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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08 00:00

군산의 낭만 -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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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가 지나간 자리 경암동 철길마을


얼핏 알록달록하게 페인트칠된 외관이 발랄하게 느껴지지만, 


자세히 보면 철로에서 채 1m도 떨어지지 않은 공간에 


다닥다닥 길게 붙어 선 작은 건물들에는 해방 후 


갈 곳 없던 사람들이 주인 없는 땅인 철길 옆으로 모여들어 


지난한 삶을 이어간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해방 직전 지어진 신문용지 제조공장과 군산역 사이를 


자재를 실은 기차가 불과 7년 전까지 시속 10km로 매일 아침 두 차례씩 지나다녔다니 


거대한 기계의 소음이며 땅을 울리는 진동조차 누군가에겐 그저 덤덤한 일상이었겠다. 




기찻길이 폐쇄된 후 많은 사람들이 떠나면서 방치되다시피 남겨진 마을은 


어느덧 옛 정취가 살아 있는 관광 명소가 되었다. 


드문드문 남은 주민들이 반가워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은 그마저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듯하다. 


철길 중간 즈음의 노란 집에서는 추억 어린 불량식품을 한가득 팔고 있다.


 15년쯤 되었으려나, 아무튼 오랜만에 쫀드기를 사서 연탄불에 굽고 있자니 


매점의 터줏대감 고양이 ‘양 대리’가 슬며시 철길 저쪽으로 마실을 나간다


(자매인 ‘고 과장’은 얼마 전 가출해 소식이 없단다). 


그렇게 철길마을은 또 다른 일상에 적응하는 중이다. 
주소 군산시 경촌4길 12



여유를 부리게 되는 한때 여흥상회


히로쓰 가옥을 둘러보고 나오니 맞은편 골목 귀퉁이에 


연한 하늘색 차양을 드리운 가게가 눈에 띈다. 


간판도 없이 꼭 프린트한 종이를 오려 붙인 듯


 ‘여흥상회’라고 가게 이름 네 글자만 차양 위에 박아 넣은 심심한 모양새며, 


희끄무레한 색의 의자들이 놓인 테라스의 간결한 인테리어는 


여자 친구들 인스타그램에 자주 등장하는 경리단 뒷길의 카페처럼 뽀얗고 감성적이다. 




테이크아웃 메뉴는 추러스와 커피, 초콜릿 음료가 전부다. 


트렌드세터가 즐비한 서울 같은 동네에서나 어울릴 줄 알았는데 


이곳 군산의 고즈넉한 풍경과도 제법 자연스레 묻어간다. 




번잡하기로는 따라올 곳 없는 서울에서 여러 해 


패션모델로 활동했던 주인은 돌연 군산에서 살기를 결심했다. 


TV와 잡지에 등장하면서 알아보는 이도 적지 않으나 


주말이 아니고는 드문드문하게 가게를 찾는 손님을 대하는 게 전부인 


지금의 생활이 무료할 것 같은데도, 주인은 


인생에서 뜻밖에 찾아낸 여유가 못내 흡족한 모양이다. 


추러스 하나를 받아 들고 테라스 앞 의자에 걸터앉아 


조용한 골목길을 내려다보니 그의 마음을 알 것도 같았다.
주소 군산시 구영1길 22
영업시간 10:00~19:00, 월요일 휴무
문의 010-8992-1995




넉넉한 한 끼를 약속하는 곳 한주옥


같은 전라도여도 셀 수 없는 가짓수의 반찬이 등장하는 남도 한정식이나 


색색의 고명이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러운 전주비빔밥의 차림새에 비하면 


군산의 먹거리는 조금 심심한 면이 있다. 


간장게장을 파는 ‘한주옥’은 


그런 군산에서 푸짐하면서도 맛깔난 상차림으로 이름난 곳이다. 


시장에서 보았던 말린 박대는 짭조름한 구이반찬이 되어 밥도둑을 자처하고, 


푸릇한 채소와 송송 썬 대파, 양파를 얹은 꽃게장은 


짜거나 들큼하지 않아 비주얼만큼이나 싱싱한 맛을 낸다. 


칼칼한 국물의 생선탕까지 섭렵하면 포만감에 절로 탄성이 나온다. 


다 먹고 계산을 하려니 부담 적은 착한 가격에 또 한번 만족하게 된다.
주소 군산시 구영2길 31
영업시간 11:00~21:00, 라스트 오더 20:00, 명절 휴무
문의 063-443-3812 



영화로운 한때를 간직한 집 히로쓰 가옥


옆으로 난 대문으로 들어서서 몇 발자국 내딛자 


크고 작은 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선 커다란 정원이 나타났다. 


