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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바다에 서다..쓸쓸한데 쓸쓸하지 않다

겨울바다는 쓸쓸함 그 자체를 즐기러 가는 곳인지도 모른다. 백도해변의 소라 조형물 뒤로 한 여행객이 휑한 백사장을 걷고 있다. 쓸쓸한데 쓸쓸하지 않다고 했다. 나그네는 공현진 겨울바다를 그렇게 표현했다. 알듯 말듯하다. 겨울바다를 노래한 무수한 시어(詩語)들은 대개 ‘허전·아픔·눈물·그리움·상처·번민’ 따위의 응어리들을 쏟아내고, ‘자유·미지·다짐·희망’의 기대감을 주워 담는다. 딱히 그러리라는 보장이 없는데도 찬바람 맞으며 꾸역꾸역 겨울바다를 찾는 이유도 그 때문이리라. 동해안 최북단 강원 고성의 겨울바다를 다녀왔다. 망망대해만 있을 것 같지만 7번 국도를 들락날락하며 형성된 고성의 해변과 포구는 대부분 고만고만하다. 차마 즐기라고 권할 게 못 되는, 시린 가슴 위로하고 어루만져 줄 겨울바다 하나쯤은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금강산이 손에 잡힐 듯, 고성 통일전망대

고성 통일전망대에서 본 북한 금강산 끝자락 구선봉. 바로 앞 작은 섬 송도는 남한 땅이다. 분단은 마음 속에만 있을 뿐, 경계선 없는 바다는 자연스레 연결돼 있다. 분단은 마음 속에만 있을 뿐, 경계선 없는 바다는 자연스레 연결돼 있다. 고성 겨울바다 여행은 동해 최북단 통일전망대에서 시작한다. 휴전선이 코앞인 건 마찬가지지만 서부지역에 비해 긴장감과 이질감이 덜하다. 파주와 강화 통일전망대에서 남북은 임진강과 한강으로 분명하게 갈리지만 이곳에선 안내지도를 보지 않으면 경계가 명확하지 않다. 땅도 바다도 연결이 자연스럽다. 분단은 이념과 체제, 증오와 갈등의 마음속에만 있을 뿐이다. 바닷가로 살짝 튀어나온 야외전망대에 서면 해금강으로 길게 이어지는 구선봉이 손에 잡힐 듯하다. 북한땅이 이렇게 가까웠나 싶다. 구선봉 바로 앞 송도를 기점으로 위쪽이 북한땅이다. 육지 방향으로 눈을 돌리면 한국전쟁 당시 격전지였던 월비산과 351고지 능선 왼편으로 금강산의 윤곽이 또렷하다. 신선대·옥녀봉·세존봉 등 한번쯤 들어 봤을 내금강 봉우리들도 마음보다 멀지 않은 거리다. 개별적으로 통일전망대에 가려면 차량이 필수다. 전망대 앞 10km 지점 통일안보공원에서 신청서를 접수하고 8분 분량 안보교육 영상을 시청한 후, 개인차량을 이용해 30분 간격으로 동시 출발한다. 이어 최북단 마을 명파리 민통선 검문소에서 차량출입증을 받아야 모든 절차가 끝난다. 나올 때는 검문소에 출입증만 반납하면 된다. 겨울철에는 오후 3시 50분전까지 안보공원에 도착해야 전망대까지 들어갈 수 있다.

