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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 상정바위산, 작은골~갈림길~전망대~큰골

전망대에서 바라본 한반도 지형. 조양강이 바다처럼 한반도를 감싸고 장등산 능선이 백두대간처럼 등줄기에 뻗어있다.

길게 엎드린 등줄기엔 살 한 점 없어 뼈 위에 가죽 하나 덮어놓은 듯하다. 굵은 주름이 줄줄이 드리웠다. 거기에 털갈이 하는 짐승마냥 칙칙한 털마저 뭉텅뭉텅 빠졌다. 참으로 볼품없는 것이 눈조차 없는 겨울 산 아닐까. 그런데 왜 난 숨을 헐떡이면서도 오르고 있나. 헐벗었으니 둥글둥글 산의 결을 고스란히 볼 수 있다. 뭉텅뭉텅 비었기에 소나무 가는 잎이 무성하다고 느껴진다. 눈이 없어 툭 튀어나온 돌부리도, 나무뿌리도, 이끼도 발끝으로 느껴진다. 피톤치드를 뿜을 잎도 다 떨어뜨렸는데 콧구멍이 뻥 뚫리는 상쾌함이 있으니까 마음껏 숨을 헐떡여도 좋은 거겠지. 발딱 선 등산로에 호흡이 가빠

작은골 등산로도 초반부터 오르막이 가파르다.

'정선아리랑' 애정편 중 ‘앞 남산 딱따구리는 생구멍도 뚫는데 우리집의 저 멍텅구리는 뚫어진 구멍도 못 뚫네’라는 가사에 나오는 남산이 ‘상정바위산’이라는 얘기가 있다. 정선아리랑의 발상지인 아우라지에서 바라보면 남쪽에 위치한 산이기 때문이다. 노골적인 가사가 그 때나 지금이나 사람 생활이란 별로 다를 게 없구나 싶어 피식 웃음이 난다. 정선에는 가리왕산, 민둥산, 함백산, 백운산 등 겨울 대표 눈산행지로 이름을 떨치는 명산이 많다. 그런데 올 겨울은 강원도에 유래 없는 가뭄이라 눈꽃 산행은 애초에 글렀다. 대신 정선 주민으로부터 한반도 지형을 볼 수 있다는 상정바위산(1006.2m)을 추천받았다. 조양강이 덕송리 월천마을을 감싸고도는 모습이 삼면을 바다로 둔 한반도의 형상이라는 것이다. 산행 시간도 3시간, 늦어도 4시간이면 충분하단다. 정선 주민 이교일 김두석씨가 동행으로 나섰다. 정선읍 덕송리 덕선교를 지나 작은골로 나아가면 상정바위산 등산지도가 세워진 작은골 등산로를 만난다. 등산로는 산을 넘어 고양리로 내려서지 않는다면 작은골이나 큰골 들머리를 선택해 정상에 갔다가 다시 덕송리로 내려오는 코스다. 초반부터 오르막이 발딱 서 있어 종아리 근육도 덩달아 팽팽하게 일어난다. 물기가 없이 바짝 마른 흙더미가 부스스 흘러내리는데 잘 마른 낙엽까지 가세해 발이 쭉쭉 미끄러진다. 산 사면을 지그재그로 오르도록 한 등산로인데 사람의 발길이 그리 많지 않다. 한반도 지형이 알려지기 시작한 것이 오래 되지 않았고 그 전에는 찾던 이들이 많이 않았던 탓이다. 오지 산행에 온 듯한 느낌도 든다. 헐떡헐떡 숨을 몰아쉬면서 아차 싶다. 2시간이면 정상에 닿는다는데 3km 남짓한 짧은 등산 거리에 해발고도를 600m 넘게 높이는 셈이니 이런 급경사가 줄곧 이어지겠구나하는 생각이 뒤늦게 들었다. 김두석씨가 '가리왕산보다 낮은데 등산로가 더 힘든 것 같다'란 탄식을 한다. 정선의 많고 많은 산 중에서 제대로 걸린 듯 했다. 여우 피하려다 호랑이 만난다고 역시 산은 단순히 높이만 따질 것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는다. 하지만 힘들면 속도를 늦추면 될 일이다. 곳곳에 쉬어가라는 듯 벤치가 놓여있다. 앞쪽에 조망이 트이는 곳도 있고 가린 곳도 있다. 능선에 올라붙으면 등 뒤로 조양강이 슬쩍 보인다. 백두대간 굴곡마저 그럴듯한 한반도 전국에 한파주의보가 내려졌다는데 바람 한 점 없는 남쪽 능선이라 그런지 햇살이 포근한 것이 영락없는 봄날이다. 등산하기에 춥지도 덥지도 않는 좋은 날씨다. 능선에 올라서도 바짝 약 오른 듯 선 오르막은 그칠 줄 몰라 땀을 쏟는다. 이름은 상정바위산인데 암릉이 드러난 산은 아니고, 등산로에 돌부리가 툭툭 불거져 발에 채일 정도다. 이교일씨가 '군생활 때 위장풀로 많이 썼다'는 머리카락풀이 등산로 주위에 흔하다.