오른쪽에 자리한 일본풍 주택과 어우러진 정원에는 


주인이 정성 들여 가꾸던 시절의 말끔한 조경과 


가로지르는 시냇물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지만, 


그럼에도 당시 군산 시내에서 제일가는 포목상이 


부와 영화가 어느 정도였을지 쉽게 상상될 정도로 


여전히 화려한 멋을 간직하고 있다. 




이곳은 일제강점기 시절의 상인 히로쓰 게이사부로가 


1925년에 일본에서 직접 자재를 들여와 지었다는 목조 주택이다. 


이곳에서 호의호식했을 주인을 생각하니 울컥하는 기분이 들면서도 


1백 년 가까이 된 고택이 주는 우아한 고전미에 빠져들고 만다. 


지금은 내부 출입이 제한되어 가옥 안쪽은 둘러볼 수 없는 것이 아쉽다. 
주소 군산시 구영1길 17
개방시간 3~10월 10:00~18:00, 11~2월 10:00~17:00
문의 063-454-3337



삼대의 역사가 담긴 한 그릇 빈해원


별세계는 이런 곳을 두고 하는 말 같다. 


붉은 벽돌과 회색 시멘트가 각자의 영역을 반씩 차지한 2층 건물은 


더도 덜도 말고 공장지대에서 봤을 법한 삭막한 인상이다. 


하지만 일단 문을 열고 들어가면 어릴 적 무협 영화에서 보았던 


중국의 객잔이 떠오르는 중화풍 인테리어가 펼쳐지니, 


호기심에 이곳저곳 들여다보지 않을 수가 없다. 




1953년 6·25전쟁 직후 문을 연 중화요리 전문점 ‘빈해원’의 시작은, 


현 주인인 할아버지 부부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중국 삼동의 교포 출신으로 인천에서 빵 장사를 하다 


6·25전쟁이 일어나 부산으로 피란을 가던 할아버지와 부모님. 


타고 있던 배가 고장이 나 군산항에 불시착하며 


새 삶은 예기치 못한 곳에서 시작되었다. 




지금은 없어진 건너편 일본식 가옥에서 작게 시작해 


현재의 가게 자리인 공장 창고 부지를 사들여 


돈이 생기는 대로 조금씩 건물을 지어 올리고 꾸미면서 


어느덧 손자인 주인도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가 되었다. 


그 이야기만으로도 흥미로운데, 식당 내부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진짜 겜블링 테이블을 이용한 식탁이며 꽃분홍색 젓가락 등 


그야말로 키치한 디테일이 무릎을 치게 만든다. 


춘장 없이 휘휘 볶아낸 삼선 물짜장, 국물 없는 짬뽕과도 비슷한 


별미고추초면 등 일반적인 중국집 메뉴 사이로 속속 엿보이는 


원조 중국 요리에는 관록의 맛이 담겨 있다.
주소 군산시 동령길 57
영업시간 10:30~21:00, 한 달에 두 번 비정기 휴무
문의 063-445-2429




청초한 뭇국 한 그릇 한일옥


소고기랑 무, 대파를 넣은 멀건 육수에 후추 조금 친 소고기뭇국은 


얼큰한 김치찌개나 구수한 된장찌개에 밀려 


번번이 점심 메뉴 우선순위에서 저만치 밀려나 있었다. 


그러다 군산까지 와서 비로소 먹게 된 ‘한일옥’의 소고기뭇국은 


촬영 이튿날째 이른 아침의 피로함을 더는 보양식 역할을 톡톡히 해주었다. 


한우 건더기를 숭덩숭덩 썰어 넣고 끓인 맑은 국물이 잡내 하나 없이 깔끔하다. 


좋은 재료가 주는 단순하고도 강렬한 맛에 반해 


끓는 국이 식기를 기다렸다 한 그릇을 뚝딱 해치웠다. 


2층에도 테이블을 두어 손님을 더 많이 받을 수 있을 텐데, 


주인은 그 자리를 대신 일제강점기 시대 골동품을 전시하는 공간으로 두었다.


 시대가 바뀌고 모습이 달라져도 어떤 것들은 변하지 않는 것 같다.
주소 군산시 구영3길 45-1
영업시간 03:30~21:30, 명절 휴무
문의 063-446-54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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