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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01 00:00

간이역 따라 봄맞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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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이역 따라 봄맞이

에디터는 지난 1년간 기찻길 따라 전국을 여행한 친구를 만났다. 


여행 에피소드를 담아 독립 잡지 『라인 매거진』을 발행했다는 친구에게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 달라고 했다.

매년 가을이면 코스모스 축제가 열린다는 북천역. 


기찻길을 메운 분홍빛 코스모스가 이곳을 더욱 아름답게 한다.

하동역에서 배운 느림의 미학

경전선이라는 말은 경상도와 전라도의 첫 글자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초기 경전선은 경상도와 전라도를 연결해주었다. 


그런 경전선의 특징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지역이 바로 하동이다.

섬진강 줄기에 위치한 하동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화개장터'가 열리는 곳. 


화개장터에는 윗마을 구례 사람, 아랫마을 하동 사람이 한데 모여 장터의 활기를 돋운다. 


장터를 거닐면 곳곳에서 '하나 잡숴보고 가'라는 유혹의 손길이 이어지고,


 권해주신 것들을 먹고 나면 나도 모르게 장터 상인들의 수다 대열에 합류하게 된다.

하동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은 박경리 소설『토지』의 배경인 악양 평사리다. 


섬진강과 하동 하구가 만나 이룬 거대한 평야 지대에 세워진 마을은


 소설 속 대지주 최씨 가문의 터전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너른 들판을 따라 얼마나 걸었을까. 


물결 하나 일렁이지 않는 담담한 호수 하나가 눈에 띈다.

그리고 호수 옆에는 특별한 우체통이 우뚝 솟아 있다. 


편지를 써서 부치면 1년 후에 받아 볼 수 있는 느린 우체통이라고 한다. 


1년 뒤에 누가 받으면 좋을까, 어떤 이야기를 전할까


 고민하는 와중에 불현듯 시간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지금껏 얼마나 조급하게 지내왔는지를 되돌아보게 된다. 


이곳에 오니 시간도 내 마음도 조금 느리게 흘러간다.

1역과 역을 지나는 중간에 작은 청소역이 자리한다.


2역무원 대신 청소역 한구석을 지키고 있는 손 때 묻은 유니폼.


3사라질 위기에 놓인 많은 간이역이 추억 속으로 사라지기 전에


 역사 곳곳을 사진으로 남겨두고 싶다.

역과 역 사이, 북천역

하동역과 진주역 사이에 있는 북천역에서는 매년 가을 코스모스 축제가 열린다. 


기찻길 따라 소박한 코스모스가 가득 피어나기 때문이다. 


북천역 역무원 아저씨가 코스모스 가운데 서 있다. 


내년에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는 김승곤 역무원은


 30여 년 넘게 역무원 생활을 이어오고 있다고 한다.

그는 간이역에서 일하는 게 여유롭긴 하지만 언젠간 사라질 운명이라는 것,


 역의 활기찬 모습을 더 이상 마주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 내내 아쉽다고 말한다. 


그래도 왠지 그는 항상 그 자리에 서 있을 것만 같다. 


우리가 북천역에서 기차를 타고 저 멀리 사라질 때까지


 손을 흔들어주던 그 모습 그대로 말이다.

4하동역과 진주역 사이에 있는 간이역, 북천역사 내의 풍경. 


 역무원의 안내 방송이 들려 올 것만 같다.


5, 6장항역 근처에 자리한 국립생태원과 사막관 풍경.

생태 도시를 꿈꾸는 장항에서

지금 장항선은 경부선 천안과 호남선 익산을 잇는 철도지만 초기 명칭은 충남선이었다. 


장항이라는 지명이 철도의 대표 이름으로 붙여진 이유는


 그 철도가 지나는 대표적인 도시인 장항의 영향력 때문이었다. 


항만과 제련 산업이 번성했던 장항은


 산업 도시의 면모를 갖추며 지역 경제의 번창을 이끌던 화려한 도시였다.

