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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고 싶지만 잊지 말아야 할 과거가 있는 곳

군산은 참 아이러니한 곳이다.
지금은 평화로운 골목골목에 볼거리가 가득하지만 100년 전 이곳은
가진 자와 뺏긴 자, 넘치는 자와 굶는 자가 공존하는 격랑의 공간이었다.
이곳에 잊고 싶지만 잊지 말아야 할 과거가 있다.


장미공연장

◆아름답다, 그래서 가슴 아프다


군산은 항구 도시다.
바닷가에는 커다란 군함이, 내륙에는 폐철로가 있다.
집들은 낮고, 골목은 큼직큼직하다.
산책하기 좋은 이곳에선 조그만 카페들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가 배경이 된 도시로 '초원 사진관'이 여행자를 맞이하고,
빵 나오는 시간만 되면 땡볕 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긴 줄을 서는 '이성당'의 진풍경도 있다.
또 '군산' 하면 짬뽕이 유명해서 몇몇 중화요리 집에선 한 시간 기다리는 게 기본이다.
채만식 선생의 소설 '탁류'의 배경이 된 곳이고, 야구로 유명한 군산상고도 있다.

군산에는 오묘한 매력이 있다.
화려하진 않지만 오밀조밀 볼거리가 많고,
평화롭지만 맛집 앞에서 투지를 불태우는 사람들의 열정이 있다.
그리고 도시 곳곳에는 치열했던 과거가 있다.
가끔 만나는 오래된 집도 조선시대 남도의 한옥과는 거리가 있고,
흔히 말하는 '콜로니얼 풍' 건축물이 항구 쪽으로 몰려 있다.
이런 집들이 군산을 조금 달라 보이게 한다.
사람들은 이색적인 군산의 모습을 보기 위해 이곳으로 오고,
온 김에 짬뽕도 먹고 야채 빵도 사 간다.
지금은 여행지로 각광받는 이곳이 일제 강점기에는 식민지 수탈의 요지였다.

결국은 아픈 역사가 지금의 군산을 만들었다.
1930년대 지어진 일본식 가옥과 정원이 지금은 게스트하우스로 쓰이고 있다.
군산부윤(시장)의 관사였던 건물은 음식점이 됐다.
일본의 은행이었던 곳은 군산 근대건축관이 됐고,
구 일본 18은행 군산지점은 군산 근대미술관으로 쓰이고 있다.

'장미'라는 예쁜 이름을 가진 공연장엔 장미꽃이 아니라
눈물 흘리는 아버지와 그 손을 잡은 아이,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있는 어머니의 모습을 한 조각품이 있다.
한 가족의 비참한 생활이 느껴지는 이 작품은 조각가 나상옥의 작품으로
일제시대 부잔교에서 일하던 빈민층을 묘사했다.
부잔교는 수탈의 상징이었고,
그곳에서 하루하루 수고의 대가를 빼앗겨 오던 사람들의 모습이다.

다시 장미 공연장의 간판을 보면 이곳이 1930년대
조선미곡창고주식회사에서 쌀을 보관했던 창고였음을 알 수 있다.
장미는 감출 장(藏)에 쌀 미(米)를 쓰고 있다.
향기로운 rose(장미)가 아니라 쌀을 감추던 곳이다.
지금은 갤러리와 공연장으로 바뀌었지만 과거를 생각하면 가슴이 턱 막히는 곳이다.

군산의 모든 근대건축물들이 그렇다.
구 군사세관의 경우 독일인이 설계하고
벨기에에서 붉은 벽돌을 수입해 1908년에 완공했다고 한다.
이곳은 사방 어디에서 봐도 균형적인 아름다움을 간직해 건축사적으로도 의미가 있다.

그렇지만 이곳에서 세금을 거둬들이고
조선인을 수탈했을 일제를 생각하면 단전에서부터 분기가 올라온다.
그런 의미에서 군산 여행은 마음이 편치 않다.
여행을 뜻하는 travel의 어원은 travail인데 이 뜻은 '고통, 고난'을 뜻한다.
그러니까 군산 여행은 여행의 원뜻에 가장 부합하는 여행일 지도 모르겠다.


