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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오랫동안 '통제'의 시간이었다.
해방 후 40여 년간 지속돼왔던 야간통행금지 제도가 그러했다.
해가 진 뒤부터 해가 뜨기 전까지는 집회를 금지하는 야간집회금지법 조항도
겨우 5년 전에야 위헌 판결을 받았다.
그런 통제된 시간에 무언가를 '즐긴다'는 것은 그리 떳떳한 일이 아니었다.
'밤문화'라는 말의 어감이 그리 개운치 않은 것도 그래서다.
금지된 시간, 금지된 공간에서 금지된 행위를 하는 것을 떠올리기 십상이다.

하지만 이제 밤문화가 떳떳해지고 있다.
심야 영화관, 야간 개장 놀이공원, 야간 영업 대형마트, 24시간 찜질방 등을 통해
'가족 단위' 밤문화가 확산된 지는 이미 오래됐다.
최근에는 고궁, 미술관, 박물관 등 공공 문화 공간들도 밤까지 문을 여는 추세다.
'유흥'과 '소비'를 벗어나 순수한 밤문화를 즐길 기회가 많아진 것이다.
쉬 잠들기 힘든 여름, 그 어느 때보다 밤문화를 즐기기에 제격이다.
여름밤 즐기는 문화는 어떤 낮보다 찬란하다.

달빛 따라 걷는 고궁 기행

휘영청 보름달이 뜬 6월12일(음력 5월15일) 저녁 8시,
서울 와룡동 창덕궁의 돈화문(敦化門)이 열렸다.
본래 창덕궁 관람 시간은 저녁 6시30분까지.
한번 닫혔던 궁문이 다시 열린 까닭은 '창덕궁 달빛기행' 손님들을 맞이하기 위해서다.

한국문화재보호재단은 매년 4~6월과 8~10월 보름 무렵,
미리 신청한 관람객 100명에게 달빛 아래 창덕궁을 답사할 기회를 제공한다
(한국문화재보호재단 홈페이지 www.chf.or.kr 참조).


(시사IN 조남진) 매년 4~6월과 8~10월 보름 무렵,
미리 신청한 100명에 한해 달빛 아래 창덕궁을 관람할 수 있다.

몰리는 인파로 시끌벅적했던 지난봄 고궁의 야간 개장 행사와는 차원이 다르다.
창덕궁 달빛기행은 매우 조용하고 차분하게 진행된다.
20명씩 한 조를 이룬 관람객에게는 각 조를 맡은 문화해설사의 설명을 들을 수 있는
개인 청취기가 지급된다. 궁궐 내 조명은 최소한으로 줄였다.
관람객들은 이어폰을 통해 해설사가 나지막이 들려주는 궁궐의 비화를 들으며,
청사초롱과 달빛에 기대 궁궐 길을 걸을 수 있다.

고궁에는 '밤이기 때문에' 볼 수 있는 것이 많다.
1908년에 설치됐다는 근정전내 신식 샹들리에가
환하게 불을 밝힌 모습은 낮에 보기 힘든 풍경이다.
각기 다른 모양이 20여 가지에 이른다는 창살 문양도
궐 내부에서 쏘아올린 조명 덕에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발밑에서 사각사각 소리를 내는 마사토(磨沙土·점성이 없는 하얀 흙)는
야심한 시각 임금의 목숨을 노리는 자객의 발소리를 눈치챌 수 있도록 궁궐 바닥에 깐 것'
이라는 해설사의 설명이 한결 더 실감나게 와닿는다.
보름달을 표현해 만든 낙선재의 만월문(滿月門) 사이로 달빛이 비친 모습도 밤에만 볼 수 있다.

경기도 수원의 수원화성에서도 '달빛동행'이라는 이름으로 비슷한 체험을 할 수 있다.
수원문화재단은 6~10월 음력 보름 전후, 회당 100명을 초대해
달빛지기(해설사)의 안내에 따라 화성행궁과 수원화성 성곽길을 답사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수원문화재단 홈페이지 www.swcf.or.kr 참조).
이런 야간 고궁 답사 프로그램은 예매 시작 1분 만에 동이 날 정도로 인기가 높다.
하지만 티켓을 얻지 못한 아쉬움을 달랠 길이 있다.

서울시청 앞 덕수궁은 매일 밤 9시까지 문을 연다.
따로 신청이나 예약을 하지 않아도 들어갈 수 있다.
서울시내 중심에 위치해 높은 건물과 자동차 소음에 둘러싸인 까닭에 고즈넉한 맛은 덜하지만,
어두운 밤 은은한 조명을 받은 궁궐의 모습이 아름답기는 다른 곳과 다를 바 없다.
더구나 낮에는 없던 특별한 전통국악공연도
매주 목요일 7시 덕수궁 정관헌에서 펼쳐진다(9월25일까지).
6월 '울림', 7월 '여름', 8월 '선비', 9월 '향수'라는 주제 아래
비나리, 살풀이춤, 채상소고춤, 서도민요등의 공연이 예정돼 있다
(덕수궁 홈페이지 www.deoksugung.go.kr 참조).

