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숙(30회) - 이선외 '우리가 뿔을 가졌을때' 시집출간

by 사무처 posted Jul 06,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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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외 시인의 시집 『우리가 뿔을 가졌을 때』가 천년의시 0108번으로 출간되었다. 이선외 시인은 1983년 『시문학』으로 등단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고, 한국초현실주의문학예술연구회 〈雅屍體〉 동인으로서 초현실주의의 미학을 개인적인 저항의 표현 양식으로 받아들여 독자적인 시적 성취를 일구어냈다. 이번 시집은 기존의 체제에 대한 근본적인 환멸과 부정으로부터 출발하며, 이는 언어의 전복과 반발이라는 특성으로 작품에 고스란히 반영된다. 가령 미지의 대상과 소통을 시도하거나 독백의 형식을 띤 무의식적 진술에는 기존의 체제와 질서에 저항하는 예리하고 은밀한 함의가 숨겨져 있다. 요컨대 이선외의 시는 현실에서 출발하지만, 현실을 부정함으로써 초현실적 합일에 이르는 시적 성과를 일구어낸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점은 시인이 이성과 합리성에 기반한, 남성중심주의가 구축한 위계질서에 저항하며 그로부터 억압과 희생을 강요받아 왔던 존재들을 일찍부터 다루어왔다는 것이다.
해설을 쓴 조동범 시인의 말처럼 이선외의 시는 “한국에 만연해 있던 가부장적이고 전제적인 권위에 저항하는 근원적 부정을 통한 미학적 합일의 세계를 지향하고 있”음은 물론, 이를 통해 “한국의 페미니즘 시운동의 성취”를 앞서 보여 주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선외 시인이 80년대에 발표한 시편들에는 그 시대에 여성으로서의 한계와 그에 대한 우울한 절규와 호소가 깃들어 있으며, 기득권이 쌓아 올린 요지부동의 질서에 대한 조롱과 빈정거림이 문학적으로 잘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는 지금까지 이어져 오면서 시인의 시 세계를 견고하게 지탱하는 구심점이 되어주고 있다. 이처럼 “새로운 세계의 싹을 틔우기 위한 씨앗으로서의 초현실적 이미지들”이 “시한폭탄처럼 내제되어 있”는 것은 이선외 시에서 필수 불가결한 요소라 할 수 있으며, “반항의 작은 불꽃과 뿔을 가진 젊은 시인”의 “빛나는 꿈”이 여전히 유효한 까닭은 그의 시가 시대의 불의에 타협하지 않고 늘 그것과 맞서 싸워왔기 때문이다.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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