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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창포구 달량진성에 서다

남쪽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아직은 차갑다. 금방 봄바람이 실려 올 것 같은 남도 땅끝 해남, 바다와 육지가 만나는 포구에서 봄을 기다리며 간 곳은 남창포구였다. 한반도의 가장 남쪽 끝 해남에서 완도를 가기 위해서는 남창포구를 지나야 한다. 지금은 포구라고 할 것도 없지만 섬과 육지의 가교 역할을 하고 있는 곳이다. ▲ 완도로 가는 들머리의 남창포구. 남창포구는 완도와 육지를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해주는 포구로 달량진이 설치되었던 곳이다. 완도를 비롯 멀리 서남해의 섬에서 육지로 들어오는 들머리다. 이 작은 포구에서 옛 역사의 흔적을 찾아보는 것은 여행에서 맛보는 새로운 발견이다. 서남해 연안의 포구들에서는 지난 역사의 흔적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해안 방어의 성격을 지닌 진(鎭)과 영(營)이 포구를 거점으로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들 대부분은 왜구들의 침략을 방어하기 위해 설치된 것이다. 고려말 조선초에 걸쳐 왜구들의 침략이 수없이 이어지다 1592년 결국 '임진왜란'이 발발한다. 조선 오백년을 통해 가장 큰 역사적 사건이었다. 임진왜란은 조선시대사와 사회, 경제생활 등이 이 전란을 기점으로 구분되는 것을 보면 우리 역사에 미친 영향이 얼마나 큰 것이었는지 알 수 있다. 임진왜란이 터지기 전 이 전쟁의 전초전과도 같은 변란이 먼저 발생한 곳이 남창포구 달량진이다. 서남해안의 주요 요지에는 진이 설치었다. 달량진은 조선초 영암군에 속하였다. 이로인해 전라좌도 관내의 내례(內禮), 돌산(突山), 어란(於蘭)등과 함께 만호가 배치되었으나, 1440년(세종22) 우수영이 해남에 설치되면서 우수영의 관할이 되었다. 달량진성의 축성은 성종대 해안방어를 위해 여러 고을에 축조하였던 해방축조(海防築造)와 때를 같이 한 것으로 보고 있다. ▲ 남창포구 동쪽 해안의 달량진성 남해안의 왜적을 방어하기 위해 설치된 진성이다. 남쪽의 교통요지 남창 포구 갯내음이 실려오는 바닷바람이 차갑지만 그래도 남쪽바다라는 느낌 때문인지 코끝에는 따스함이 느껴진다. 남창 포구는 부둣가에 묶여 있는 배 몇 척이 포구라는 것을 느끼게 해줄 뿐 고깃배들이 들락거리는 포구의 분위기는 아니다. 갯벌을 드러낸 바다에서는 파래를 채취하는 동네 아주머니들의 손길만 바쁘다. 남창은 완도로 가는 길목에서 송지 땅끝 방면과 강진 방면으로 가는 교통의 요지 역할을 하고 있다. 5일장에 서는 수산시장이 최근 새롭게 정비되어 다시 활력을 찾고 있기는 하지만 포구의 쇠락과 함께 '허망한 남창장'이라 불린 곳이다. 장은 클 것 같지만 막상 장이 서면 사람이 별로 없어 오전을 채 넘기지 못하고 파장을 한 데서 나온 말이다. 시골 면소재지인 남창 거리에는 풍년농약사, 장터국밥, 호박다방과 같은 상점들이 도로를 사이에 두고 오밀조밀 모여 있다. 농협과 면사무소, 경찰서 등의 관공서가 들어서 있는 제법 큰 동네다. ▲ 남창포구의 거리 모습 상가들이 도로변으로 오밀조밀 모여있는 꽤 큰 포구 마을이다. 달량진성과 해월루 남창 마을의 동쪽 해안 쪽으로 가면 옛 달량진 성의 흔적들을 만날 수 있다. 성벽들이 복원되어 있어 성벽의 해안길을 따라 걸어 볼 수 있다. 해안 쪽으로는 데크 길이 새롭게 정비되어 있어 산책을 하기에도 좋다. 이곳에서는 멀리 남쪽으로 완도의 주봉인 상왕산, 육지 쪽으로는 넘어서지 못할 거대한 성벽 같은 두륜산이 버티고 서 있다. 바다와 육지의 경관이 한눈에 펼쳐진 아름다운 경관을 맞이하다 보면 당시 왜구들의 침략을 방어하기 위해 치열하게 맞섰던 현장이라는 것이 실감나지 않는다. 