등산로에서 만난 나무가 멋진 곡선을 뽐내고 있다.

도중에 단을 쌓듯 납작돌 무더기를 지나 상정바위 등산로(정상 40분 소요)라는 팻말 쉼터를 만나면 앞쪽에 시야가 좀 트인다. 한반도 지형에서 경상남도쯤이 보인다. 다시 오르막을 올라 산꼭대기인가 싶으면 눈앞으로 능선너머 산꼭대기가 보인다. 큰골로 내려가는 갈림길과 만나고 이런 식으로 2번쯤 속다보면 늘씬한 소나무숲을 지나고 잠시 경사가 잦아든다. 낙엽이 수북이 쌓인 넓은 지대라 등산로가 갑자기 사라지는 것 같다. 앞쪽으로 나아가면 희미한 길이 보인다. '저거 겨우살이네' 키가 삐쭉 큰 나무에 꽃다발처럼 매달린 겨우살이를 발견한 김두석씨가 채취에 나섰다. 쳐다만 봤을 때는 그리 높아 보이지 않았는데 사람이 붙으니 5m는 되는 듯한 높이다. 김두석씨는 나무를 좀 타봤는지 눈 깜짝할 새 올라 겨우살이를 떼 내더니 오를 때와 마찬가지로 거침없이 내려온다. 원숭이 부럽지 않은 재주다. 아직도 눈앞에 볼록볼록 솟은 봉오리가 보여 한숨이 나올 즈음 고개를 우측으로 돌리니 전망대가 불쑥 나타났다. 드디어 한반도 지형이 온전히 볼 수 있다. 앞쪽에 능선 하나가 시야를 가려 남해가 안보이지만 호랑이 같기도 하고, 토끼 같기도 하는 한반도의 모습이 보인다. 장등산 능선이 백두대간처럼 뻗어 굴곡마저도 그럴듯하다. 북쪽의 42번 국도는 중국과의 국경선 같다. 한반도 지형하면 영월 선암마을이 유명하지만 닮은꼴의 섬세함으로 비교하자면 이곳이 더 우세하다. 이교일씨가 '저 휘두르는 물이 조양강인데, 사실 동강의 상류인데 솔치재 위로 정선 쪽은 조양강이라고 부르고 영월 쪽부터는 동강이라고 이름을 달리 부른다'고 알려준다. 어쩜 강이 저렇게 우아하게 휘몰아 흐를까. 한반도 지형도 신기하지만 조양강의 곡선은 몹시 아름답다.

큰골 하산길에서 만난 한반도지형. 한결 가깝게 잘 보인다.