조선 고종 시절, 왕과 다름없었던 흥선대원군의 사저 운현궁(서울 운니동)도
고궁 못지않은 여름밤 자태를 뽐낸다. 운현궁 이로당에서는
7~8월 매주 금요일 저녁 7시부터 9시까지 해금, 판소리, 거문고 등 국악 공연이 벌어진다
(운현궁 홈페이지 www.unhyeongung.or.kr 참조).

한밤중, 박물관이 살아 있다!

매년 5월18일은 세계박물관의 날이다.
이날은 유럽의 많은 도시에서 상당수 박물관들이 밤까지 문을 열고 입장료를 받지 않는다.
노동자들을 위해 문화 공간을 제공한다는 취지로 새벽까지 문을 여는 곳도 있다.

한국은 굳이 박물관의 날이 아니라도 여름밤에 박물관 관람을 즐길 기회가 많다.
몇 해 전부터 각 지역의 국립 박물관들이 특정 요일에 야간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은 매주 수요일·토요일에 박물관 문을 저녁 9시까지 열어둔다.
낮 시간에 비해 호젓하게 박물관을 관람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매주 수요일에는 '큐레이터와의 대화'라는 전시 설명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특별한 신청 절차 없이 현장에서 참여 가능하며,
상세한 프로그램 일정은 국립중앙박물관 홈페이지(www.museum.go.kr)에서 확인하면 된다.

지방에서도 박물관 야간 개장이 활발하다.
인천광역시립박물관(museum.incheon.go.kr)은 매달 마지막 수요일마다
저녁 9시까지 문을 열고 '수상한 박물관'이라는 전시 연계 교육 이벤트를 진행한다.
6월25일에는 7~10세 어린이 동반 가족을 대상으로
불교설화를 바탕으로 한 동화극을 선보이기도 했다.

국립공주박물관은 매주 토요일에 야간 개장과 함께
어린이 뮤지컬, 가족 음악회 같은 특별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국립제주박물관(jeju.museum.go.kr) 역시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은
밤 9시까지 관람 시간을 연장하고 큐레이터 해설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시사IN 변진경)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위)은 매주 수요일·토요일에 밤 9시까지 문을 연다.

밤에 둘러볼 수 있는 미술관도 여럿 있다.
국립현대미술관(www.mmca.go.kr) 과천관이 매주 토요일에,
서울관과 덕수궁관이 매주 수요일·토요일에 밤 9시까지 문을 연다.
과천관과 서울관은 야간 개장 시 기획전시 입장료가 무료다.
서울시립미술관(sema.seoul.go.kr) 서소문본관에서도
매월 2회(첫째·셋째 주 화요일) 밤 10시까지 전시를 관람할 수 있다.

진정한 사파리를 체험하고 싶다면…

한여름 비수기를 맞는 곳 가운데 한 곳이 바로 동물원이다.
내리쬐는 땡볕에 돌아다니는 사람들도 지치고 동물들 역시 기운 없이 늘어져 있기 일쑤다.

하지만 밤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여름밤 동물원을 방문하면 낮보다 훨씬 생생한 관람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동물들의 움직임이 매우 활발하다.
야행성 동물이라 낮에는 대부분의 시간을 굴속이나 그늘 밑에서 웅크리고 자는
사막여우, 산미치광이(호저), 캥거루 등이 분주히 몸을 움직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밤에 보는 호랑이·표범 같은 맹수는 위압감마저 준다.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가 구경하고 동물들은 구석으로 슬금슬금 몸을 숨기는 낮과 달리,
밤의 동물원은 사람은 소심해지고 동물은 대담해진다.
동물들의 번득이는 눈빛과 낮은 울음소리에 원시시대 인류의 공포를 잠시나마 체험할 수 있다.


(시사IN 변진경) 에버랜드, 과천 서울대공원, 대전 오월드 등은
경기도 고양시의 테마동물원 쥬쥬(위)처럼 7월 중순에 야간 개장을 한다.

현재 밤에 문을 여는 동물원은 경기도 용인시의 에버랜드(www.everland.com)와
경기도 고양시의 테마동물원 쥬쥬(www.themezoozoo.or.kr)이다.
과천시 서울대공원(grandpark.seoul.go.kr)과 대전의 오월드(www.oworld.kr)도
7월 중순에 야간 개장을 시작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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