그러나 그 영광은 이미 지난날이 되어버린 지 오래. 


오가는 사람이 줄어든 지금의 장항역은


 기존 역사에서 북쪽으로 4.2km 떨어진 곳으로 이전해야 했다. 


장항에서도 외곽에 있어 썰렁한 기운이 감도는 이곳에


 뜻밖에 대규모 국립생태원이 자리 잡고 있다. 


어마어마한 면적에 세계 5대 기후대와


 그 지역에 서식하고 있는 4500여 종의 동식물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공간이다.

극한 환경에 서식하는 사막 생물들을 재현해놓은 사막관은


 서부 영화에서나 볼 법한 각종 선인장으로 가득하고,


 지중해관에는 바오밥나무를 필두로 상쾌한 수풀 냄새가 코끝을 찌른다. 


산속 절벽을 재현한 듯한 독수리의 보금자리부터 물길을 가르고 나타나는 수달까지,


 자연을 마주하고 오감을 만끽할 수 있다.

푸른 역, 청소역

장항선은 유난히 폐역과 간이역이 많은 철도다. 


그중 푸를 청(靑), 곳 소(所), 말 그대로 푸른빛을 띠는 청소역은


 폐역과 간이역 중간 지점에 서 있는 곳이다. 


뜨거운 햇살을 피할 수 있는 정도의 아담한 공간에 푸른 지붕이 고아한 정취를 풍기는


 청소역은 80여 년의 역사를 뒤로한 채 조만간 사라질 예정이라고 한다.

그리 작은 역에서 역무원도 아닌 것 같은데 내내 서성이는 한 아저씨를 만났다. 


먼저 말을 걸어 온 아저씨는 청소역에서 30여 년 넘게 택시 운전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 일을 해서 자식 둘을 번듯하게 키워냈고,


 청소면 사람들과 역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했다. 


말하는 내내 자부심 가득한 그의 목소리가 작은 역사 안을 가득 채웠다.

그러면서도 청소역이 사라지는 게 믿기지 않는다며


 역사의 문이 닫히기 직전까지 나올 거라고 말했다. 


아저씨의 짧지 않은 인생 속에 청소역이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했다.

세월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는 춘포역.

순천역에서 자연의 풍요로움을 마주하다

전라선을 타고 순천역에 내렸다. 


순천에서 가장 유명한 곳인 순천만에는 이런 말이 써 있다. 


"앞으로 99번 이상을 보고 나서 순천만을 보았다고 말하십시오." 그냥 웃음이 지어진다. 


순천만에 들어서면 거대한 갈대와 마주하게 되는데,


 마치 집단 최면을 거는 듯 광활한 대지 위에서 일렁이며 고아한 자태를 뽐낸다.

어디 갈대뿐일까. 


봄에는 꽃들로 화사함을 담고, 여름에는 초록이 가득하다. 


가을에는 황금빛 갈대가 일렁이며,


 겨울에는 하얀 눈이 눈부시게 내려앉는다. 


순천만 동쪽 끄트머리에 위치한 '와온마을'은 한쪽은 황금빛 들판을,


 또 다른 한쪽은 드넓게 펼쳐진 갯벌을 품고 있다.

온 자연을 품은 동네를 걷다 보면 바다가 보이는 와온소공원이 나온다. 


공원에 앉아 따뜻한 햇볕을 느끼고 있으면 그저 두 팔 벌려 누워버리고 싶을 뿐이다. 


이대로가 참 좋은 순간. 


어느새 물이 들어오고 해가 바다로 스며들 때 즈음,


 말린 쌀을 거둬들이고 있는 아저씨를 만났다. 


지는 해가 아쉬운지


 "나 일 좀 해야댕께 느그 카메라로 해 좀 잡아둬잉"라며 신신당부한다. 


와온마을의 하루가 그렇게 지고 있다.

가장 오래된 간이역, 춘포역

1914년에 세워진 춘포역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간이역으로, 올해로 101년이 됐다. 