쓸려 내려온 하산길, 끝까지 매운 맛 보여줘 정상석이 세워진 정상까지는 전망대에서 30분가량 더 가야 한다. 하지만 한반도 지형 조망이 목적이었던 터라 일행은 하산을 결정한다. 왔던 길을 모조리 되짚기가 지루할 듯 해 갈림길에서 큰골로 하산 방향을 잡는다. 그리고 3분 만에 후회했다. 아니 안도했다. 큰골로 올라오지 않은 것을. 이쪽 능선은 좌우가 사정없이 깎인 칼날 능선인데다 오를 때보다 더 가팔랐다. 설치된 굵은 동아줄을 붙잡지 않고서는 내려서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카메라는 일찌감치 목에 걸어 등 뒤로 넘겨버렸다. 발을 잘 못 디딘다면 데굴데굴 굴러 골짜기에 처박히는 것으로 하산을 완료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누구나 할 것 없이 동아줄을 생명줄 마냥 부여잡았다. 도중에 잠깐 시야가 트인 곳에서 남해를 드러낸 한반도 지형을 좀 더 가까이 내려다 볼 수 있었던 것이 작은 위안이랄까. 방향 안내판에는 제1전망대가 있다고 안내했으나 어찌된 일인지 하산 도중에 발견하지 못 했다. 우리는 비탈길을 흘러내리는 흙과 낙엽인양 중력에 순응하며 쓸려 내려왔다. 능선에서 벗어나 물이 마른 계곡을 따라 저 밑 임도가 보이자 다들 작게 숨을 내쉬었다. 햇살은 여전히 포근했고, 시공간이 멈춘 듯 주위는 평화롭게 고요했고, 나방 같은 마른 잎을 단 나무는 햇빛을 받아 작은 전구를 켜놓은 듯 반짝거리고 있었다.

상정바위산을 함께 오른 정선 주민 이교일 김두석씨.

Information 정선 상정바위산(1006.2m) 강원도 정선군 북평면 문곡리에 위치한 산으로 정상에 서면 한반도 지형의 덕송리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인다. 작은골 들머리와 큰골 들머리 등산로가 두 곳 나 있지만 중턱에서 하나의 등산로로 합쳐진다. 큰골 등산로에 비해 작은골 등산로가 조금 더 길고 완만하다. 어느 길을 선택하든 경사가 급한 오르막이 꾸준히 이어지지만 3km가 채 못 되기 때문에 정상까지 2시간이면 넉넉하다. 정상에서 고양리로 내려서는 길은 1시간 20분 정도 걸린다. 안내판이 있지만 먼저 다녀간 등산객의 리본이 길잡이에 유용하다. 정상 전에 만나는 전망대에서도 한반도 지형을 잘 볼 수 있다. 한반도 지형하면 영월 선암마을이 유명하지만 닮은꼴로 비교하자면 이곳이 더 우세하다. 바다처럼 한반도를 감싼 조양강과 42번 국도가 국경을 그대로 빚어냈고 장등산 능선이 백두대간처럼 등줄기에 뻗어있다. 교통 대중교통으로 들머리까지 이동하기 불편하다. 정선 시내버스터미널(033-562-9265)에서 문곡리·남평리 버스를 타서 문곡2반 정류장에서 하차한다. 45분정도 걸리며 하차 후 작은골까지 20분 도보로 이동해야 한다. 택시를 이용하면 1만4000원 정도 요금이 나온다. 자가용을 이용한다면 ‘추억의조양강’을 검색하면 된다. 먹거리

정선읍 동박골 곤드레나물돌솥밥.

동박골 곤드레나물밥

곤드레를 얹어 지은 밥에 양념장을 넣고 싹싹 비벼 먹는 곤드레나물밥은 정선 지역에서 보릿고개에 곤드레로 죽을 쑤어 먹던 것에서 유래한 음식이다. 곡식이 없어 어쩔 수 없이 먹던 곤드레밥이지만 지금은 단백질, 칼슘, 비타민 A 등이 풍부한 착한 먹거리로 각광받고 있다. 돌솥밥으로 곤드레나물밥을 내는 정선읍 동박골식당(033-563-2211)은 현지인들도 추천하는 곳이다. 가격은 7~8천원. - 김난 / emountai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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