달량진에서 벌어진 을묘왜변에서부터 임진왜란, 정유재란을 거쳐 지속되었던 오랜 전란 동안 이곳의 민초들이 겪었을 고난을 생각해 보면 시큰한 겨울바람처럼 가슴이 아려져 온다 해안 데크를 따라 남쪽으로 걷다보면 선창가 쪽에서 해월루(海月樓)를 만날 수 있다. 해월루는 달 밝은 밤 앞 바다에 비친 달의 아름다움을 담아 지은 듯하다. 해월루라는 정자는 여러 곳에 있지만 바다에 비친 달을 가장 멋지게 감상할 수 있는 곳은 아마 이곳 남창 포구의 해월루가 아닐까 싶다. 해월루에 오르면 잔잔한 바다 넘어로 멀리 완도의 섬이 눈앞에 다가와 있다. 바다지만 호수와도 같은 앞 바다의 풍경이 더없이 아름다울 수밖에 없는 곳이다. ▲ 복원된 해월루 최근 팔작지붕의 기와집으로 복원되어 있다. 해월루는 그동안 위치만 전해져 오다 지난 2015년 팔작지붕의 기와집으로 복원되었다. 조금 아쉬운 생각이 드는 것은 건축물을 정자형의 누각으로 복원했다면 누각 마루에 앉아 바다를 내려다보며 마음을 힐링하고 역사의 시간을 되새겨 볼 수 있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문화재 복원도 때론 현실적 쓰임을 생각할 때 훨씬 우리에게 더 가까이서 그 의미를 느끼게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해월루는 달량진의 책임자 수군만호가 머물렀던 곳으로 수군의 정박 장소이자, 적의 동태를 살펴볼 수 있는 망루 역할까지도 했을 듯한 위치에 있다. 가장 남쪽에 위치하는 포구의 특성상 제주와 육지를 오가는 관리들이 순풍을 기다리며 머물던 객사의 역할도 하였다고 한다. 임진왜란 전초전 달량진 사변 임진왜란의 전운이 점점 다가오는 무렵인 1555년(명종10년) 5월, 70여 척으로 이루어진 선단의 왜구가 물밀 듯이 이곳 달량진을 향해 밀려들었다. 달량진사변(을묘왜변)은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37년 전인 1555년 왜구들이 이곳 달량진을 향해 쳐들어오면서 시작된다. 이들은 일본 대마도에 근거를 둔 해적들로 왜구들은 달량진을 함락하고 진격을 거듭하여 장흥부사 한온(韓蘊)과 강진병영의 병마절도사 원적(元積)을 죽이고 영암군수 이덕견(李德堅)을 사로잡아 갔다. 그리고 어란진과 진도의 금갑진도 짓밟아 살인과 약탈을 거듭하였다. 이에 놀란 조정에서는 호조판서 이준경(李浚慶)을 도순찰사, 김경석(金景錫) 남치훈(南致勳)을 방어사(防禦使)로 임명, 전주부윤 이윤경과 함께 왜적을 퇴치하여 겨우 난을 끝낼 수 있었다. 이 왜변은 조정에 큰 충격을 주었던 사건으로 달량진사변 후 왜구의 침략에 대비하기 위해 이곳에는 더 안전하고 튼튼한 진성을 구축하게 된다. 그리고 인근 이진에 이진진(梨津鎭)을 설치하게 됨에 따라 달량진은 폐진(廢鎭)의 운명을 맞게 되는 것이다 ▲ 달량진성 성벽 최근 복원된 달량진성 성벽 넘어의 풍경도 매우 아름답다. 달량진 사변 당시 상황을 기록에서 찾아볼 수 있는 것이 <미암일기>다. <미암일기>에는 미암의 누이 남편인 매형 오천령이 왜변에 참전하여 전사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변란의 와중에 누이는 홀로 과부가 되고 만다. 미암은 중앙의 관직에 있을 때 과부가 된 해남의 누이 안부를 수시로 묻는다. 그리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인편을 통해 식량 거리와 같은 선물을 수시로 보낸다. 미암 유희춘은 이곳 해남에서 낳고 자란 인물로 변란의 상흔이 그의 가족사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포구는 들숨과 날숨 같다. 떠남과 돌아옴이 반복되며 오랜 시간동안 그렇게 생명을 이어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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