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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한 속삭임 구라이협곡
경기 포천의 현무암 협곡과 호수






경기도 포천이라면 응당 현무암들이 이룬 풍경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겁니다.
북한땅에서 분출된 용암이 흘러내리며 조탁한 풍경들은
강원도 철원을 휘휘 돌아 경기도 연천과 포천 등에까지 이어집니다.
용암이 만든 풍경들만 모아 포천에선 따로 '한탄 8경'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그 가운데 제7경이 구라이골입니다.
1㎞ 남짓한 현무암 협곡인데, 접근이 어려워 여태 베일에 가려져 있었지요.
어렵사리 구라이골을 돌아봤습니다. 그리 길지 않은 협곡이지만 이채로운 볼거리들이 가득했습니다.
듣도 보도 못한 곳이라 한결 신비감이 더했지요. 이에 견줘 산정호수는 듣고도 안 본 곳에 속할 겁니다.
고백하자면 '쌍팔년도'에 명자깨나 날렸던 낡은 여행지로 여겨 엿볼 생각조차 안 했던 게 사실입니다.
한데 직접 호수를 보고 나니 이런 선입견이 싹 사라졌습니다.
명성산 등의 우람한 암릉들에 둘러싸인 호수의 자태는 실로 눈부셨습니다.
포천의 자랑 '영평 8경'이나 '한탄 8경' 중 어디에도 끼지 못하는 신세지만,
이만한 자태라면 국내 어느 호수에도 뒤지지 않겠습니다.

포천시에서 자랑스레 내세우는 게 있다.
포천 관내를 흐르는 한탄강이 단일 지역 단일 하천으로는 국내 최다의 국가문화재 보유지역이라는 것이다.
국내 유일의 현무암 협곡 하천인 한탄강은 전체 길이가 136㎞에 이른다.
그 가운데 포천 지역을 흐르는 강줄기는 40㎞ 정도다.
그 안에 천연기념물 3곳, 명승 2곳 등 국가문화재가 다섯 곳이나 포함돼 있다.
포천시는 여기에 교동 가마소와 샘소, 구라이골 등의 명소를 더해 '한탄 8경'으로 지정했다.

그런데 한탄 8경에 포함돼 있으면서도 '문화재 축'에 끼지 못한 명소들에 대한 대접이 영 말이 아니다.
특히 제7경인 구라이골이 그렇다. 편의시설은커녕 이정표 하나 없다.
동네 주민들조차 찾아가기 힘들다며 손사래를 칠 정도다.
지난달 27일에도 관광객 몇 명이 구라이골을 찾았다가 진입로가 없어 주변만 빙빙 돌다 되돌아갔다.

사실 포천의 대표적 관광 아이콘인 비둘기낭 (서울신문 2010년 4월 8일자 16면)에 대한 대접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지난해 천연기념물로 지정되면서 '삐까뻔쩍'하게 바뀌긴 했으나,
비둘기낭 취재 당시만 해도 폭포까지 오르내리는 계단이 부실해 꽤 애를 먹었다.
사람들이 많이 찾을 때 부랴부랴 편의시설을 갖춰 놓기보다,
먼저 갖춰 놓고 사람을 오라 하는 게 순서 아닐까.

구라이골은 매우 독특한 세계다.
창수면을 흐르는 운산천이 한탄강과 몸을 섞는 끝자락에 형성된 현무암 협곡이다.
찾아가는 과정부터 '이색적'이다. 어른 키보다 웃자란 개망초를 무수히 헤치며 가야 한다.
그러다 개골창 같은 냇가 쪽으로 난 길을 따라 내려가면 협곡 초입이 있다.
도무지 협곡이 있을 거라고 생각되지 않는 곳에 기이한 세계가 펼쳐져 있다는 점에서 비둘기낭과 빼닮았다.

구라이골은 둥근 공동(空洞)의 형태다.
평지 아래로 용암이 흐르며 파놓은 흔적이다.
협곡의 위는 나무들이 울울창창하다.
그러니 평지에서 보면 아래쪽에 협곡이 있다는 걸 눈치채기 어렵다.
인근 주민들은 햇볕 한 줌 들어오지 않는다고 했다.
과장이 보태지긴 했지만, 푹 파여 볕 보기 힘든 건 사실이다.
실제 6·25전쟁 때는 주민들이 협곡 곳곳에 생성된 굴에서 피란 생활을 하기도 했단다.