바다와 연결된 호수, 화진포에서 맺은 사랑

화진포 해변의 거북 조형물. 뒤편 금구도가 광개토대왕의 무덤이라는 설이 있어 고성군은 고증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화진포 해변의 거북 조형물. 뒤편 금구도가 광개토대왕의 무덤이라는 설이 있어 고성군은 고증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여행객들이 화진포 해변에서 겨울바람을 즐기고 있다 여행객들이 화진포 해변에서 겨울바람을 즐기고 있다 갈매기 떼가 화진포 해변과 호수를 오가며 날고 있다. 동해안 민통선 안 최북단 마을 명파리에서 화진포까지는 해안도로로 연결된다. 이름부터 ‘맑은 파도’명파리에서 한 굽이 돌면 바로 대진항이다. 대진항은 통일전망대 관람을 마친 여행객들이 식사를 하기 위해 많이 찾는 곳이라 고성의 다른 포구에 비하면 제법 붐비는 곳이다. 통일전망대까지 가 볼 수 없다면 대진항 북측 대진등대에서도 멀리서나마 북한 해금강을 볼 수 있다. 대진항과 뒤편 산기슭으로 올망졸망 연결된 마을도 한눈에 들어온다. 등대는 낮 시간(오후 5시까지) 동안 개방하고 있어 꼭대기까지 올라갈 수 있다. 대진항에서 화진포로 이어지는 해안선 모퉁이에 아담하고 소박한 초도항이자리잡고 있다. 도로 바로 아래 작은 포구여서 일부러 찾지 않으면 지나치기 쉽다. 방파제에 나란히 세운 해녀상과 성게상이 여행객을 반긴다. 지금도 초도항과 대진항을 중심으로 50여명의 해녀들이 활동하고 있다. 두 동상 사이에 ‘화진포에서 맺은 사랑’노래비가 있는데, 초록색 버튼을 누르면 1960년대 인기를 끌었다는 이시스터즈의 노래가 포구에 가득 울려 퍼진다. 단순한 멜로디에 낭랑한 노랫소리가 파도처럼 찰랑댄다. 화진포는 초도항 바로 아래. 실제 포구는 없고 해변과 호수로 이루어진 유원지다. 모래톱에 갇힌 바다, 석호(潟湖)를 아우르는 지명이기도 하다. 해변과 폭 200~300m의 가느다란 육지로 분리된 화진포 호수는 16km 둘레에 산책길이 조성된 동해안 최대 자연호수다. 해안 남쪽 응봉에 오르면 호수와 바다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겨울철새들이 많이 찾는 곳인데, 올 겨울은 파도에 밀리듯 해안과 호수를 오가는 갈매기 떼의 군무가 장관이다. 해변에서부터 응봉 정상까지는 약1.5km, 울창한 금강소나무 사이로 바다가 보이는 산책길이다. 응봉 정상 안내판은 ‘화진포 남쪽에 있는 매를 닮은 큰 봉우리’라지만 실제는 해발 200m가 조금 넘는다. 이승만 별장은 2면이 유리창이어서 화진포 풍경이 고스란히 내부로 들어온다. 솔숲 끝자락에 자리잡은 이기붕 별장. 김일성 별장은 해안절벽에 자리잡고 있다. 화진포가 널리 알려진 건 빼어난 경치에 기댄 근·현대사의 흔적을 품은 때문이기도 하다. 이승만과 김일성, 그리고 이기붕 별장이 해안과 호숫가에 각각 자리잡고 있다. 김일성 별장은 응봉 산책로 초입, 해안 절벽 솔숲에 자리잡았다. 1938년 외국인 선교사 휴양촌의 예배당으로 만들어진 건물은 1948년 이후 북한의 귀빈숙소로 사용되었고, 김일성 일가도 묵은 적이 있어 ‘김일성 별장’으로 더 알려졌다. 안내책자에는 ‘화진포의 성’으로 표기하고 있다. 이승만 별장은 호수 쪽에 자리잡고 있다. 방과 집무실, 응접실이 각각 하나인 소박한 건물이지만, 응접실은 2면이 넓은 유리창이어서 호수 풍경으로 가득 찬다. 별장 뒤편 건물은 기념관으로 꾸몄다. 건물 외형만 본다면 이승만 정권말기 부통령을 지낸 이기붕의 별장이 더 짜임새 있어 보인다. 이승만 별장과는 호수를 두고 마주보고 있다.

