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2003년 01월 14일 (화) 18:34

성공하는 사람에게는 습관이 있다. 서울 명동 국민은행 본점에서 만난 이성규 부행장은 인터뷰 내내 자신의 삶을 빼곡히 정리한 문서를 들춰보며 기자의 질문에 답했다. 그가 살아온 인생의 습관을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그와의 대화 속에서 발췌한 ‘성공 요인’을 요약해 소개한다.

▽겸손과 존중=그는 아무리 하급 직원이라도 존댓말을 사용한다. 내가 존중을 해야 남이 나를 존중한다는 것이 그의 좌우명이다. 좋은 일이건 나쁜 일이건 주변에 잘 알리지 않는다. 그는 사실 지난해 9월 위암 판정을 받았다. 조기 위암이라 완치가 되기 했지만 이 사실 자체를 기사에 쓰지 말아달라고 요청해왔다. 주변에서 걱정할 사람이 많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어머니는 아들이 아파서 병원 신세를 지고 있을 때 “출근을 못해 회사에 폐를 끼쳐 어떻게 하느냐”고 걱정을 했다고 소개했다.

▽독서=그는 단 한순간이라도 손에 읽을거리가 쥐어져 있지 않으면 불안하다고 한다. 부행장실 한쪽에는 경제 분야뿐 아니라 역사와 사회, 예술, 트렌드 등 다양한 분야의 최신 서적들이 ‘쌓여’ 있었다. 한번에 관심 있는 분야의 책을 10여권씩 사서 다독(多讀)하는 스타일이며 연간 독서량은 120∼130권.

▽자기계발=그는 직장을 다니면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의 아내도 결혼 후 그의 성화로 대학원을 다니며 석사학위를 받았다. 자격증이나 학위를 따려는 직원들에게 금전적 지원은 하지 못해도 시간적 배려는 충분히 해주고 있다. 그는 학위란 쓰임새가 있어야 쓸모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실질주의자다. 학위 자체로 기업이나 기관이 우대를 할 필요는 없다고 믿는다.

▽신의=자신에게 은혜를 베푼 사람에 대해서는 반드시 보답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국 유학을 떠날 날짜를 잡은 상태에서 기업구조조정위원회 사무국장을 수락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지금도 보수가 3분의 1로 깎이고 큰 병까지 얻었던 그때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

이 훈기자 dreamland@donga.com

▼이성규 부행장은▼

△1959년 충남 예산 출생 △1978년 서울대사대부고 졸업 △1984년 서울대 경영대 졸업 △1986년 서울대 경제학과 대학원 졸업 △1994년2월 연세대 경영학 박사(기업재무론) △1985년∼1994년8월 한국신용평가㈜ △1994년9월∼1996년3월 제일제당㈜ 경영전략팀 △1996년3월∼1998년2월 한국EMI뮤직㈜ 전략기획실장 △1998년3월∼2000년11월 금융감독원 기업구조조정위원회 사무국장 △2000년11월∼2001년2월 서울은행 여신담당 상무 △2001년2월∼2002년1월 CRV설립추진위원회 사무국장, 기업구조조정협약 운영위원회 사무국장 △2002년1월∼현재 국민은행 워크아웃본부장(부행장) 겸 영업지원본부장