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우리네 순한 민족 원래 그러하듯
나 피었다고 자랑도 하지 않고
박수근의 ‘빨래터’ 아낙네마냥
수더분하게 피었습니다
아내에게 매일 고맙다는 말하지
않아도 미안해하지 않듯이
우리 곁에 핀 꽃을 흘낏 무심하게 보다가
문득 발걸음을 멈췄습니다
거기엔 사람들이 눈여겨 보거나 말거나
분홍색 ‘섬세한 아름다움’으로
자기를 피워낸 꽃이 있었습니다
일가를 이루고 피었습니다
젊어서는 클림트의 ‘키스’처럼
금빛 화려한 게 좋더니만
나이가 들어 근원을 살피다보니
소박한 게 좋아집니다
만만하게 다가가서 혼잣말 건넬 수 있는
무궁화꽃이 좋아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