동국사


동국사 기획전

◆단 하나 남아있는 일본식 사찰


동국사는 일본 에도시대 양식의 절이다.
경내에 들어서면 크고 뾰족한 팔각지붕과 처마에 장식이 없는 대웅전,
요사채와 복도로 연결되는 대웅전의 형태 등으로 왜색이 느껴진다.
입구에는 석판에 이 절을 설립한 연도가 새겨져 있는데 두개 글자가 파여 있다.
파인 글자는 소화(昭和). 소화는 동국사가 만들어질 당시 일본 천황의 이름으로
광복 후 한국 사람들이 파낸 것으로 보인다.

원래 이름은 금강선사다.
1909년 일본인 승려 내전불관이 군산에 포교소를 개설하면서 1913년 이곳에 창건했는데
당시 일본에서 모든 건축자재를 들여와 지었다고 한다.
일본불교는 1877년 부산의 개항과 함께 일본정부의 요청에 의해 들어오기 시작했다.
물론 순수한 포교 목적은 아니다.

한국과 일본을 동화시켜 식민지 정신을 단단히 하려는 의도다.
생각해 보면 불교를 일본에 전파한 것은 6세기 중엽 백제였는데,
1400년이 지나 그 땅에 일본식 불교 사찰이 지어졌으니
종교 또한 굴욕의 역사를 가지게 된 셈이다.

그렇게 일제 36년 동안 일인 승려들에 의해 운영되다가
해방 후 김남곡 스님이 인수해 동국사라 이름을 지었다.
대웅전 왼편으로는 참사문비가 있다.
이것은 일본 불교정단에서 공식 발표한 글로 '진심으로 반성하고 사죄한다'는 내용이다.
식민지 수단으로 전락했던 조동종의 잘못을 뉘우친다는 내용으로
이곳 동국사만이 가질 수 있는 유물에 해당한다.

대웅전에선 작은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조선명당에 신사가 있었다'라는 제목의 전시회로
일제 강점기의 문서, 사진, 자료, 유물을 전시하고 있다.
일본군의 한국인 양민학살, 위안부 모습 등을 담은 사진은
너무 처참해서 차마 대면하기가 어렵고,
동국사에 온 일본군의 사진은 자기 나라의 사찰에 까지 와서
행패를 부리는 일본군의 패륜적인 모습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일장기 함에 담은 태극기는 국기를 보관할 상자 하나 없었던,
또는 태극기를 숨겨야 했던 당시 상황을 짐작하게 한다.
6월 말 종료될 예정이었던 전시회를 8월 말까지 연장하기로 했다니
늦게나마 소중한 전시회를 관람하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


신흥동 가옥의 일본식 정원

◆구 신흥동 일본식 가옥


옛 신흥동은 일제강점기에 부유층 거주지역이다.
그 중에서도 이곳은 큰 부자의 집이었을 것이다.
포목점과 농장을 운영하던 히로쓰 게이샤브로가 지은 주택으로
지금도 사람들은 '히로쓰 가옥'이라 부른다.
그는 이 지역에서 농민을 수탈해 막대한 부를 축적했고,
그 산물로 이렇게 대단한 저택을 지었다.
그는 패망 후 일본으로 돌아간 후에도 종종 이 집을 그리워했다고 한다.

이 집은 조선 사대부가의 집과는 입구부터가 다르다.
대문만 보아서는 그 규모가 느껴지지 않는데 문 쪽으로 집의 측면이 마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일본 무가의 고급주택인 야시키 형식으로 지은 건물로 일본식 정원이 있는 2층집이다.
이곳 역시 일본에서 자재를 들여와 꼼꼼하게 완성했다.