생기 넘치는 가진항, 일출 명소 공현진 해변

겨울 고성 앞바다는 도치가 제철이다. 가진항에서 해풍에 도치를 말리는 모습. 3일 정도 말려 꼬들꼬들해진 도치는 석쇠에 구워 먹는다. 화진포에서 7번 국도를 따라 약 17km 내려오다 가진교차로에서 해안도로로 들어서면 가진항이다. 어감부터 고성에서 가장 큰 거진항과 대비된다. 항구는 마을과 좀 떨어져 있다. 추가 시설이 필요하지 않을 만큼 포구로서의 조건을 잘 갖췄지만, 마을이 들어설 공간은 부족하기 때문이다. 작은 포구지만 30여 척의 어선이 매일 바다에서 부려 놓는 각종 해산물로 풍성한 아침을 맞는다. 2월까지는 도치가 제철이다. 이후에는 뼈가 생겨 더 이상 잡지 않는다. 물 풍선처럼 동글동글한 못난이 생선 도치는 요즘 잔뜩 알을 품고 있어 인근 식당도 덩달아 도치알탕이 주요메뉴다. 어부는 새벽바람을 눅이려 피워놓은 장작불에 도치를 굽는다. 3일 정도 해풍에 말려 꼬들꼬들해진 것을 판매하는데, 코끝을 자극하는‘장작불 맛’도치는 아무래도 이곳에서만 가능할 듯 하다. 공현진 해변에서 찬바람 속에 일출을 기다리는 여행객. 옵바위 사이로 해가 떠올라 고성의 일출명소로 꼽힌다. 동이 틀 무렵이면 갈매기 떼가 군무를 펼친다. 가진항 바로 건너편은 고성의 일출 명소 공현진 해변이다. 고성군에서 새해 해맞이 행사를 하는 곳은 화진포지만 지역 주민들은 이곳을 제일로 친다. 아담한 해안 아래쪽 방파제 끝에서 연결된 ‘옵바위’(5개의 바위에서 유래된 이름이다) 사이로 해가 솟는다. 백사장 부근에서 파도를 타던 갈매기 떼가 동이 틀 무렵이면 몇 번이고 날아올라 일출을 맞는 장면이 장관이다. 밤샘 작업을 마치고 포구로 돌아오는 어선이라도 걸리면 풍경은 금상첨화다.

쓸쓸함 달래는 백도해변과 작은 금강산 능파대

백도 해변의 문어 조형물. 한 여행객이 텅 빈 해변을 거닐고 있다. 공현진부터는 한동안 7번 국도로 나가지 않고 해안도로를 따라 내려갈 수 있다. 오토캠핑장이 조성된 송지호와 봉수대 해수욕장을 지나면 백도해변에 닿는다. 다른 해수욕장과 달리 모래 위에 목재 데크 산책로를 깔았다. 남녀가 몸을 맞붙이고 체온을 나누는 조각상을 비롯해 문어, 소라, 조개 조형물도 설치했다. 그 때문에 휑한 겨울바다가 조금은 덜 쓸쓸해 보인다. 파도에 깎여 기암괴석을 이룬 능파대 부분부분 떼서 보면 작은 금강산이라 불러도 좋을 듯하다. 일부 구간은 바닷가까지 산책로를 정비했다. 바로 아래 문암2리 포구에는 파도가 만든 바위 절경 능파대가 숨어있다. 실제 숨어 있지는 않지만 절경에 비해 찾는 이가 많지 않다는 뜻이다. 능파(凌波)는 파도 위를 걷는 것 같다는 뜻으로 여인의 아름다운 걸음걸이를 비유하는 말이다. 얇은 파도에 찰랑이는 수준에서부터 풍랑이 몰아치면 다다를 높이까지 고만고만한 해안바위다. 그러나 부분부분을 떼어서 보면 작은 금강산이라 불러도 좋을 만큼 기암괴석으로 어우러져 있다. 억겁이라는 표현이 꼭 들어맞을 정도로 1억년 넘는 시간 동안 단단한 화강암을 깎고 틈을 벌리고 구멍을 낸, 파도와 염분과 바람이 만든 조각품이다. 능파대 끝자락 너른 바위에 앉아 바다 반대편으로 눈을 돌리면 해안선을 따라온 금강산 줄기가 어느새 설악산으로 변해 있다. 울산바위의 또렷한 능선이 웅장하고도 푸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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