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회 이강선 - 시 '사랑이어라'

by 사무처 posted Mar 03,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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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어라>

 

                    이강선

 

아직도 며느리 가슴에
뽑히지 않은 대못이
녹슨 채 남아있습니다 .
  
아들 며느리 딸 사위
생일 기억하고
미역국 끓여 먹어라.
넌즈시 주시는 오만원 짜리 두장.

아들들도 헷갈려 기억못하는
어디 땅 몇평 누구 꺼
누가 짓는 어디 논 도지가 얼마
한치의 오차도 없는 기억력.

술 좋아했던 아들에게
마누라한데 잘해라.
요샌 그러면 쫒겨난다더라
늙으막에 쫒겨날까 아들걱정.

친정에서 결혼 반대한
며느리가 미워
내아들 어디가 어때서?
며느리 가슴에 무심코 박은
녹 쓴 채
남아 있을 커다란 대못

당신 가슴에 부메랑되어
가슴알이 하는 어머니
경로당서 배운 한글로
며늘아, 마안타.

꼬부리고 앉아서 쓰시는
구십육년만에 처음 쓰시는
손편지.
힘주어 눌러써서
뒷장엔 판화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