동익산역과 삼례역 사이에 있는 조그마한 역인데,


 지금은 기차가 다니지 않아 삼례역에서 버스를 타고 더 들어가야 한다. 


문이 닫힌 폐역에서 지난 춘포역의 모습을 담은 흑백 사진들을 만날 수 있었다. 


에메랄드 색으로 덮인 소담한 역사 안에는


 그 옛날의 교복과 책상 등 추억의 물건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폐역에 왜 이런 공간이 생겨나게 됐는지 궁금하던 순간,


 마침 '춘포역 프로젝트'라는 팻말이 보였다. 


근대 문화유산 박물관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고 했다. 


우리말로 '봄 나루'라 불리는 춘포. 


100여 년이 흐른 지금, 춘포역은 자신의 이름처럼


 새로운 봄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1논골담길에서 내려다본 파랑 가득한 동해 바다.


2온 건물이 파랑색으로 채워진 청원길 골목.


3묵호항 근처 계단 쉼터에서.

바다 냄새 가득한 묵호역에서

묵호역에서 내려 묵호항 근처에 있는 논골담길을 찾았다. 


중간쯤 올라왔을까. 


논골담길의 아랫마을과 묵호항이 한눈에 펼쳐졌다. 


바다는 한없이 짙고 파랗다. 


묵호 사람들의 치열한 일상의 소리가 어디로 간 건지,


 깊고 넓은 바닷속으로 숨어버린 듯 풍경은 그저 고요하기만 하다.

논골담길을 지나 청원길로 발걸음을 옮겼다. 


본래 이름은 게구석길인데,


 파랑빛이 가득하다고 하여 청원길로 불린다. 


청원길을 둘러싼 집과 집 사이에는 파란 물결이 가득하다. 


가지각색의 파란색이 담과 담 사이를 이어주고 있다.

옅은 파랑 담에서 진파랑 담으로 넘어갔다가 에메랄드 빛이 감도는 파랑을 마주한다. 


바닥에 흩뿌려진 듯한 파란 물감의 흔적을 따라 굽이굽이 올라가본다. 


멀지 않은 묵호 바다는 온 세상을 파랗게 물들어 버린다. 


길 따라 올라간 높은 곳에서 마주친 바람도 왠지 파란색일 것만 같다. 


내 마음도 파랑을 닮아 덩달아 맑아진다.

4와온마을에서 만난 주민에게서 발갛게 익은 감을 얻어먹었다.


5춘포역사에 전시되어 있는 옛날 사진들.


6, 7추추파크'의 '스위치백 트레인'을 타면 지그재그로 전진하는 기차를 경험할 수 있다.

칙칙폭폭, 추추파크

태백 근처에 있는 도계역에서 택시를 타고 굽이진 도로를 돌고 돌아 도착한 곳은


 국내 유일의 철도 체험 리조트 '추추파크'다. 


큰 산을 하나 넘었을 뿐인데 마치 숨겨져 있던 세상이 펼쳐지는 것만 같다. 


그 모습은 흡사 영화 '그랜드부다페스트 호텔'의 전경을 떠오르게 한다.

추추파크의 메인 아이템은


 이미 사라져버린 흥전역과 나한정역 사이에 있는 스위치백을


 그대로 활용한 '스위치백 트레인'이다. 


스위치백은 높이 차이가 있는 지역에 선로를 연결할 때


 지그재그형으로 선로를 만든 것인데,


 특별한 모양의 선로 때문에 기차가 전진과 후진을 반복하면서


 앞으로 나아가므로 색다른 긴장감과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산악 열차를 타고 올라가서 12개의 터널을 통과하는


 레일 코스터도 흥미진진하다. 


발아래 깊은 협곡이 펼쳐져 있고,


 겹겹의 산 위에 눈이 쌓여 있는 대자연의 장관은


 오로지 스위치백 트레인과 레일 코스터를 통해서만 만끽할 수 있다. 


이곳에서만 만날 수 있는 특별한 기차에 오르면


 강원도 자연의 거친 매력을 그대로 느껴보는 특권을 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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