 가지 타입의 객실이 있다. 
          - 서울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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