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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안은 판타지다. 진안읍내로 들어서면 말의 귀처럼 쫑긋 솟은
암마이봉과 수마이봉이 비현실적인 자태로 방문객의 눈 속에 자리 잡는다.
고만고만한 풍경 속에 CG 처럼 우뚝 솟은
마이산 봉우리가 현실과 판타지의 경계를 허물어버린다.

현실의 자동차는 논밭 옆을 달려 두 봉우리로 달려가는데,
두 눈에 들어오는 건 해안 어드메에 있는 절벽이다.
마이산 탑사에 들어서면 판타지는 정점을 찍는다.
기하학적인 동시에 규칙적으로 배치된 돌탑들은 이미 현실의 테두리 밖에 솟아 있다.


해질녘 바라본 마이산 부부봉. 보는 각도에 따라 판이하게 다른 모습으로 위용을 드러낸다.


마이산 탑사에서 아래를 내려다본 풍경.

탑을 쌓아올린 이갑룡 처사의 이야기는
도교와 풍수지리 민속신앙과 함께 버무려져 도처에 둥둥 떠다닌다.
물론 100여 년의 시간 동안 흔들림 없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돌탑은, 현실 위에 서 있다.

진안의 판타지는 민중을 이야기해야 맞다. 그러나
무진장 산골에서 나고 자라고 묻히는 팍팍한 일상은 판타지를 허용하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아이러니하게도 진안에서 회자되는 이야기들은 자신을 향하지 않는다.
오히려 비현실적으로 높은 곳에 위치한 절대 권력자 왕을 향한다.

마이산의 원래 지명이 속금산, 즉 금으로 만든 자를 묶은 형상의 산이었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금으로 만들어진 자를 가진다는 것은 왕좌에 오름을 뜻하는데
이 같은 이야기들은 태조 이성계와 얽혀 지금까지도 야사로 이어지고 있다.
이성계가 씨를 심었다고 전해지는, 600년을 산 은수사 청실배나무는 진실을 알고 있을까.


마이산은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진안의 진짜 판타지는 어디에 있을까.
이런 질문은 '진짜'와 '판타지'가 만날 수 없으므로 모순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현실 없이 상상도 없고 상상력 없는 현실은 생기를 잃기 마련이다.
그러니 질문을 달리 해보자. 진안의 판타지는 어디서 비롯되는 것일까.
현란한 미사여구로 꾸며진 이야기들은 잠시 뒤로 미루고
순수함을 잃지 않은 원형을 찾아보면 해답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이성계가 씨앗을 심었다고 전해지는 은수사 청실배나무.


진안의 밤하늘. 셀 수 없이 많은 별이 빛난다. 사진 채동우 기자.

바로 섬진강의 발원지로 알려진 데미샘이다.
이곳에서 시작된 물길은 218.6km를 내달려 바다에 이른다.
낮은 곳으로 모여 흐르는 물은 민중의 이야기를 담고 흐른다.
무진장 산골 진안은 도시보다 일찍 불을 밝히고 일찍 불을 끈다.
세상이 깜깜한 어둠에 잠기면 그제야 진짜 판타지가 빛나기 시작한다.
진안 사람들이 꾸는 꿈은 무수한 별이 되어 빛난다.

- 월간 아웃도어 글 채동우 기자 | 사진 김해진 기자 / eastrain@outdoo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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