협곡에 발을 딛고 서면 탄성부터 터져 나온다.
작은 냇가에서 느닷없이 협곡으로 '환골탈태'하니 말이다.
협곡 안엔 딱 두 가지 색만 있다.
현무암 절리들이 내뿜는 섬뜩한 검은빛과 숲의 나무들이 선사하는 싱싱한 푸른빛이다.
둘은 어느 한쪽 치우침 없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있다.
공상과학영화를 많이 봐선가. 검은 굴에서 시조새가 뛰쳐 나오고,
1m 넘는 지네가 암벽을 타고 걸어다닐 것만 같다. 이런 풍경이 1㎞ 남짓 이어진다.

주민들은 협곡을 구라이냇가라 부른다.
물길을 따라 자박자박 걷다 보면 수직폭포나 새털 형태의 주상절리, 바위굴 등과 만난다.
협곡 안엔 큰 가마소와 작은 가마소 등 두 개의 폭포가 형성돼 있다.
주상절리를 날개처럼 두른 형태가 영락없는 비둘기낭의 축소판이다.
협곡의 끝자락, 그러니까 한탄강과 인접한 작은 가마소는 다른 루트로 진입해야 볼 수 있다.
역시 진입로가 수풀 속에 감춰져 있어 주민들의 도움 없이는 찾기 힘들다.

물을 담고 있다는 이름에서 보듯 포천(抱川)은 물이 많은 곳이다.
현무암 협곡들을 제외하고도 도시 안팎에 빼어난 호수와 계곡들이 늘어서 있다.
그중 첫손 꼽히는 곳이 산정호수다. 1980년대 아베크족들의 성지였던 곳.
그 탓에 낡은 여행지로 평가절하되기 일쑤지만, 직접 호수를 보고 나면 열에 아홉은 생각이 바뀔 게 틀림없다.

호수는 명성산(923m)과 금학산(947m) 사이에 안겨 있다.
명성산의 책바위 암릉, 망봉산의 기암절벽 등과 어우러진 풍경이 장쾌하다.
이를 한눈에 담을 수 있는 곳이 망봉산 뒤편의 무명고지(380m)다.
호수 바로 앞의 망봉산에서 굽어보는 전망보다 외려 낫다는 이들이 많다.
등산로가 조성돼 있지 않지만, 찾아가기는 어렵지 않다.
산정호수 주차장 초입의 '평강식물원' 이정표 선 곳에서 산 쪽으로 난 길을 따라 400여m 곧장 가면 된다.
산정호수 쪽으로 돌출된 암반지대여서 단박에 알아볼 수 있다.
호수는 낮보다 이른 아침이나 저물녘에 돌아보는 게 낫다.
새벽녘엔 하얀 물안개가 호수를 감싸고, 저녁 무렵엔 교교한 달빛이 수면 위로 쏟아져 내린다.
호수 주변에 목재 데크가 조성돼 있어 자박자박 걷기 좋다.
명성산 비선폭포와 등룡폭포 등의 경관도 볼 만하다.
등룡폭포까지 1시간 30분 정도면 다녀올 수 있다.

■잘 곳:
'한화리조트 산정호수 안시'가 최근 리모델링을 끝내고 재개관했다.
프랑스의 휴양도시 '안시'에서 이름을 따왔다. 리조트는 총 213개의 객실을 갖췄다.
외형상 가장 도드라진 변화는 워크숍과 MT 등 단체 행사에 적합한 공간을 대폭 늘렸다는 것.
기존의 수영장을 없애고 그 자리를 다양한 부대시설로 채웠다.
특히 다목적홀의 경우 농구와 각종 운동회 등을 개최할 수 있을 정도로 너른 실내 공간을 확보했다.
온천수를 이용한 사우나는 반드시 들르는 게 좋겠다. 시설은 소박하지만 수질은 '럭셔리'하다.
www.ehanwharesort.co.kr, 534-5500(이하 지역번호 031).

■맛집:
관인면 냉정리 샘물매운탕은 메기매운탕만 판다.
재료가 떨어지면 문을 닫기 때문에 저녁에는 맛보기 힘들다. 533-6880.

한화리조트 야외바비큐장에서 포천의 명물 이동갈비를 직접 구워 판다.
주말엔 사람이 많아 예약하는 게 좋다.

명성산 산행을 위해 간단한 음식을 준비한다면 산정호수 주차장 끝자락의 뉴욕핫도그(589-3328)를 권한다.
'요리' 수준의 맛도 일품이고, 명성산 등 산행 정보를 가게 주인장이 꿰고 있어 귀동냥하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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