'금고방'의 경우엔 화재가 날 때 불이 번지지 않도록 대리석 벽과 철문을 달았다는데
지켜야 할 것이 많은 자의 불안감과 방책이 엿보인다.
어쨌든 구석구석 불여튼튼의 마음으로 지은 덕에 아직도 짱짱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리고 이국적인 분위기 때문에
'장군의 아들', '바람의 파이터', '타짜' 등 영화촬영 장소로도 쓰였다.

군산은 재미있고, 씁쓸하다.
그렇다고 우리의 근대 문화 유산을 치워 없앨 수도, 그래서도 안 된다.
아프다고 망각한다면 교훈으로 삼아야 할 실패의 기억이 영영 사라지는 것이다.
단재 신채호 선생이 이렇게 말씀하지 않았나?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여행 정보


☞ 군산 동국사 가는 법
경부고속도로 - 천안논산고속도로 - 당진영덕고속도로 - 서천공주고속도로 -
서해안고속도로 동서천 분기점 - 구암로 - 구암교삼거리에서
'새만금방조제, 구가산업단지, 월명공원, 해양경찰서, 경찰서, 비응항, 군산항' 방면으로 좌회전 -
구암 3.1로 - 군산화물역사거리에서 '월명공원, 내항' 방면으로 우회전 -
중앙로 - 중앙사거리에서 '군산대학교, 은파호수공원' 방면으로 좌회전 -
대학로 - 명산사거리에서 '새만금방조제, 월명터널' 방면으로 우회전 - 월명로 - 동국사길

☞ 대중교통
군산고속버스터미널 - 팔마광장터미널 까지 도보이동 - 54번 버스 - 명산사거리 정류장 하차

☞ 주요 스팟 내비게이션 정보
동국사: 검색어 '동국사' / 전라북도 군산시 동국사길 16
구 신흥동 일본식가옥: 검색어 '히로쓰가옥' / 전라북도 군산시 구영 1길 17

< 주요 정보 >

동국사
http://www.dongguksa.or.kr / 063-462-5366
'조선명당에 신사가 있었다' 기획전: 8월31일까지, 동국사 침탈사료관

신흥동 일본식가옥
관람시간: (3월~10월) 오전 10시 ~ 오후 6시

군산 문화관광
http://tour.gunsan.go.kr / 063-454-4000

< 음 식 >

짬뽕: 풍성한 해산물과 매운 국물이 일품인 군산 짬뽕이 유명하다.
몇 군데 식당에서는 짧게는 20분에서 1시간까지 기다려야 식사를 할 수 있다.
- 지린성: 전라북도 군산시 미원동 87 / 063-467-2906
- 복성루: 전라북도 군산시 미원동 332 / 063-445-8412

이성당: 1920년대 일본인이 운영하던 '이즈모야' 화과자점이
광복 이후 이성당으로 이름을 바꿔 지금까지 영업 중이다.
전통의 빵집답게 앙금빵과 야채빵이 유명하여 빵 나오는 시간에는
여행자와 지역사람 할 것 없이 긴 줄을 서고,
앙금빵은 한사람 당 10개 이하로 한정판매 하고 있다.
최근엔 잠실에 2호점을 오픈 했다.
야채빵 1500원 / 앙금빵 1200원
전라북도 군산시 중앙로 1가 12-2 / 063-445-2772

< 숙 소 >

고우당게스트하우스: 일제시대 건축물을 활용해 근대문화 체험시설로 만들었다.
카페, 편의점, 세미나실, 선술집 등 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예쁜 정원이 있어 투숙객이 아니어도 쉬어가기 좋다.
가격: (도미토리) 1만5000원 (객실, 펜션) 4만~16만원
예약문의: 063-443-1042 / http://www.gowoodang.com / 전라북도 군산시 월명동 16-6

나비잠: 초원사진관, 히로쓰가옥, 동국사, 박불관 등을 둘러보기에 최적의 위치이다.
간단한 브런치로 이성당 빵과 음료를 제공한다.
가격: (도미토리) 2만~2만5000원 (2인 객실) 6만~8만원
예약문의: 010-8436-8810 / http://cafe.naver.com/gunsannabijam / 전라북도 군산시 구영3길 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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